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덕 소프트웨어는 10년 전부터 매년 ‘오픈소스의 미래’라는 조사를 실시해 왔다. 이 조사에서는 몇 가지 기억해 둘 만한 결과가 있다. 2011년부터 기업들은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보다 혁신이나 품질을 꼽았다. 2015년에는 조사 대상 기업의 78%가 오픈소스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2016년에는 65%의 기업이 오픈소스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으며, 90%의 기업이 오픈소스가 효율성과 상호운용성, 혁신을 증진한다고 응답했다.
이제 오픈소스를 가지고 개발하는 일은 생각보다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하지만 오픈소스에 기반한 기업차원의 기술혁신을 이루어 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필자가 여기서 정의하는 오픈소스 기술혁신이란, 오픈소스에 기반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거나, 생산 등의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거나 효율화하는 것이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란 태생적으로 공유와 개방을 통해 사회적 가치가 증가하고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기존 사용자는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 이를 우리는 네트워크 효과라 부른다. 공유와 개방은 혁신을 위한 창의성도 이끌어 낸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저명한 심리학자 Amabile은 조직 내에서 창의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환경요인 중에서 충분한 정보에 대한 접근 정도가 중요함을 꼽았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이렇게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공유와 개방의 문화를 흔히 해커 문화라 이야기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술 혁신의 성공 요인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분산된 피어 리뷰(Peer Review)와 프로세스 투명성(Process Transparency)이 핵심 성공 요인으로 주목되었다. 즉, 공개된 소스코드의 수정사항에 대한 리뷰는 피어(Peer), 머져(Merger) 단위에서 분산되어 일어날 수 있어야 하고, 개발 및 테스트 등의 프로세스는 대중에게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스코드를 개방하거나 오픈소스에 기여하고, 활용할 때 조직 차원에서 준비가 되었는지 미리 숙고해보아야 할 사항이다.
현재, 국내외 기업에서 관련 정보가 공유 및 리뷰되는 수준은 다양하다. 팀 단위, 사업부 단위, 또는 소셜미디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을 사용하여 전사 단위로 공유하기도 한다. 프로세스를 공개하는 수준도 다양하다. 팀·사업부·전사 단위, 또는 기업 외부 파트너에까지 공개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보의 공유와 프로세스 투명성’의 수준이 모두 다르기에, 오픈소스는 대중화되었지만 오픈소스 기술 혁신은 아직 대중화가 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보자. 오픈소스 기반으로 기업 내에서 독자 개발한 기능을 오픈소스 개발 커뮤니티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 오픈소스 코드 수정사항에 대한 투명하고 분산된 리뷰를 거치지 않으며, 오픈소스 본 프로젝트 자체에 포함될 수도 없다. 따라서 해당 오픈소스 신규 릴리즈(Release)에서 관련 변경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 기능 개선이라는 형태로 이끌어낸 혁신이 기업 내에서 사일로 형태로 유지보수하다 사장되어 버릴 수도 있다. 즉, 오픈소스 기술혁신의 장점을 레버리지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기업 차원에서 제품 차별화 등을 이유로 오픈소스에 추가된 소스 코드를 기업의 고유한 자산으로 보호하겠다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필요한 비용 대비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냉철한 비용편익분석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정보의 공유’나 ‘프로세스의 투명성’은 오픈소스와 다른 개념이지만, 함께 가야 하는 개념이다. 오픈소스는 개발 방식일 뿐 아니라 생활 방식이고, 오픈소스를 활용한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픈소스의 철학을 이해하는 조직의 투명성과, 수평적인 정보 공유가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오픈소스 기술혁신을 하고 싶다면, 프로세스와 정보를 점유하고 있지만 말고, 공유하고 개방하자. 그렇게 될 때, 우리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집단 지식의 진화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