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창업기업은 많지 않다. 성공한 창업기업이 오래 가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특히 정보통신분야에서는 전체 창업기업의 35%가 1년내, 70%가 4년내에 폐업한다. 급격한 기술변화와 전쟁 같은 시장 경쟁을 이겨내는 기업은 신화를 만든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혁신역량을 끊임없이 전면적이고 동시적으로 투입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구글은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두 명의 대학원생이 창고에서 시작해 17년만에 직원 5만명이 넘는 대기업이 되었다. 단 한 번도 성장을 멈춘 적이 없다. ‘검색 황제’가 의료, 우주, 자동차의 제왕 자리를 넘보고 있다. 구글은 왜 이토록 다양한 변신을 추구하는 것일까? 구글의 이같은 지속 혁신 비결은 무엇일까? 해답은 ’양손잡이(Ambidexterity) DNA’에서 찾을 수 있다. 구글에 존재하는 특별한 혁신 DNA이다. 한때 초일류기업 이었던 노키아나 모토롤라등이 박제화된 공룡으로 쇠퇴하는 것과 지금도 지속성장 가능성을 현실화 하고 있는 구글의 차이점을 혁신 DNA가 설명하는 것이다.
양손잡이 조직 이론은 Tushman & O’Reilly (1996)가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이 ‘점진적 개선(Exploit)’과 ‘근본적 혁신(Explore)’이라는 상반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활동을 동시에 실행하고 있음을 보인 연구로 주목받았다. 효율과 혁신이 DNA의 이중 나선(double helix)에 비유된다면 이를 잇고 있는 염기에 해당하는 것은 4Ps 즉, ‘기업철학(Philosophy)’, ‘업무 프로세스(Processes)’, ‘인재(People)’, ‘제품(Products)’이다. 이 네 가지를 혁신과 효율이라는 두 나선위에 어떻게 연결(alignment)시키느냐에 따라 양손잡이 조직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 있다.
구글은 한손에는 ‘효율’을 다른 손에는 ‘혁신’을 올려두고 IT산업을 주도한다. 구글은 창업초기부터 검색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내부적으로 Google Labs, Google X 등의 조직을 통해 부단한 혁신 탐색을 추구해 왔다. 최근에는 Alphabet이라는 지주 회사 체제로 조직을 개편, 각 독립 사업부 단위로 ‘효율’과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구글은 양손잡이 DNA를 통해 표방하는 기업 철학, 이를 구현하기 위한 업무 프로세스, 그리고 역량을 발휘하는 인재들이 어떻게 끊임없이 혁신 제품을 창출하고, 이로 인해 성공적으로 지속 성장해 가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구글이 시사하는 것은 첫째, 기업 혁신 DNA의 바탕이 되는 기업 문화는 이식성이 있으나 상대적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방은 가능하지만 성공적인 정착은 기업의 문화적 토양에 달려 있다. 둘째, 양손잡이 전략의 구사는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 양손잡이 조직은 단순히 기존사업과 신규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으로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원동력을 끊임없이 찾아가겠다는 전략적 유연성 목표가 전제되어야 한다. 셋째, 현재의 기업 상황에서 점진적 진화(Evolution)가 아닌 근본적인 변화(Revolution)가 필요할 때라면, 기업철학의 재검토, 혁신탐색을 위한 조직 신설과 프로세스 개편 등의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
양손잡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선도기업들이 흔히 범하는 성공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고통스런 혁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맹목적 모방이 아닌 혁신DNA의 정밀한 파악과 정교하고 과감한 이식이 요구된다. 급변하는 경쟁 환경속에서 다양한 비즈니스의 기회를 포착하고 선점하기 위한 양손잡이 DNA는 현대 SW기업의 생존에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