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과학기술(Scientific Technique)을 생활에서 벗어나 연구소나 기업에서 수행하는 연구 활동의 결과로 보는 경향이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 순간 확인하는 스마트폰은 SW를 포함한 다양한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기술적 총아(寵兒)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류는 사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증기기관의 발명을 통해 산업혁명을 이끌었지고, 에너지 손실을 극복하기 위해 디젤엔진이 발명되기도 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쳐왔고, 그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과학기술은 사람들에게 편리한 경제적인 산물을 제공하기도 하였지만, 사회문제, 환경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문제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계약과 다양한 관리 방법이 만들어졌습니다. 2003년 Nelson 교수가 언급한 사회적 기술(Social Technology)은 경제학에서 사용되지만 과학기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기술이란 ‘법, 제도, 화폐, 도덕규범 등 사회를 지탱하고 유지하는 체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사회적 기술은 과학기술이 만들어놓은 결과를 이용하여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체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적 기술은 과학기술이 미처 깨닫지 못한 방향과 방법을 찾고, 그에 따른 해석을 통해 사회문화(Social Culture)를 형성하게 될 것입니다. 사회적 기술은 다양성을 가지고 과학기술의 성장 및 활용을 지원합니다.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설계된 제도는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하고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급기야는 분쟁으로 확대되곤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법률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합니다.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지는 법률은 정책을 통해 그 한계를 극복하기도하며, 정책이 갖는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법률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법과 정책의 공진화(Coevolution) 현상은 사회적 기술이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합리적으로 운용(運用)되는 사회적 기술은 과학기술 투자와 기술자 우대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다만, 그 동안의 기술결정론(Technological Determinism)에 따른 ‘기술중심’ 정책보다는 ‘사람중심’의 가치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일례로, HW에 머물던 초기 SW기술은 1969년 IBM의 반독점 문제로 인하여 HW와 분리(unbundling)되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게 됩니다. 즉, SW는 HW와 별개로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전환은 SW에 대한 투자를 이끌었고, 그 동안 SW가 가지고 있던 ‘SW는 HW에 종속된 것’이라는 보편적인 인식을 바꿔놓게 됩니다. SW의 발전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HW의 컴퓨팅 성능 향상을 이끌게 됩니다. 스마트폰은 SW와 HW가 상호작용을 통해서 발전해가는 대표적인 모습이자 현상이기도 합니다. SW가 단순하게 HW의 기능을 도와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DNA의 분석, 화성 이주 계획, 인공지능 로봇이나 무인자동차, 웨어러블(Wearable) 컴퓨팅의 생활화,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비즈니스의 설계 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 SW라는 과학기술이 사용되고 또 뒷받침하고 있지만, 실상 적용과정에서는 사회적 기술이 SW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회적 기술은 법과 제도만이 아니라, 넓게는 문화도 그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 역시 그것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과학기술과 사회적 기술은 상호영향을 주면서 발전할 것입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정책적인 목표라는 미명(美名)하에 과학기술의 역할을 부정하거나 배척하여, 의도하지 않게 산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게임SW분야의 셧다운제도와 결제한도의 제한, SW서비스로서 포털 등에 적용된 인터넷 실명제나 삼진아웃제 등은 사회적 기술이 잘못 설계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처럼 신뢰 없이 만들어내는 규제는 시장의 성장을 어렵게 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보이곤 합니다. 사회적 기술이 잘못 설계되거나 적용되면 과학기술의 퇴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제도의 설계에 있어서 이해관계자간 신뢰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뢰는 공익이라는 가치로 대별될 수 있지만, 이해관계자 간 신뢰를 얻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면 서로 어느 정도 감내하지 않을까요? 규제의 방향은 이해관계자 및 시민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가는 스마트 규제(Smart regulation)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 기술과 과학기술 간의 공유와 협력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정책적 배려를 통해 혁신을 일으킬 성장동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의 가치는 과학기술만의 혁신이 아닌 사회적 기술을 통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하고, 사람중심의 가치를 실현하게 될 때 그 의미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