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이른바 알파고 돌풍으로 인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커졌다.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 중 하나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주요 화두였다. 우리사회는 이미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새로운 기술 문명의 시대에 진입해 있다. 다만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 신기술이 사회에 미치게 될 ‘공포’ 등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많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 연결성이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data), 클라우드(Cloud), 로봇(Robot), 3D프린팅, 자율주행자동차 등 많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핵심 기술들과 응용 기술들이 산업과 사회의 경계를 허물면서 만들어낸 융합의 산물로써 우리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 혁명은 기존 1~3차 산업혁명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다 빠르고, 보다 다양하고 많은 분야에서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수반하며 사회를 탈바꿈시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자 진화이다.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받아들이고 융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모두가 바른 미래사회를 실현 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 첫 번째로 4차 산업혁명이 실현됨에 따라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그리고 어느덧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과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혁명의 기반은 ‘소프트웨어’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존재이다. 시대를 거듭하면서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시켜 왔고, 이는 줄곧 ‘혁명’적으로 인간의 삶을 변화시켰다. 인간의 발명품 중 하나인 컴퓨터 또한 마찬가지다. 컴퓨터는 인간의 생각을 자동화하기 위해서 만든 기계이다. 빠른 속도로 계산을 하고, 인간이 미리 입력해 놓은 방법을 통해 업무를 수행한다.
컴퓨터는 입력 값(Input)이 들어오면,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계산을 수행하고 출력 값(Output)을 내놓는다. 정해진 규칙은 보통 함수 ‘F( )’로 표현되는데, 컴퓨터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보면 “입력(x) → 계산(F(x)) → 출력(y)”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다양한 컴퓨터학문의 한 분야인 인공지능 또한 기본적으로 이 과정에 의해 결과 값을 도출한다. 인공지능의 세부 기술들 중 근래 주목받는 기계학습과 딥러닝에 대한 발전과정을 앞서 설명한 내용을 토대로 살펴보자.
초기의 인공지능 모델은 입력(x)에 대한 계산(F(x))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 중에서 선택을 해서 출력(y)을 도출해내는 if → then(만약 XX라면 YY, 만약 X`라면 Y` 등)의 형태를 띠었다. 이러한 초기 모델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후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을 통해 보다 다양한 입력에 대해 보다 정확한 답을 낼 수 있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형태로 발전했다. 기계학습에서는 다양한 입력(x, x′, x″…) 값들에 대한 출력(y,y′,y″…) 값들을 학습시키면서 ‘F( )’를 진화시킨다. 그래서 어떠한 입력 값이 주어졌을 때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최적의 결과 값을 도출한다. 다만 이처럼 학습이 복잡해질수록 요구되는 계산량이 많아지면서 컴퓨터의 하드웨어 성능의 한계에 봉착하게 됐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컴퓨터 하드웨어의 성능이 강화되고, 학습에 소요되는 막대한 계산량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병렬컴퓨팅 환경이 대중화됨에 따라 인공지능은 보다 진화된 형태인 딥러닝(Deep Learning)을 실현해 낼 수 있게 됐다. 딥러닝은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 즉, 사람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자율적인 학습을 통해, 매 학습시마다 결과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하고 이를 스스로 검증함으로써 최적의 결과를 도출한다.
수십 년에 걸쳐 성수기와 쇠퇴기를 거쳐 온 인공지능이 근래들어 다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주목받을 수 있을 만큼 발전한데는 크게 세 가지의 요인이 작용했다. 첫 번째 성공요인은 먼저 살펴본바와 같은 알고리즘적인 발전이다. 요리사로 비유하면 훌륭한 음식을 개발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러한 알고리즘이 더 정확한 최적의 값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학습시킬 수 있는 빅데이터의 등장이다. 이는 요리사가 훌륭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하고 풍부한 재료를 마련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빅데이터는 기존의 데이터 분석역량을 넘어서는 분량의 방대한 데이터를 말한다. 이 또한 미래를 선도할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는 우리 주변에 대중화된 스마트 단말기기나 센서(Sensor) 등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통해 실생활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데이터이거나, 인간에 의해 생성되어 인터넷 공간에서도 끊임없이 재가공, 재생산되는 데이터이다.
빅데이터는 사물인터넷(IoT)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도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물인터넷 환경에서는 다양한 센서 군집(센서 네트워크)이 데이터를 생성하고 수집하는 생산자 역할을 한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를 필요한 목적에 맞게 가공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결론을 얻고 이를 통한 최적의 답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의 목적이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패턴을 분석해서 향후 일어날 현상이나 상태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며, 빅데이터의 목적을 완성시키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자 방법론이다. 인공지능을 잘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필요하고, 빅데이터를 통한 최적의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 둘은 상호 필요충분조건 하에 있다.
핵심 기술은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발전할 수 있는 세 번째 요인은 이러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학습시킬 수 있는 고성능 계산환경이다. 앞선 비유에서 요리재료와 요리사가 매우 훌륭하더라도, 요리 한 가지를 하는데 몇 달씩 걸린다거나, 훌륭한 요리재료를 가지고도 구상한 요리를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조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이 갖춰져야 다양한 요리도 시도해 보고 요리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구글이 알파고의 성능을 인간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구글의 잘 갖추어진 계산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알파고를 구성하는 알고리즘의 근간은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기존 알고리즘의 적절한 조합과 최적화를 통해 알파고를 만들었지만 그것을 학습시키기 위해서 16만 개의 방대한 기보를 3주 만에 학습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계산환경이 뒷받침 되어야만 했다. 당시 알파고는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를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는 구글이 보유한 계산환경의 극히 일부이다. 구글이 자사의 인프라를 정확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데이터센터 내의 네트워크 전송속도는 초당 1.13PB(PetaBytes)이었으며, 서버는 2012년 기준으로 총 180만대가 넘고, 계산용량은 40PF(PetaFlops)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는 그 규모가 훨씬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알파고 이상의 인공지능 개발이 얼마든지 가능한 환경이다.
구글 뿐만이 아니다. 아마존, MS, IBM 등도 자체적인 고성능 대용량 병렬컴퓨팅 환경을 구축 및 보유하고 있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는 사례로는 2012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PRACE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캐나다 또한 캐나다컴퓨트(CanadaCompute)를 추진해 자국의 연구자들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및 빅데이터 처리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가 이처럼 경쟁적으로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 투자하는 것은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발전을 위해 컴퓨팅 환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훌륭한 요리를 위해서는 풍부한 재료, 요리사의 실력, 그리고 그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주방이 필요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보다 의미 있고 완성도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이 ‘삼박자’를 골고루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인공지능’ 역할을 할 수 있다.
재료, 실력, 주방 등 3박자 갖춰야 성공
인공지능에서 완성된 딥러닝을 좀 더 직관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면, “나는 컴퓨터에게 이 동물이 고양이라고 학습시킨 적이 없다. 그런데 컴퓨터는 고양이를 알아보았다”와 같은 상황이 가능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F( )’ 가 소위 알 수 없는 ‘블랙박스’로 대변되는 강한 인공지능을 표방하기도 한다. 이는 인공지능이 도출할 결과를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로 엘론 머스크나 스티븐 호킹은 강한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발명한 마지막 발명품(제임스 배럿)”이라고 말할 만큼,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과 작곡한 음악 등은 인간을 흉내 내는데 분명 뛰어나다. 최근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은 의료, 금융,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영화 예고편을 직접 편집하기도 했다. 천 개의 영화 예고편을 학습하고, 스릴러 영화인 모건(Morgan)의 예고편을 만들었다. 컴퓨터가 편집한 작품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면 전문가가 만들었다고 생각할 만큼 잘 만들었다.
구글의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인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활용해 드라마 대본 학습 후 새로운 에피소드를 작성한 사례도 있다. 구글은 음악을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는 알고리즘 마젠타(Magenta), 초현실 또는 몽환적인 느낌의 그림을 창작해 내는 딥드림(DeepDream) 등을 통해 예술분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소니는 플로우 머신(Flow Machines)이라는 인공지능에게 1만3천여 곡의 음악을 학습시키고 상당한 수준의 팝송을 작곡할 수 있도록 했고, 사진 전문 SNS 아이엠(EyeEm)은 사진의 예술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인공지능 큐레이터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딥짐벌(DeepGimble)은 학습된 풍부한 어휘를 바탕으로 1분 내에 시를 쓰기도 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 자동화(Automation) 개념을 넘어서서 인간의 감성적인 영역까지도 흉내 낼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인공지능 즉, 컴퓨터는 결국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도구이다. 특이점(Singularity) 이론으로 유명한 레이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은 그의 저서(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이 더욱 진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인공지능이 더욱 발달하게 되면, 비로소 인간은 컴퓨터와의 융합을 통해 보다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게 되고 불필요한 노동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그럼, 우리는 지금의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시점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는 아이를 올바르게 교육시키고 이끌어 주는 노력은 결국 어른들의 몫이다. 체력도 길러야하고, 기술도 가르쳐야 하고, 투자도 해야 한다. 더 똑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더 가치 있고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며, 더 나은 이상을 위한 도구로 공존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중요한 사명이 주어졌다. 문제는 인공지능 자체가 아니라, 이 인공지능을 정의하고 바르게 가르치는 것에 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