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자동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를 이끌어가는 최고경영자(CEO) 디터 체체의 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이제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BMW에서는 새로 개발되는 자동차 연구개발(R&D) 비용의 90%가 SW를 포함한 정보기술(IT)에 투입된다.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것도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소프트웨어가 기존 산업을 바꾸고, 기존 사업자들을 밀어내거나 대체하는 일은 산업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영화 ‘아바타’는 컴퓨터 그래픽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으며, 미국 최대의 인터넷 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서점을 넘어 유통 산업 전반을 빨아들이고 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새로운 시도였던 인터넷 뱅킹이 이제는 생활의 필수도구가 됐고, 최근 논란이 된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화폐는 기존 금융 및 경제 체제를 위협하며 새로운 금융·경제 질서를 예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수요·공급자가 직접 만날 수 있게 되면서 기존에는 일부 지역에서나 가능했던 서비스들도 수출길이 열렸다.
소프트웨어는 일상생활 속 의식주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전기 충전 기능이 있는 섬유와 3D(3차원) 스캐너·프린터가 최근 패션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농업도 관광·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서비스업과의 접목을 통해 6차 산업으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안전하고 편리한 지능형 스마트 홈도 주거생활을 바꾸고 있다.
왜 이렇게 변해가는 걸까. 한마디로,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창출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진화를 돕는 차원을 넘어 하드웨어 자체를 창조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3D 프린터가 좋은 예다.
이를 두고 넷스케이프 공동창업자이자 페이스북 투자자로 유명한 마크 앤드리슨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IT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제품·서비스 생산 과정을 주도하게 된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는 소프트웨어 혁명이 주도하는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우리 눈앞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여전히 기피대상 직업군에 속하며, 우수한 개발자를 구하기 힘든데 제도권 교육은 여전히 소프트웨어 교육에 손을 놓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공공기관이 실적을 위해 대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만든 앱을 베껴 무료로 배포하고 시장을 교란시킨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민간의 창업 의욕을 앗아가고 있다. 정부도 정보시스템 구축 비용을 몇 푼 아끼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소탐대실이다. 소프트웨어가 산업을 지배할 미래 사회에서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은 언제까지 SOS를 외쳐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