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고 일컬어지는 해당 용어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이다.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을 말한다.
공유경제라는 용어가 갑자기 등장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데에는 소프트웨어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로 존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유에는 기본적으로 전달에 대한 비용이 든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유통인데, 과거에 공유경제의 발달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유통에 드는 비용이 공유에 의한 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기반이된 인터넷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공유경제는 크게 탄력을 받게 된다. 공유경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공유의 핵심은 반자본주의가 아니라 ‘협력’이다. 자본주의의 과도한 경쟁에서 발생하는 중복투자의 비효율을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어 제한된 자원에 기반하여 고효율을 필요로 하는 미래의 경제모델로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미래의 경제모델이 소프트웨어분야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일상적이었다면 믿겠는가? 바로 소프트웨어의 기본적인 속성인 ‘재사용성’은 유통에 드는 비용이 제로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컴퓨터라는 물리적인 장치에서 동작하지만, 물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것은 해당 소프트웨어를 복제하고 사용에 대한 허락에 대한 비용이지,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소프트웨어는 최초 누군가가 만들어 놓으면 이를 복제해서 사용하는 비용을 내는 것이다. 공유경제에서 이야기된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서 쓰는 ‘협력 소비’의 가장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요건에 해당되고,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인 프로그래밍은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이용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하나 더 있다.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서 쓰는 ‘협력 소비’가 아니라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서 만드는 ‘협력 생산’의 개념까지 가지고 있는데 바로 소프트웨어에만 존재하는 오픈소스이다. ‘소비’가 주로 주목받는 공유경제가 ‘생산’에까지 확장해서 쓰이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오픈소스의 모델은 제품 자체로서 이윤을 남기기보다는 제품이 널리 퍼져 공유됨으로써 만들어지는 생태계에서 수익을 얻는다.
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행태를 보면,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차별화하여 좀 더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던 기존 제조업의 기업활동과 큰 차별성을 가진다.
먼저 구글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 공개된 기술은 적당한 수준의 제품으로 시장에서 승부할 수 없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어 전체의 기술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기존의 서비스에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같은 지적자산과 생태계 전체가 기술보다 강력한 경쟁력으로 동작하게 되어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온다.
혹은 구글과 같은 선도 기업이 아닌 새로운 영역 혹은 새로운 방법으로 도전하는 스타트업과 같은 기업의 경우, 적은 비용으로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확산시키는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오픈소스 기술이 공산주의자들의 논리처럼 받아들이는 선입관도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오히려 더 승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반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를 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좋은 무기가 되어 시장의 역동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렇게 오픈소스는 시장과 기업에 경쟁력으로 동작할 수 있다.
또한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큰 경쟁력의 수단이 된다. 오픈소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데에는 ‘Github’라는 온라인 공개 레파지토리(Repository) 서비스가 그 축을 담당했다. 오픈소스라고 하면 소스를 공개하는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오픈소스의 또 하나의 큰 의미는 공개된 소스가 아니라 소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기록도 포함한다.
오픈소스가 특정 시점의 스냅샷이라면 이러한 사람들의 활동 기록들은 소스의 진화의 모습과도 같으며, 개개인에게는 역량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이 역량은 소프트웨어기술에 대한 역량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협업에 대한 수준까지 포함할 수 있어, 기업들이 인력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이다. 다시 말하면 오픈소스의 활동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척도에도 사용될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 많은 자격증과 학위들이 남발한다. 그러한 이유는 기존의 자격증과 학위에 대한 믿음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픈소스는 개인의 활동 이력이 남을 뿐만 아니라, 그 이력을 프로그래밍을 통해 처리나 가공도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코드보다 더 좋은 자격증명은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너무 바쁘다. 월화수목금금금이라 할 만큼 주변을 둘러볼 틈이 없다. 기업들도 일정이 급한데 인력이 오픈소스와 같은 한가한 활동을 하기 원하지 않는다. 결국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은 창조라고 말하고 있지만, 만들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창조력을 발휘할 환경은 갖추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조금 더 멀리 생각해보면 기업의 입장이나 개인의 입장에서도 질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선망의 대상이다. 국가나 기업 혹은 학교에서 정한 교육시간 몇 시간. 이런 것보다도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는 오픈소스 활동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모든 것이 측정되고 기록되어야 한다. 그리고 오픈소스가 그렇다. 오픈소스를 단순히 인터넷에 공개된 소스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활동으로 인하여 만들어지는 거대한 사회혁신과 혁신을 이루는 경쟁력으로 봐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오픈소스 활동에 꼭 필요로 한 여유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주는 복지가 아니라 투자로 봐야 한다.
미래는 오픈소스가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역사는 짧다. 마흔이 넘으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아직까지 진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은퇴를 한 세대는 당도하지 않았다.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60세 이상의 나이가 되어 은퇴하는 시점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노인정에서 종이학을 접는 것이 아니라 코딩을 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치매에 훨씬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70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성공신화도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창조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어떤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것이었고, 그것이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