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보화에 SW 생태계 영향평가 도입해야

  • 김진형 제1대 소장 (2013.12. ~ 2016.07.)
날짜2015.02.27
조회수7385
글자크기
    •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한다. 이 속담은 선의를 갖고 시작한 일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선의가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때, 개인 생활에서도 곤혹스럽지만 정부 정책영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정부의 신뢰가 떨어지고 국민과의 갈등이 심화된다.
    • 유감스럽게도 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이 SW 산업 생태계에 커다란 피해를 주는 사례들이 자주 있다. 국민에게 편익을 제공하거나 예산절감과 업무효율성 증진이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추진하지만 SW 기업들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일이 종종 있다.
    • 대표적 사례는 2008년 정부가 보급한 ‘온나라’ 전자결재시스템이다. 정부는 대기업에 용역을 줘서 시스템을 개발한 후 이를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지자체에 무상으로 보급했다. 이로 인해 공공시장을 대상으로 전자결재 시스템을 공급하던 전문 SW 기업들이 대부분 파산했다.
    • SW를 만들어 여러 기관이 나눠 쓰면 정부 예산이 절감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은 때가 자주 있다. 왜냐하면 SW는 한번 만들어 영원히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구 사항이 진화하고, 사용 중에 발견되는 오류를 수정해야 하고, 신기술이 나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줘야 한다.
    • SW를 용역으로 개발하면 업그레이드 업무가 발주자의 책임이고 계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용역을 수행할 예산이 필요하게 된다. 이에 비해, SW를 전문회사로부터 라이선스로 구매한다면 업그레이드 의무는 그 전문회사 몫이다. 따라서 SW의 전 생명주기에 걸쳐 어느 것이 더 예산을 절감할 것인지는 계약 조건 등에 따라 다르다. 더구나 SW 전문기업을 육성해 더 좋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회의 손실과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해 해외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성장기회 상실까지 감안하면, 용역 개발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 선진국의 공공 SW 조달은 기업들로부터 라이선스나 서비스 구매 형태로 이뤄진다. 정부 역할은 요구사항과 표준을 정해주는 것에 머문다. SW 제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은 철저하게 민간에 역할을 맡기고 개입하지 않는다. 공공 SW 조달제도 선진화는 SW 산업 생태계 육성의 필수조건이다.
    • 우리나라는 SW 무상보급 등의 잘못된 관행이 굳어져왔기 때문에 공직자 대상 교육이나 산발적 권고조치로 해결되기에 한계가 있다.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급한 대책의 하나로 공공사업의 SW 생태계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본 칼럼은 전자신문 10월 7일(화) [미래포럼]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