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아이보다 노는 아이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

날짜2015.06.30
조회수11146
글자크기
    • 심슨 가족
    • 만화 '심슨 가족'중에서
    • 공부가 독이 되고, 놀아야 성공하는 미래사회가 곧 올지도 모른다. 아이돌 지망생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물론 게임이 아이들 수면을 방해한다고 '신데렐라법'(= 셧다운제 참고)을 만들면서도 야간자율학습은 응원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명제다.
    • 그러나, 실제로 그런 미래가 오고 있다. 내 아이가 뒤쳐질까봐 걱정 스럽기도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최근 상황을 보자면 성적 경쟁이 얼마나 성공할 확률이 낮은 게임으로 변하고 있는가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 공부의 가치 붕괴가 시작되고 있다.
    공부하는 아이
    • 학창시절 "공부해"라는 이야기는 누구나 듣고 자랐다. 선생님이 무언가를 칠판에 적어주시면, 이를 외운 후에 문제의 정답을 많이 맞춘 아이들이 높은 점수를 얻는 게임이 공부였다. 그리고 그 점수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으로 이어지며 이는 실제로 적당한 성공을 보장했다. 그래서, 우리는 경험적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는 세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으로 가르쳐 왔다. 그런데, 요즘 이러한 전통적인 학습 방법과 인재상은 큰 위기에 직면했다.
    • 우리가 가르치는 공부의 경쟁력은 뭘까?
    • 첫 번째는 공부의 가장 근본 적인 목적인 "지식의 차별화"다. 남이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알고 있는 것은 더 심화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다.
    • 두 번째는 '근면성'이다. 우리는 학창시절 사는 데 별로 필요없는 수학공부를 누구나 한다. 아이들은 흔히 "수학 배워서 어디다 써먹어요? 엄마는 써먹었어요?"식의 물음을 하게 마련이다. 여기에 대한 모범답안이 근면성이다. 공부하는 태도, 책상에 앉아있는 습관이 경쟁력이고 근면성을 익힐 수 있다고.
    • 실제 대기업의 많은 엘리트 직원들은 근면하게 정시에 출근해서 우직하게 일하고 야근까지 하고 퇴근한다. 요약하자면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야근을 하기 위해서였다!
    • 그런데, 이 두가지의 경쟁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나 IT, 곧 기술에 의해서 말이다.
    • 1) "지식 차별화"의 가치 붕괴
    • open source software
    • 박사학위를 가지면 더 많이 배웠고, 남들 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인증을 받는다. 지식을 머리에 넣는 것도 힘들고, "지식의 독점"이 부가가치를 만드는 지식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컴퓨터의 출현으로 인해 지식의 저장과 복사가 쉬워 졌다. 예를 들어 의사만큼 머릿속에 넣지는 못해도, 의사가 아는 지식이 디지털 데이터화 되어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스마트폰에 의료정보를 넣을 수 있다.
    • 그러면 남은 건 지식의 독점인데 최근 '공유경제'는 이것마저 붕괴시키고 있다. 공유경제는 단순히 에어비앤비처럼 빈집을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공유경제의 개념이 하드웨어가 아닌 '지식'과 같은 소프트웨어로 넘어오면 그 공유경제의 가치는 놀랄만큼 극대화 된다. 이를 '소프트웨어의 공공재성'이라고 한다. 가장 쉬운 예는 오픈소스다. 오픈소스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공유하고, 함께 고쳐나가는 운동이나, 혹은 이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지칭한다. 현재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오픈소스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있고, 크게 본다면 네이버나 페이스북같은 인터넷 서비스도 오픈소스를 이용해 만들어 졌다.
    • 학교에 다닐 때는 누구나 수학공식을 배워 필요한 분야에 사용한다. 물론 방정식 같은 것을 사용한다고 해서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아주 오래전에는 이 방정식도 일부 수학자들만 아는 비밀과 같은 것이었다. 오픈소스는 마치 옛날 일부 수학자들만 알던 방정식이 일반에게 공개된 것과 같다. 사람들은 상용 쇼프트웨어를 쉽게 이용하고, 더 많은 것을 이뤄나가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는 어린나이에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상용 소프트웨어 덕분이다.
    • 최근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열풍의 배경에도 오픈소스가 있다. 지식의 독점보다는 공개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는 예다. 이러한 운동은 또한 하드웨어에도 불어 오픈소스 하드웨어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오픈 하드웨어의 운동은 하드웨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닌 하드웨어의 제조비밀, 곧 지식과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운동으로 사실상 오픈소프트웨어 운동의 일종이기도 하다.
    • 참고 링크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22&contents_id=56137
    •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위에서 세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은 과학자이자 수학자인 뉴튼의 명언이다. 뉴튼이 그러했듯이 지식의 독점보다는 지식의 공개가 더 많은 혁신을 만들것이다. 그리고, 지식의 독점으로 인한 가치의 유효기간은 점점 더 짧아질 것이고, 이를 통해 부를 만들기도 힘들어 질 가능성이 높다.
    • 2) 근면성의 가치 붕괴
    • Watson, powered by IBM POWER7
      Watson, powered by IBM POWER7, is a work-load optimized system that can answer questions posed in natural language over a nearly unlimited range of knowledge.
    • 근면성의 가치도 붕괴되고 있다. 근면성은 사실 노동의 양을 증가시키는게 핵심이다. 같은 시간에 똑같은 가치를 만든다고 할때 근면성이 높을 수록 한사람의 가치는 올라간다. 곧, 노동의 가치는 땀의 가치라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식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노동이 일정한 가치를 만든다는 것이 근본적인 믿음이었고, 그동안 우리 산업사회를 지탱해온 힘이다.
    • 그러나 이제는 이 근본적인 믿음도 깨지고 있다. 기계 때문이다. .
    • 기계가 사람보다 근면한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육체노동에 있어 기계의 생산성은 이미 의심할 바 없다. 그러나, 기계가 따라하기 어려운 의사와 같은 지식 노동자는 어떨까?
    • 미국의 한 퀴즈프로그램 우승자로 유명한 IBM의 '왓슨'이라는 컴퓨터는 이미 평균적인 인간의 지적 노동과 유사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왓슨은 최근 닥터 왓슨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왓슨은 의사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병을 진단한다. 그 수준은 이미 평균적인 의사수준이다. 불과 몇 년만에 평균적인 의사 수준에 이르렀으니, 평균을 곧 쉽게 뛰어넘을 것이라는 것도 예측이 가능하다.
    • 하지만 인간의 노동은 여전히 신성하고 고유의 가치를 만든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는 자본과 재화의 공급과잉이 나타나고 있다. 부의 분배의 문제가 있을 뿐, 생산은 과잉되고 있으며, 기술발전으로 인해 투입 노동량은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미 세계가 필요한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 "근면성", 즉 노동이 주는 가치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기업은 부자가 되지만 반대로 사람들은 가난해지는 사회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역시 과도기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더 미래에는 기술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특성 "공개로 인한 가치 증가"도 매우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 여기까지 읽었다면 아이들에게 공부만 시키려던 분들에게 위기의식이 닥쳤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어떤 학원에 보내야 할까?"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 아니다. 학원에 그만 보내라는 얘기다.
  • 노는 것의 가치 증가
    • 노는 것의 가치 증가
    • 경제적 가치는 인간의 욕구에서 나온다. 심리학자 메슬로우에 의하면, 5단계 생리적 욕구, 4단계 안전의 욕구가 해결되면 3단계 이후는 소속, 애정, 존경, 자아실현과 같은 지적 욕구의 단계로 넘어간다. 이것을 산업에 적용하면 4,5단계는 물리적 가치와 유사하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4,5단계의 욕구는 앞서 말했듯이 기술발달로 인해 부가가치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그동안 "지식 차별성"과 "근면성"에 의지하고 있는 산업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그러면, 3단계 이상의 지적 욕구를 기반하여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산업은 무엇일까? 개인적 의견으로는 정보습득과 관계를 돕는 인터넷 소프트웨어산업과 게임같은 엔터테테인먼트 산업이다. 그런데, 이 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학교에서 배운 차별화된 지식을 근면하게 적용하는 산업이 아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해 민감해야 하며, 사람이 즐거워하는 것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이런 학습은 책상에 앉아 있다고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책상에서 일어나 대중매체를 소비하는 문화생활이나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얻어지는 속성이다.
    • 나의 억측만이 아니다. 이미 이런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확대와 게임, SNS 등의 흥행이 그 증거다. 이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은 주변의 변화에 더 민감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으며, 이를 상품화 하는 능력 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성공하고 있다. 물론 학습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식의 차별성이 낮아졌기에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지 않으면 이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소위 말하는 창조적인 인재란 학습보다는 놀이로부터 나올 수 밖에 없다.
  • 노는 건 중요하다. 그런데 잘 노는 것은 쉽지 않다.
    •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 "누가 가장 잘 노는지 아이들을 모아 놓고 경쟁을 시켜야 할까요?" 라고 묻는다면 또 잘못 이해한 거다. 경쟁도 놀이를 즐겁게 하는 소재의 일종이지만 경쟁만 강조하다가 아이들의 공감능력은 사라졌고, 창조력도 묻혔다.
    • 놀이는 두뇌활동의 유희다. 어린 아이들은 상상한 것을 직접 해보고 결과를 보면서 즐거워 한다. 그게 놀이의 핵심이다. 놀이를 통해 부모를 모방하고, 스포츠카가 없어도 박스를 타고도 즐거워 한다.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다. 사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잘 놀도록 설계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거다. 경쟁이나 학습이 아닌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 이제 부모님들이 가장 우려하는 얘기를 해야 겠다. 바로 게임이다. 일반적인 부모들은 게임은 중독의 대상이지 놀이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게임이나 웹툰(만화)도 하나의 대중 문화로 성장하고 있으며, 상상력을 자극하고, 2차 저작물(사용자나 독자들이 만드는 새로운 창작물)이 가장 활발히 만들어지는 영역이다. 중독으로 취급하기 보다는 기술로 인해 달라진 놀이의 일종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옳다. 또, 아이들이 게임만 한다면 그건 게임에 중독됐을 가능성 이전에 과도한 학습시간으로 인해 짧은 여유 시간밖에 없기 때문이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 게임이나 웹툰은 스마트폰, 컴퓨터만 켜면 실행이 가능한, 짧은 시간, 적은 비용의 놀이 대체제이기 때문이다.
    • 산업화 시대에서 우리는 과도한 지식을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놀이를 뺐었다. 그러나 미래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라고 불리는 창조력이 요구되는 다른 시대가 온다.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아이의 경쟁력을 위해 더 잘 노는 방법을 아이와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산업화 시대의 공부 방법으로 완전히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는 미래 사회를 준비한다는 것은 너무나 아이러니 하다.
    • 글 : 양병석, 편집 : 김정철
    • - 이 글은 컬럼니스트의 의견으로 더기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 http://thegea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