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세종대학교 ES 센터 교수 (steve3034@gmail.com)
2013년 가을에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런던을 방문해서 영국 정부의 테크 시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영국은 자체 개발 인력의 부족을 채우기 위해 유럽의 다른 나라의 인재를 적극 받아들이기 위해 비자 제도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영국이 주목하는 지역은 프랑스나 독일이 아니라 발틱 국가들인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의 엔지니어들이라고 했다.
발트 3국인 이 나라들의 소프트웨어 개발력은 이미 서구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무소를 오픈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스카이프 등의 매각 성공으로 자국 내 창업가가 투자자로 나서고, 새로운 창업 열기가 몇 년 전부터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지역 스타트업의 특징은 자국 시장에 제약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고, 세 나라 출신의 창업자가 미국이나 유럽 여러 지역에서 창업을 하고 자국의 엔지니어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의 개발도 유사한 면이 있다. 이민자 출신이나 그 자식이 창업을 하면 원래 자라던 국가에 남아 있는 다른 유태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개발은 동유럽이나 구 소련 지역에 있는 엔지니어를 활용하고 비즈니스는 이스라엘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내가 즐겨 쓰는 사진 앱인 카메라를 만드는 ‘탭 탭 탭’이라는 회사는 모든 개발자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조직이고, 회사에 어떤 본부 개념이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들은 디자인, 코딩,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협업 도구를 사용해 몇 개의 제품 개발을 이끌어간다.
플리커 창업자인 버터필드가 만든 슬랙이라는 협업 도구가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최근 투자에서 30억 불의 가치 평가를 받는 점은 바로 세상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다.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뛰어난 인재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개발 체계가 이제 테크 기업 경쟁력의 큰 요소이다.
최근 국내의 스타트업 창업가의 면모를 보면 과거보다 해외 거주 경력이나 학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때로는 외국 엔지니어와 공동 창업을 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는 팀도 보인다.
창의성은 다양성에서 출발하며, 다양성은 여러 문화를 경험한 코즈모폴리턴 스타일의 인재에서 보다 더 큰 가치를 보인다. 그들이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갖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의 스타트업 지원이나 소프트웨어 정책은 대부분 국내 기업, 국내 팀 중심으로 모아지고 있다. 외국의 투자자는 오히려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는데, 우리는 아직도 순혈주의가 강하며, 모든 정책은 한국 사람만이 누려야 한다는 자발적 장벽을 구축한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많은 지원 정책은 이제 어떻게 하면 한국의 창업자가 해외의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자가 될게 할 것인가에 그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의 현재를 봤을 때 국내 인력 중심의 운영 한계는 이미 우리가 충분히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한국계 이민자나 후손이 있는 중앙아시아, 우리가 좀 더 주도권을 갖고 이끌 수 있는 동남아시아, 한국에 흥미를 갖는 여러 다양한 나라의 개발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이들과 함께하는 글로벌 팀이 얼마나 만들어지는가가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글로벌 개발 체계는 삼성이나 엘지 같은 대기업에게만 기대할 수가 없다. 좀 더 발 빠르고 기민하게 개발해야 하는 스타트업이 훨씬 더 이런 흐름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도구와 일하는 스타일은 하나의 문화이고, 요즘 내가 보는 청년들이 일하는 방식이나 장소를 볼 때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사무실에 있는 사람만이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언제 어디서든 커뮤니케이션하는 개발 조직을 갖추기 위한 노력과 글로벌 팀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갖고 정책 방향을 검토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