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인기를 누리던 마이클 셀던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강좌와 맨큐 교수의 '경제학원론' 강좌를 제치고 지난 10년 동안에 가장 많은 학생이 등록한 과목으로 기록을 갱신했다.
기술과목이 하버드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으로 등장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 과목이 학점 따기가 어렵다고 널리 알려진,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수강 안해도 되는 선택과 목이라는 것이다.
이 과목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즉, 순차적으로 생각하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컴퓨터과학적 사고 방법과 다양한 컴퓨터 언어를 구사하여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하는 방법을 컴퓨터과학의 기본 개념과 같이 배운다. 생물학, 암호화, 금융, 법의학, 게임 등의 실제 영역에서 도출된 연습문제로 훈련도 곁들인다.
수강생의 78%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는데도 어려운 프로그램 개발(코딩) 숙제와 밤샘 개발대회 등으로 구성된 힘든 과정을 잘 따라 간다.
교수와 만나는 오피스 면담시간에는 학생들이 많이 몰려서 장터를 방불케 한다고 한다. 자신이 선택한 프로젝트 수행이 이 과목의 백미다.
학기 말에는 외부인사, 친지들을 초청해 자신의 프로젝트, 즉 자신이 만든 SW를 소개하고 자랑하는 축제인 데모데이를 개최한다. 이 과정 중에 창업 아이디어가 발굴되기도 하였단다.
왜 하버드 대학생들이 컴퓨터과학 교과목수강에 열중할까? 비전공자들에게까지 컴퓨터과학 과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이들이 모두 저커버그처럼 SW로 창업을 하려는 것일까? 일부 학생은 그렇겠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하버드 대학생들은 똑똑하다. 그들은 알고 있다. 장래 어떤 직업을 갖든지 코딩 능력과 컴퓨터과학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을 전공하는 수강생은 코딩이 우리 생활과 관계가 깊어서 배운다고 하고, 의사가 되려는 의예과 학생은 분자 및 세포 생물학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컴퓨터과학의 도구들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다. 어려서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해 있다. 그 익숙한 것을 만드는 핵심 기술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남이 만들어 준 것을 시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CS50의 열풍은 온라인 강좌로도 이어진다. 전세계의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정한 진도에 따라서 인터넷에서 이 과목을 시청하고 지정된 코딩 숙제를 완성하고 시험을 보고 수료증을 받는다. 브라질에서는 포르투갈 언어로 번역된 과목이 운영되고 있다.
대학에서의 컴퓨터과학 강좌에 대한 선풍적인 인기는 SW중심사회로의 변화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SW를 이용해 구현된다. 그래서 SW가 모든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SW능력이 있으면 작은 아이디어로도 큰 사업을 이룰 수 있다. 빈 방을 빌려주자는 아이디어가 시가총액 100억달러가 넘는 회사로 성장한 것은 인터넷 서비스를 신속히 만들 수 있는 SW의 능력이었다.
이제는 SW가 기업은 물론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이 되었다. 컴퓨터과학을 이해해야 지금 벌어지고 있는 SW중심의 사회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전세계의 대학생들은 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대학들은 컴퓨팅 교육에 무관심하다. 입학생들이 대부분 초중고에서 컴퓨팅 교육을 거의 받지 않고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의 컴퓨팅 교육은 부실하다. 우리 대학생들은 컴퓨터과학 전공자가 아니면 컴퓨팅 교육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대부분 코딩 능력이 없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신입생에게 컴퓨팅 소양교육을 실시했더니 괄목할만한 변화를 경험했다고 한다. 컴퓨터 과목의 수강생이 급증하고 컴퓨터과학 부전공자가 늘어 난 것이다. 우리 대학생들도 새로운 학문에 목마른 것이었다. 대학이 그 수요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대학의 자체적인 투자와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대학 평가에 컴퓨팅 교육 실적을 포함하기를 제안한다. 또 정부의 재정 지원을 촉구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컴퓨팅 교육이 초·중등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된다. 전 세계적인 컴퓨팅 조기교육의 추세에 우리도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 대학들도 컴퓨팅 교육의 큰 물결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