메이커문화와 소프트웨어 교육

날짜201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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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 며칠 전, 집에 반가운 초대장 한 장이 날아왔다. 오는 9월 20일과 21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메이커페어(Maker Faire) 서울 행사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메이커페어는 20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서 만들기를 좋아하는 메이커들의 축제로 시작되어, 2013년 전 세계 98개 도시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하였다.
    • 지난 6월 18일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주최한 백악관 메이커페어가 열려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도구나 기술을 사용해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미국 제조업의 풀뿌리 르네상스를 선도할 학생, 기업가, 일반시민이 많이 나타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1달러로 종이현미경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메이커, 5만 명 이상의 유아를 위한 매우 저렴한 200달러 보육기를 만든 학생신분의 메이커, 바이오디젤 자동차를 만든 고등
    • 학생 등을 직접 만났으며, 미래를 위해 메이커들을 바꾸는 신규 비즈니스 및 신규 고용창출과 관련한 정책, 미국 교육부와 여러 기관, 수많은 대학과 도서관, 그리고 여러 기업이 함께하는 메이커 기반의 교육혁신과 관련한 정책 등도 발표했다.
    • 이런 새로운 메이커 문화를 가능하게 만든 일등공신으로는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아두이노라는 작고 저렴한 컴퓨터 보드를 빼놓을 수 없다. 아두이노는 하드웨어와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판의 회로도가 공개돼 있어 누구든지 부품을 구매해 조립을 하거나 완성된 기판을 저렴한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 아두이노는 특히 각종 센서의 조작이 쉬워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사물을 만드는 데 유용하다. 이 때문에 많은 개발자·엔지니어·디자이너는 물론 예술가와 학생까지 아두이노에 큰 관심을 갖고 로봇·가전·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아두이노를 이용할 수 있었고,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메이커 문화의 붐을 일으킨 힘이 되었다.
    • 이런 변화의 바람을 보면서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정규교육으로 편입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 앞으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는 수학, 과학, 그리고 영어와 같이 미래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이자 꼭 알아야 하는 필수지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이 인간의 사회생활에 필수적이듯이, 기계와의 소통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 그렇지만, 이런 교육정책을 현실화시키는데 있어 단지 과목 하나를 추가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소프트웨어를 공부했던 기억을 되살려봐도, 학교에서 가르쳐줬기 때문에 실력이 늘었다기보다 소프트웨어로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즐거움이 실력을 길러주었다.
    • 유엔미래포럼에서는 필요한 제품은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앞으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 결국 소프트웨어는 메이커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교육을 일종의 짐이 되는 공부가 아닌, 메이커 문화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는 재미있는 체험의 장으로 변화시킨다면, 그 재미에 푹빠져서 세상을 바꾸는 친구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개방된 환경을 토대로 한 사회 구성원들의 활발한 창의력 발산이 새로운 시대를 가져오는 중요한 문화적 기반이다.
    • 강압적인 공부방식보다 만들고 즐기는 문화와 함께 자리 잡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