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SW'를 보는 눈
날짜201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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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영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SW혁명이라고 할 만큼 모든 산업부문에서 SW에 의한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정작 많은 사람들의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많다. 왜 그럴까?
    • 세 가지 정도의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눈에 보이지 않는 SW의 특성이 SW 자체에 대한 인식을 어렵게 한다.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꿔놓은 스마트폰 혁명도 SW를 빼고 설명할 수 없을 만큼 SW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에게 SW는 스마트폰의 편리한 일부 기능, 게임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이미 엔진 성능, 안전성, 편의성의 많은 부분을 SW에 의존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동차가 이제 이런 것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러한 기능의 많은 부분이 SW로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 밖에도 금융, 유통, 미디어, 의료, 항공, 철도 등 거의 모든 우리 일상에서 SW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SW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 둘째, SW는 HW처럼 공장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원자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사람과 지식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SW 개발자와 지식의 가치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인정되지 않으면 SW 기업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 SW 불법복제는 SW 개발자와 지식의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국내 SW 불법 복제율은 38%로 미국(18%), 일본(19%), 영국(24%), 독일(24%) 등 주요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국내 SW 개발 사업에서 SW 개발자와 지식에 대한 가치 인정이 개선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하고 있다. SW중심사회는 SW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기본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SW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노력이 중요하다.
    • 셋째, 일반인들에게 큰 인상을 줄 수 있는 국내 SW기업의 성공사례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점도 SW중심사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SW 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수많은 성공사례들이 우수한 인재들을 SW개발과 창업의 길로 향하게 하고 있다. 올해 Forbes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세 이하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자에 2, 30대의 SW 기업 창업자와 초창기 구성원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서른 살의 주커버그의 재산은 334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부호 16위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스냅챗 설립자인 에반 스피겔(24)과 바비 머피(26) 각각 15억 달러, 페이스북 모스코비츠(30) 79억 달러, 에어비앤비 블레차르지크(31) 19억 달러, 우버 공동창업자 캠프(36) 53억 달러, 왓츠앱 창업자(39) 66억 달러 등 많은 성공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하버드, 스탠포드 등 미국 유수 대학에서 불고 있는 컴퓨터과학 개론 강좌의 선풍적 인기 이면에는 이러한 성공사례들이 자리하고 있다.
    • SW중심사회에 관한 사회적 인식 제고는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언론, 교육 및 연구기관, 정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어야 하는 이유는 SW중심사회로의 전환은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 형성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The future is already here - it’s just not evenly distributed).” 미국의 유명 SF 소설가인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이 현상 인식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한 얘기이다. SW와 관련된 현재의 상황 인식과 관련하여서도 매우 타당한 통찰이라고 생각된다. ‘SW로 바꿔가는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단지 일부 개인, 기업, 국가에게만 퍼져 있을 뿐이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5월 8일자 [디지털산책]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