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 심상치 않다

날짜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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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영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혹시 가격담당 직원의 실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은 낮고, 성능과 디자인은 탁월한 중국제품. 속칭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가 높은 중국제품을 일컫는 ‘대륙의 실수’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대륙의 실수 시리즈는 휴대용 보조배터리, 이어폰, 스마트 밴드, 휴대용 스피커 등 IT액세서리로부터 스마트 체중계, 액션캠, 프로젝터, 미니드론, 공기청정기, 스마트 정수기, TV, 스마트폰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홈쇼핑TV와 인터넷 쇼핑사이트에서는 대륙의 실수 시리즈 기획전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륙의 실수에 대한 소개와 이용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대륙의 실수를 선도하고 있는 샤오미의 제품 판매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그야말로 뜨거운 반응이다.
    • 대륙의 실수에 대한 이러한 국내의 열풍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먼저, 대륙의 실수에 대한 국내의 높은 관심은 중국 제품에 대한 기존 인식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저가격, 저품질’이 국내에서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대륙의 실수와 관련하여 중국업체들이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마케팅이나 광고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 대륙의 실수는 AS를 받기 어렵다는 점, 그럼에도 국내 소비자들이 이들 제품을 구매하고 제품 후기나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광고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륙의 실수가 중국 IT제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특히 젊은 연령대의 소비자를 중심으로 대륙의 실수가 소비되고 있는 점은 향후 중국제품에 대한 인식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둘째, 대륙의 실수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열광은 국내 IT 제조기업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자문(自問)하게 한다. 최근 대륙의 실수 품목이 1~2만 원대에서 20~40만 원대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고가 IT제품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이슈로는 샤오미 스마트폰에 대한 공동구매, 직구 경험과 사용기가 늘어나고 있다. ‘외국산 IT제품의 무덤’이라는 국내에서 대륙의 실수 열풍은 국내 IT기업이 유리한 경쟁 조건을 가진 홈그라운드에서도 이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을 시사한다. 대륙의 실수는 국내 IT 제품이 중국 제품에 대해 가지는 차별점(품질, 디자인 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셋째, 대륙의 실수로 대표되는 중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최근 국내 IT제조업체의 움직임은 성능과 디자인을 강화하고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국내 IT제품의 가격 인하는 중국 제품과 비용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업체의 성능과 디자인 강화 방향의 경우 고성능 하드웨어, 소재의 고급화에 치우쳐져 있다는 평가도 있다. 문제는 하드웨어부문의 경쟁우위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더 이상 국내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많은 기기가 서로 연결되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시대에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이 경쟁측면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들은 소프트웨어에서 경쟁력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드웨어의 혁신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시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 대륙의 실수라는 용어는 재미있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륙의 실수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열풍은 합리적인 가격수준의 편의성 높은 제품에 대한 갈증인 동시에 국내 기업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 대륙의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 수도 있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9월 24일자 [디지털산책]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