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우리나라의 컴퓨터 과학, 어디에 있는가?
- 우리나라 대부분의 4년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학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정보통신학과, 전자정보공학과라는 등 학업 내용을 알 수 없는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컴퓨터과학 및 유사 전공에서 연 2만 명이 졸업하는 것으로 보인다.
- 우수한 대학에서는 컴퓨터과학 석•박사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도권의 사립 대학이나 지방 국립 대학에서는 20~30명의 교수를 확보하고 있어서 미국 컴퓨터 학회(ACM)에서 추천하는 대부분의 지식영역을 교육•연구하고 있다.
- 카이스트(KAIST)의 전산학과에는 연 60명 수준의 석사 과정, 30명 수준의 박사 과정 학생이 입학하고 있으며, 50여 명의 교수가 봉직하고 있다. 2014년 QS 대학 순위에서 카이스트는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36위를 차지했다. 서울대학교는 42위를 차지했다.
- 우리나라의 컴퓨터과학 논문 생산 실적은 양에서는 문제 없어 보인다. 대학이나 교수 실적 평가에서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 논문을 강조하다 보니 많은 수의 논문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컴퓨터과학 분야만의 특성으로 자리 잡은 학술대회 논문 중시의 관행이 국내에서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학술 대회의 참여가 저조하여 국내 학자들의 능력에 비하여 국제사회에서의 평판이 저조하다.
- 컴퓨터과학 대학 교육의 질에 대하여 산업체로부터 부단히 질책을 받는다. 졸업생의 현장에서의 실용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몇 개월에 걸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한 후에 현장에 투입하기도 한다. 학사 과정 컴퓨터과학 교육이 부실한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으나 초•중•고에서 컴퓨터 언어 교육이나 코딩 교육 없이 컴퓨터과학 관련 학과에 진학한 후에 진행되는 대학에서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 아닌가 한다. 외국에서처럼 초•중•고교에서 컴퓨터과학적 사고(思考)의 기본 소양과 컴퓨터 언어를 이용한 간단한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공자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활용도는 선진국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소프트웨어의 활용이 미흡하여 생산성이 낮다. 소프트웨어의 활용이 적고 외국산에 의존하다보니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영세하다. 소프트웨어 생산량이 세계 시장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보상이 따르지 않으니 우수 인재가 기피하는 산업이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인터넷 창업의 열기는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 기업, 넥슨 엔씨소프트 등의 세계적 게임 기업을 키웠고, 2010년의 모바일 열풍은 카카오, 라인 등의 세계적 모바일 서비스를 키웠다. 이들 회사의 창업자는 모두 탄탄한 컴퓨터과학 실력을 바탕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