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기술 진보와 직업구성 변화

날짜2015.06.19
조회수10172
글자크기
    • 최창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초빙연구원 (digital010@spri.kr)
      최창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초빙연구원
    • 컴퓨터는 범용기술이다. 기술의 역사에서 늘 그래왔듯이 새로운 범용기술의 등장은 직업구성에 변화를 불러온다. 우리말에서 기술은 영어로는 Technology와 Skill의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Technology는 기계(자본)에 임베디드(imbedded)된 것이고 Skill은 인간(노동)에게 임베디드된 것을 말한다. 산업혁명은 새로운 범용기술(자본)이 수공업 장인(artisan)의 스킬(노동)을 대체하고 그 자리를 대신해 블루칼라 스킬의 직업을 양산시켰다. 이런 직업구성 변화는 자본과 노동 간 갈등을 불러오며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냈고 결국 전세계를 미소 냉전구도로 양분시켰다. 기술(Technology)의 파괴력이 이토록 큰 것이다. 그 이후 역사도 기술의 진화가 가져오는 직업구성 변화와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거듭 확인해 준다.
    • 1960~70년대 컴퓨터를 이용한 공장 자동화가 생산현장에 확산되었다. 이제는 블루칼라 일자리가 줄고 그 대신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급격히 늘었다. 새로 등장한 화이트칼라는 정치구도의 변화를 요구했고, 결국 영국은 대처, 미국은 레이건 행정부가 출범했고, 스웨덴도 32년간 집권했던 사민당을 대신해 우파연합이 정권을 잡았다.1)
    • 1980년대 이후에도 컴퓨터는 진화를 거듭했다. 사무 자동화 기술이 확산되면서 이제 블루칼라에 이어 화이트칼라 일자리까지도 급감했다. MIT 대학의 Autor 교수는 이들 사라진 중간소득 일자리의 공통된 특징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코드화하기 쉬운 루틴(Routine)한 직업이라고 지적했다.2) 미국 NBER의 Jaimovich와 Siu 교수 3)는 ‘기술과 직업구성’ 연구를 더욱 진전시켰다. 스킬을 기준으로 직업군 을 3가지 유형([그림 1])으로 나누었다. 즉 ①비루틴-인지(Non-routine cognitive) 직업군 4), ②루틴 직업군 5), ③비루틴-육체노동(Non-routine manual) 직업군 6)으로 분류했으며 이는 스킬수준 및 소득순위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지난 30년간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로 이루어진 중간소득의 루틴직업군 비중이 58%에서 44%로 급감한 반면, 높은(高) 스킬의 비루틴-인지적 직업은 29%에서 39%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그림 2]). 이러한 급격한 직업구성 변화는 컴퓨터 기술 진화가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최근 국제노동기구(ILO)는 위의 두 연구방법을 더욱 진전시켜 비루틴-인지(Non-routine cognitive) 직업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해 2000년 10% 초반에서 2013년에는 18%까지 증가하였고, 2019년에는 20%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림 3]).7) 비루틴-인지적 직업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괄하는 글로벌 차원에서 안정적인 증가를 계속하는 것은 이들 직업이 컴퓨터의 기술 진화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스킬로 무장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 그림 2 미국의 직업별 고용비중 변화
    • 그림 3 ILO의 직업군별 고용비중 전망
    • 앞으로 컴퓨터 기술 진화가 루틴 영역을 넘어 비루틴 영역으로 확장을 계속한다면 과연 어느 방향으로 향할 것인가? 결론은 비루틴-인지적 영역이 될 것이다. 컴퓨터는 탁월한 강점과 심각한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 중 인지적 두뇌기능은 컴퓨터의 기술적인 강점이다. 더욱이 임금구조상으로도 고임금의 관리직과 전문직 및 고급 기술직에 해당해 기술개발의 경제적 유인도 높다. 이에 반해 비루틴-육체적 노동은 컴퓨터의 기술적 취약분야다. 아무리 지능형 로봇이라해도 복잡한 환경에서 인간의 판단과 움직임을 능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저임금의 서비스업종이 주로 해당해 경제적 유인도 약하다. 물론 정확한 예측은 전문적 분석이 필요하지만, 여기서는 최근의 몇몇 상징성 있는 선도 기술의 흐름을 통해 그 방향을 더듬어 보고자 한다.
    •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Amazon의 Kiva와 Rethink Robotics의 Baxter다. 이 로봇들은 육체(Manual) 노동을 주로 하는 블루칼라 로봇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Kiva는 창고 바닥의 바코드 인식을 통해 주문 접수된 상품이 있는 선반을 식별하고 들어 올려 포장 직원에게로 이동한다. 즉 Kiva가 대신하는 핵심적인 스킬은 복잡한 몸동작과 손놀림이 아니라 SW 기술과 주문 접수와 바코드 인식 등의 정보처리시스템이다. 한편 Rethink Robotics의 Baxter는 최소한의 트레이닝으로 물건을 집어 들고 정해진 상자로 옮기는 일을 한다. 개발자이자 창업자인 Rodney Brooks는 Baxter 개발 아이디어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무미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을 대신해주는 기계라고 밝혔다. 즉 Baxter는 전기 드릴처럼 공장 근로자의 일을 편하고 효율적으로 해주는 연장일 뿐이지 일을 빼앗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위에 언급한 두 블루칼라 로봇은 사람이 싫어하는 지루하거나 위험한 일을 대신하도록 고안된 것이지 비루틴-육체노동자에게 필요한 유연한 몸동작이나 손놀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Amazon이 Kiva를 인수한 것은 물류창고 직원의 하루 움직이는 거리가 10마일에 달한다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고발성 기사가 나온 직후였고, 지난 5월말에는 6,000명의 물류창고 직원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10) 그만큼 Kiva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 한편 IBM이 개발한 Watson은 비루틴-인지적 직업의 미래를 암시해 준다. 2011년에 미국 제퍼디 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들과 겨루어 우승하면서 유명해진 Watson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및 자연어 처리기술을 결합하여 인간의 비루틴-인지적 스킬을 압도적인 성능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현재는 의료 분야에 응용하기 위해 테스트중이다. 또 다른 개량 버전은 고객지원콜센터 서비스를 위해 임대하기 시작했으며 이미 몇몇 은행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11) 콜센터 자동화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자연어 대화와 빅 데이터의 조합은 Watson이 인간의 비루틴-인지 능력을 대신할 잠재력이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 종합하자면, 앞으로 컴퓨터 응용 기술은 비루틴-인지적 영역으로 확장을 계속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루틴-인지 스킬의 관리직, 전문직 및 고급기술 직업의 일자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증가할 것이다([그림 3]). 비루틴-인지적 스킬 직업이 컴퓨터의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결은 진화된 컴퓨터 기술과 공존할 새로운 스킬의 개발에 있다. 컴퓨터 기술진화에 맞춰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스킬로 재무장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컴퓨터에 의한 대체 기술이 발전해도 일자리가 늘어나는 비결이다. 당연히 이들의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요구되는 스킬은 물론 달라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요구되는 스킬은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및 사회적 공감 능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컴퓨터로 가득 찬 세상을 살아갈 미래 세대들에게 필요한 생존 기술(skill)도 이와 다르지 않다.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 및 사회적 공감의 스킬이 요구될 것이다. 이런 스킬은 컴퓨터가 대신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컴퓨터를 손에 익은 연장처럼 사용하여 자신의 일을 쉽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스킬이다. 이는 컴퓨터 사용법 이상을 의미한다. 단순한 컴퓨터 사용법 교육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추론하고 판단하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12)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는 인터넷 접근여부가 아니라 컴퓨터로 가득 찬 세상에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나타날 것이다. 미래세상을 살아갈 우리 젊은이들은 자신의 희망보다는 연마한 스킬에 따라 직업 경로가 갈라질 것이다. 이들이 자기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울 방법을 찾아내는 일에서부터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적이며 사회적 공감의 스킬을 필요로 한다. 이는 교육산업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해야 할 정책당국이 당장 발휘해야 할 스킬이기도 하다. 컴퓨터로 가득 찬 세상을 살아가야 할 우리 젊은이들은 새로운 선택과 행동을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
    • 영국은 1979년, 미국은 1981년, 스웨덴은 1976년
    • Autor, David, 2010, The Polarization of Job Opportunities in the U.S. Labor Market, MIT & National Bureau of EconomicResearch(NBER)
    • Jaimovich, Nir, Siu, Henry, 2012, The trend is the Cycle: Job Polarization and Jobless Recoveries
    • 고학력과 유연성, 창의성, 문제 해결력, 대인 관계 및 사회적 지능이 요구되는 직종에 해당
    • 루틴 직업군은 인지적(화이트칼라) 및 육체노동(블루칼라) 근로자가 모두 포함되며, 화이트칼라는 사무직과 행정지원 인력 및 판매직, 블루칼라는 기계 조작원, 조립원, 수리공 등이 각각 해당
    • 학력이 낮은 저숙련-저임금의 서비스 업종인 잡역부, 가사 돌봄이, 바텐더 등이 해당
    • ILO, 2015, 『World Employment Social Outlook : Trends 2015』
    • Jaimovich, Nir, Siu, Henry 같은 책
    • ILO, 2015, 『World Employment Social Outlook : Trends 2015』
    • Tech Investor News, 2015.5.28
    • MIT Technology Review, 2013년 7~8월호
    • Financial Times, 2004.1.15, “Computers hollow out the Job Mar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