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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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소프트웨어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 정부나 대기업들의 접근 방식을 보고 있자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 IT종사자 분들이라면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십니다.
- 그러나 소프트웨어 분야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소프트웨어가 무엇이 다른지 알기 어렵습니다.
- 도대체 소프트웨어는 무엇이 다를까요?
- 그동안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한 공통된 법칙은 대량생산 대량 소비입니다.
- 원가에 이익을 더한 제품을 대량으로 팔아서 큰 수익을 남기는 것입니다.
- 공산품의 경우는 대량생산을 위해 설비를 갖춥니다.
- 값싼 노동력을 컨베이어 벨트에 투입합니다.
- 제품의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절차를 만들고 숙련공을 기릅니다.
- 대량생산, 대량소비는 오랫동안 자본주의 사회의 성공논리가 되어 왔습니다.
- 그리고 이에 대한 경제이론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어떨까요?
- 초기에는 소프트웨어도 대량 생산 대량 소비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 대형 국책 사업에서는 1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일년 동안 일을 하기도 합니다.
- IT기업들은 많은 사람들을 공급함으로써 인건비에서 돈을 남기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 하지만, 애플과 구글, 링크드인, 넷플릭스 등의 사례를 보면서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 이제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는 ‘값싼 노동력을 통한 대량 생산’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생태계나 플랫폼과 같이 ‘건강한 비즈니스 환경이나 훌륭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소프트웨어 산업이 기존의 산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편의상 인터넷 서비스도 넓은 의미에서의 ‘상품’, ‘소프트웨어’라고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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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량생산 대량 소비가 핵심이 아니다.
- 공산품에서 '생산'이란 같은 제품을 복제하는 행위입니다.
-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똑같은 제품을 똑같은 품질로 만들어냅니다.
- 노동력은 엄연히 제품가격에 포함되는 생산원가 입니다.
- 그래서 저렴한 노동력을 필요로 합니다.
- 사람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똑같은 제품을 소비합니다.
- 똑같은 효용가치를 똑같은 방식으로 소비합니다.
-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대량 생산이 필요 없습니다.
-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만 하면 누구나 다운로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또한 설치 파일은 복사를 통해 간단히 대량 생산됩니다.
- 컨베이어 벨트 옆에 사람들을 세워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 그리고 소프트웨어는 대량 소비가 아닙니다. 맞춤형 소비입니다.
- 소프트웨어의 효용가치가 사람마다 다르게 소비되어 집니다.
- 엑셀로 누구는 회계장부를 만들고, 누구는 이력서 양식을 만듭니다.
- 소프트웨어의 이런 산업적 특징은 전통적 경제 이론으로 접근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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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소프트웨어는 비용이 아니다.
- 일반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업무 자동화를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 그러나 전자제품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기능이 됩니다.
- 전자는 생산비용을 줄여주거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고 후자는 그 자체가 제품입니다.
- 그래서 전자는 적당한 기술을 싸게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후자는 비싸더라도 훌륭한 기술을 구매하는 게 중요합니다.
- 또한 전자는 구매 후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 좋지만 후자는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투자를 해야 합니다.
- 어떤 경우는 두 가지 경우가 구분되지 않기도 합니다.
- 택배물류 사업은 전산시스템이 업무자동화 시스템이자 물류상품 입니다.
- 현대물류 산업에서는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그 복잡한 배송체계를 소화할 수 없습니다.
- 또한 배송추적 기능이나 빠른 배송 시스템은 상품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에서 소프트웨어는 제품 전체이기도 합니다.
- 인터넷 쇼핑몰은 별도의 설비 없이 컴퓨터상에서 돌아가는 순수한 소프트웨어인 것입니다.
- 이렇게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형태로 기존의 산업과 융합되어 있습니다.
- 그리고 융합 형태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역할과 가치가 다릅니다.
- 그래서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인가에 따라 투자와 운영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 소프트웨어를 비용으로 바라본다면 어려운 골칫거리일 뿐 이지만, 투자로 바라본다면 소프트웨어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훌륭한 무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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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개발 유지보수 역량이 경쟁력이다.
-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사후지원은 전혀 제품의 경쟁력이 아니었습니다.
- 기껏해야 고장난 제품을 수리해주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면서 지속적 업데이트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 지속적 업데이트가 제품의 효용가치를 유지시켜 구매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 그러다 보니 제품 판매 후에도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 특히 설치형 소프트웨어에서 인터넷 서비스로 갈수록 개발 유지보수의 중요성은 더 커졌습니다.
- 기존 산업의 경우 일단 제품의 생산능력과 판매능력이 차별화 되면 시장 우위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제품을 설치하거나 인터넷 주소만 바꾸어 주면 이용자들이 다른 제품으로 손쉽게 이동할 수가 있습니다.
- 이런 특징 때문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제품들은 금방 뒤로 밀려나버리고 맙니다.
- 예를 들면, 블로그 서비스는 SNS에 의해 뒤로 밀려났고, PC 메신저는 스마트폰 메신저에 밀려나 아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컴퓨터에서 왕좌를 지켜왔던 MS오피스는 구글 문서도구의 등장으로 시장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 모두 한 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영원할 것 같았던 존재들이었습니다.
- 이렇게 소프트웨어는 기술과 생활 변화에 발맞추어 계속 변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개발 유지보수팀의 효과적 운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 소프트웨어 산업은 전통적인 제조업과는 달리 개발자의 역량과 개발팀의 운용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따라서 이를 위한 비용 및 투자계획, 조직관리 등이 경영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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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개발과정이 핵심이다.
- 소프트웨어는 생산설비가 없으므로 제품 개발이 완료되면 바로 소비자들에게 보급됩니다.
- 따라서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은 제조업의 연구 개발과 차이가 있습니다.
- 제조업의 경우 연구 개발 제품은 상품화 과정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기능들이 삭제 되어 시제품과 상품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제품 개발 과정을 통해 바로 상품이 만들어 지므로 시제품이 곧 상품이며, 목표를 선정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 많이 다릅니다.
- 일반적으로 공산품은 ‘기획-시제품 개발-설비 구축-대량 생산-유통-판매-대량 소비’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 반면, 소프트웨어는 ‘기획-상품개발(반복)-판매-소비’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 소프트웨어 분야는 설비구축과 대량생산, 제품 유통 과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상품 개발에서 신경 써야 할 많은 부분들이 제품 개발 과정에 녹아 있습니다.
- 그래서 소프트웨어는 개발자들의 업무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 소프트웨어 상품개발은 시행착오를 빠르게 반복하고 겪으면서 만들어 집니다.
- 그래서 상품개발은 정부가 주도하기 힘듭니다.
- 느린 연간 예산 제도로는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 소프트웨어 산업은 훌륭한 개발자와 좋은 팀워크, 높은 업무 숙련도가 필수인 분야입니다.
- 그래서 일반 제조업과는 다른 인재상과 조직 운영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 자체가 아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하는데 소프트웨어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업기획을 한다면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먼저 그에 맞는 가치관과 철학을 갖추는 것은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수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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