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공지능법인가?

날짜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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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명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법적인 문제를 떠나 윤리는 우리 사회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규범이다. 생소한 분야라면 법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해당 분야의 발전이나 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다. 다만 사회적 합의에 따른 가이드라인의 제시는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문제가 커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는 오래되었지만 SW 및 HW의 기술과 성능의 발전에 따라 급부상하고 있는 분야이다. 법적인 논의보다는 산업적인 이용에 대해 집중해왔다. 따라서 인공지능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 없는 이상, 윤리가 이에 대한 기준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예측할 수 있는 규범 안에서 운용될 수 있을까? 예측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은 낮지 않다. 이러한 우려에 따라 정부는 2007년에 로봇윤리헌장 초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개발자의 윤리의식에 대한 규범적 가치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로봇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로봇은 센서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어 상당한 능력을 얻게 된다. 만약 로봇이 윤리적이지 않다면, 또 그렇게 설계되었고 자가 증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 우리는 윤리를 배우고 사회적 질서를 훈련받는 교육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종의 사회화를 통해 사람 또는 사물과의 관계를 배운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하지만 그것은 많지 않다. 이러한 사회화 과정과 달리 로봇은 최초 프로그래밍된 형태의 ‘DNA’를 따르게 된다. 물론, 그 DNA를 스스로 조작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윈의 적자생존이나 진화는 수세기를 거치면서 이루어졌다면 로봇의 자기진화는 순식간에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로봇이 인간의 구속을 벗어나 자율성을 갖게 되면 인류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SF에서 상상하던 현실이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인공지능은 로봇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능형 SW로 불리우는 수많은 웹로봇이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정보를 크롤링(Crawling)한다. 지능형 에이전트로서 웹로봇은 인터넷의 정보를 가져오지만, 여기에 스스로 인지능력을 갖춘 시스템이 탑재된다면 전능한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실제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인 왓슨(Watson)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집단지성을 활용함으로써 의료 분야를 포함하여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 조금 더 현실로 돌아와 보자. SW가 기사를 쓰고 알고리즘(Algorithm)이 주식 거래를 하고 있다. 일정한 변수를 제시하면 그에 따른 주식거래나 기사작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간의 능력이 대체되고 직업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하여 사람의 직업이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염려된다.
    • 산업 로봇에 의한 직업의 대체는 오래전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지능형이자 인간형 로봇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예를 들면, 2000년 혼다의 인간형 로봇인 아시모(ASIMO)와는 달리 그동안의 기술발전은 KAIST 휴보(Hubo)나 페퍼(Pepper)가 실생활에서 많은 일을 대체할 수준에 이르렀다. 아직은 영화 속 얘기이지만, 머잖아 많은 사람들이 영화 허(Her)에서처럼 OS(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게 될지 모른다. 궁극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 반면 인공지능의 우려도 작지 않다. 즉, 현실은 로맨스를 벗어나 실제 전쟁을 대신하는 로봇도 개발 중이다. 전쟁 로봇은 자가 인식을 할 경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기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
    • 또 다른 문제이지만 로봇의 지능을 복제하는 경우에는 모든 면에서 동일한 로봇 클론(Clon)이 만들어진다. 허락 없이 복제하는 경우라면 지식재산권 침해를 떠나 동일한 객체가 생성됨에 따라 윤리적인 면에서의 논란도 예상된다.
    • 로봇에 대한 보안이나 해킹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무인 자동차의 해킹 이슈는 직접적인 사례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 인공지능은 많은 편의성을 제시하지만,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개발하거나 프로그래밍할 때에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고민은 전세계적인 것일 수 있다.
    • 최근 폭스바겐처럼 연비를 임의 조정하는 SW는 아주 작은 단초에 불과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하물며 인공지능이야 이에 비교나 될 수 있을까?
    • SW는 산업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인류를 위한 문화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로봇은 가장 인간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로봇이 도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인간과 공존할 수 있도록 틀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을 프로그래밍하는 엔지니어와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윤리적 수준이 법적으로 담보되어야 한다.
    • 결국,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적 고민의 결과가 단순한 법제의 정비가 아닌 어떠한 법철학이 로봇과 인공지능에 적용돼야 할 지에 대해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한다. 그 자체가 SW이며 다양한 네트웍의 연결에 의해 구조화될 인공지능에 대한 법제도적 고민은 SW에 대한 이해와 성찰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 로봇 윤리 헌장 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