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사회, 새 도전 시작하자

  • 김진형 제1대 소장 (2013.12. ~ 2016.07.)
날짜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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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jkim@spri.kr)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 신문기사를 컴퓨터가 스스로 작성한다. 지진이 발생하자 기사를 컴퓨터가 작성해 송고하고, 운동경기가 끝나자마자 컴퓨터가 작성한 기사가 독자에게 전달된다. 기사에서 칭찬과 비판의 강도를 마음대로 조정하여 맞춤형 기사를 작성한다. 15년 후에는 뉴스의 90%를 컴퓨터가 쓸 것이라고 예측된다. 기자의 직업이 컴퓨터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인터넷 검색회사인 구글이 2017년까지 시장에 무인자동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미국 6개의 주에서 운전면허증을 획득했고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버지니아 주의 복잡한 도로에서 시험 주행했다고 한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택시기사의 직업을 위협한다고 사회적 논란이 됐지만 무인자동차가 실용화되면 모든 운전기사들의 직업이 위협 받을 수도 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질병의 예측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30억 개의 염기 서열로 구성된 인간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면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미국의 한 유전자 분석 회사에서는 99달러에 유방암, 천식, 대머리, 조울증 등 119건의 질환에 걸릴 확률을 제공한다. 또 IBM의 왓슨 컴퓨터는 미국 주요 병원에 암 진단 및 치료법을 조언하고 있다. 이 컴퓨터는 60만 건의 진단서, 200만 쪽의 전문서적, 150만 명의 환자 기록을 학습했다고 한다. 향후 80%의 의사가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 이처럼 놀라운 혁신을 이끄는 것이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이 핵심이다. 소프트웨어 혁명은 핵분열과 같이 여러 산업과 사회에 파급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외국 언론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라는 표현을 쓰더니 요즘은 ‘모든 산업이 소프트웨어산업’이라는 표현까지 한다. 타 영역의 굴지의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하여 구조 조정과 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벤츠의 회장은 “이제 자동차는 기름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라고 말했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은행장은 “은행은 금융업을 가장한 소프트웨어 산업이다”라고 말했다. 산업용 제조업의 선두주자인 GE는 “엊저녁에 산업 회사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오늘 아침에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분석회사로 깨어나려 한다”고 선언한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기업과 사회는 이러한 변화에 덤덤하다. 언론으로부터 “소프트웨어 혁명의 외딴섬”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미국의 작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공평하게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설파한다. 그들에게 와 있는 미래, 즉 소프트웨어중심사회가 우리에게는 오지 않았단 말인가.
    •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소프트웨어중심사회는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일자리 문제다. 고도의 지적 활동까지도 자동화됨에 따라 단순 일자리는 줄어든다. 새로운 직업을 위해 훈련 받아야 한다. 또 사회기간 시스템이 소프트웨어에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소프트웨어의 안전성이 사회문제가 된다. 고품질의 소프트웨어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 소프트웨어혁명은 글로벌 차원에서 역할 분담이 되고 또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준비가 안 돼 있으면 그들이 좋은 일자리를 다 가져가고 우리에게는 힘든 공해산업만이 남게 될는지도 모른다. 준비할 시간이 모자랄지도 모른다.
    •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역동성을 잃은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지난 50년간 새로 나타난 큰 기업이 몇 개가 있는가. 글로벌 차원에서는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산업이 속속 창출되지만 이는 남의 이야기다.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지키려는 제도와 널리 드리워진 규제의 그림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 다양성이 상실되고 청년들은 실망하고 무기력해진다. 사회적 갈등은 심각해진다. 우리 민족은 150년 전 산업혁명의 시기에 그 변화를 읽지 못하고 당쟁과 쇄국으로 일관하다 나라를 잃은 아픔을 겪었다. 해방을 맞았으나 남북으로 갈려 전쟁으로 큰 고통은 겼었다. 다행히도 산업사회의 끝자락에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지만 안타깝게도 또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성취를 즐길 시간이 없다. 다시 새로운 도전에 응해야 하는 운명이다. 이번 도전은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로의 진입이다. 더욱 세찬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6월 8일자 [이슈와 전망]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