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규제라는 말이 유행이다. 지금까지는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만 나열하고 나머지는 금지하는 포지티브규제를 채택해 왔는데, 이제는 법률에는 금지사항만 나열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것으로 간주하자는 네거티브규제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네거티브규제는 지난 몇 년 간 SW중심사회를 대비하고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방안 중 하나로 여러 언론에서 언급되었고, 이제는 대통령도 국회연설에서 그 방향성을 천명한 바 있다.

사람들은 왜 네거티브규제를 선호하는가? 경제적 측면에서는 금지사항 외에는 전부 사업을 할 수 있는 제도가, 할 수 있는 사업만 나열한 제도보다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사업을 더 많이 찾아낼 동기를 부여한다. 이러한 유인동기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와 물건들은 사람들의 생활을 보다 더 풍요롭게 해 준다. 결국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네거티브규제를 통해 불필요한 정부규제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불필요한 규제를 찾아내고 개선할 수 있을까? 시장원리에 위배되는 규제, 경쟁을 억제하는 진입규제, 개인과 기업에게 큰 부담을 주는 규제 등을 생각할 수 있는데, 보다 엄밀하게는 비용이 편익보다 높은 규제일 것이다. 여기서 비용은 개인이나 사회에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를 의미하며, 정부의 규제 강제 및 관리 비용, 기업과 소비자의 규제준수비용이 포함된다. 편익은 개인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모든 요소를 말하며, 규제로 인한 제품 가격 인하, 서비스나 소비자안전도의 향상 등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이론적 틀을 정부규제론이라 한다.

헤이딜러라는 인터넷 중고차 경매서비스를 제공하던 회사가 지난달 돌연 서비스 중지를 선언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중고차 소유자가 좀 더 비싼 가격에 딜러들에게 중고차를 팔 수 있도록 경매를 흉내낸 비교견적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온라인 경매사업도 3300제곱미터의 주차장 등 대규모 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돼 위법사업자로 전락하게 되자 서비스를 포기한 것이다.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이 국민들을 위해 필요한 규제인지 아니면 불필요한 규제인지 정부규제론의 비용편익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한해 230~240만대의 중고차가 거래되는데,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는 중고차 딜러, SK엔카, 현대글로비스 등의 대기업 직영점과 오프라인 경매장, 보배드림 등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로 구성되었다. 대부분의 중고차 소유자는 자신의 차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를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를 통해 가늠해 보곤 한다. 그러나 사이트에 게시된 대다수 차량의 가격은 중고차 딜러가 소비자 판매용으로 수리 및 세차한 비용 및 수익을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자신이 중고차 딜러에게 팔 때 얼마를 받는 것이 적당한 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여러 중고차 딜러들을 찾아다니며 판매가격을 협상해서 제일 높은 가격에 팔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브랜드가 있는 대기업 직영점이나 오프라인 경매장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수수료가 높은 편이고, 제일 높은 가격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널리 보급된 스마트폰을 활용해 다수의 딜러들에게 비교견적을 받아 제일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딜러에게 파는 것이 중고차 소유자들에게는 이익이 된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초 헤이딜러나 바이카(Byecar)같은 온라인 경매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하였고, 중고차 소유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었다.

헤이딜러 같은 온라인 경매서비스의 등장으로 브랜드나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SK엔카 등 대기업 직영점과 오프라인 경매장 측에서는 판매용 중고차 수급에 일정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중고차 딜러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므로 이익은 줄어들지만, 중고차를 헐값에 사들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오명을 벗을 수도 있고 정직한 다수의 중고차 딜러가 중고차 확보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중고차시장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향상되어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된다.

그런데 개정 자동차관리법으로 인해 온라인 경매서비스 업체도 3300제곱미터의 주차장 등 수백억 원 짜리 시설을 갖춰야 해서 자금여력이 부족한 신생 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될 경우 중고차 소유자들은 자기 차의 시세대로 가격을 받을 수없게 되고 선량한 중고차 딜러들은 판매용 중고차 입수 루트 중 하나를 상실하게 되어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은 규제비용의 증가이다.

개정 자동차관리법은 “온라인 경매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기존 자동차경매장과의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중고차 성능점검 등 소비자보호 제도의 적용을 위해 시설기준을 부과하고 처벌규정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온라인 경매업체들은 중고차 구입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지 않기 때문에 구입자들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점이 없으며, 오프라인 자동차경매장사업자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되었다.

또한 다수의 중고차 딜러들은 온라인 사이트에 존재하는 허위·미끼매물 문제를 거론하며 여전히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중고차 소유자가 직접 자신의 중고차를 매물로 내놓고 문제발생시 사업자가 이용금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허위·미끼 매물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매우 적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규제로 인한 소비자 편익의 증가는 거의 없다.

결론적으로 개정 자동차관리법은 중고차 소유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자동차경매장 또는 대기업 직영점의 반사이익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편익을 크게 초과하는 규제라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토교통부가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온라인경매업에 대한 규제를 최소한의 사무실과 자동차 관련 정보 표시 의무로 크게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중고차 온라인 경매업이 합법적 새로운 사업형태로 커 나갈 것이다.

헤이딜러 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교훈은 분명하다. 기존 중고차 시장의 구조와 문제점, 그리고 “중고차 온라인 경매업”의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규제를 강화하려다 발생한 부작용이다. 정부는 산업 관련 법률의 개정 시 해당 산업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하고 해당 개정안이 사회 전체의 편익을 늘릴 수 있는지 여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비용이 편익보다 높은 섣부른 규제는 재앙을 부른다.

키워드 월간SW중심사회 2016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