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창업한 기업의 숫자가 지난해 3,629개로1), 국내 창업기업의 3년 후 생존율이 41%2)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하루에 10개가 생기고 이 중 6개의 기업은 3년을 채 못가고 문을 닫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미국(57.6%), 이스라엘(55.4%)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창업기업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척박한 환경에서 벤처기업이 강소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방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벤처 연합은 우리 환경에서 벤처 기업의 성장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했다. 벤처 연합은 여러 벤처 기업이 모여 지분스왑 등의 인수합병을 통해 하나의 기업을 형성하는 것으로 기업 가치를 뻥튀기하는 금융기법일 뿐이라는 의견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실제로 벤처 연합을 표방하는 기업들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옐로모바일은 국내 벤처연합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설립 3년 만에 80여 개의 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2,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1조 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빠른 성장속도는 한국 스타트업 기업 중에 가장 빠르고 심지어는 트위터와 우버의 과거 성장 속도보다 빠르다.
벤처 연합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벤처 연합을 통해 소속 기업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여 동반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옐로모바일이 인수합병한 병원정보 서비스 앱인 ‘굿닥’은 개별 벤처 기업으로 있을 때는 적자를 면치 못하였으나, 옐로모바일에 인수된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어 수익을 내고 있다. 이는 옐로모바일에 속한 다른 벤처 기업과의 크로스 마케팅, 오프라인 접점 공유 등 시너지 효과를 통해 가능한 일이었다.
둘째, 여러 벤처가 모이면서 대규모의 인력이나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수월해 진다. 옐로모바일은 모바일 광고회사 ‘퓨쳐스트림네트웍스’를 인수한 이후 이 기업을 통해 모바일 앱에 탑재될 광고를 공통으로 수주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광고주와의 협상력을 높였다. 또한 벤처 연합을 통해 일정 규모가 만들어지면서 투자 유치도 쉬워진다. 옐로모바일이 개별 기업으로는 창업 3년에는 불가능할 수 있는 액수인 1,0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벤처 연합을 통해 소속 벤처 기업들 회계, 법무, 인력채용 등과 공통 인프라를 제공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옐로모바일도 소속 기업의 공통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인력채용 부분에서 개별 벤처 기업으로는 어려운 고급 인력을 대규모 기업이 되면서 유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인력의 질이 중요한 소프트웨어 창업에서 비용절감에서 나아가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준다.
옐로모바일과 같은 기업 연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독일의 로켓인터넷은 2007년 설립 이후 기업가치 약 7조 원으로 직원 수만 약 2만 명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면서 알려진 로켓인터넷은 글로벌 진출이 활발하여 세계 100여 개의 나라에서 70여 개의 모바일 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들 벤처 연합이 시너지 효과, 규모의 경제 달성, 공통 인프라 제공과 같은 장점 도 있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있다. 소속 벤처 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유지 하고, 빠른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벤처 기업 특유의 민첩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시너지 효과를 능동적으로 찾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모델을 색안경을 낀 채로 부정적인 모습만을 바라보기보다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우리 벤처 생태계가 더욱 다양한 모델이 생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될 것이다.
1)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post/4511
2) 뉴시스 (2015.5.25.) “창업기업 3년 후 생존비율 41%…OECD ‘꼴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