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한 IT서비스 산업, 무엇이 문제인가?

IT서비스업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통계상으로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가 2012년 이후 4년간 평균 7% 성장했는데, 덩치가 가장 큰 IT서비스업이 평균 대비 약 절반에 불과한 3.7% 성장에 그쳤다. 신규 시스템 수요가 감소하고 경기가 침체하여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IT투자를 하는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1)

이 때문인지 대형 IT서비스 기업인 삼성SDS는 기업분할로 존폐설이 나돌고, LG CNS는 사업을 축소했으며, SK C&C는 SK와 합병해서 정체성이 퇴색했다. 또 중견IT서비스 회사인 대우·쌍용·대보정보통신, 아이티센, LIG시스템, 농심NDS 등은 적자만 면해도 다행인 상황이다.(2)

이렇게 산업 전체가 어려운 이유에 대하여, 누구는 대기업 위주의 시장구조 때문이라고 하고, 누구는 발주자(고객)의 갑질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대기업 참여하한제와 하도급 제한 같은 규제를 만든 정부에게 탓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산업이 가진 역량을 논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역량은 시장구조, 제도와 함께 중요하게 논의해야 하는 생태계 요소이다. 그래서 이제라도 IT서비스의 본질상 핵심역량이 무엇이며, 글로벌 차원에서 우리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부족한 역량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묻고 답할 때다. 이를 위해 선발자 미국과 후발자로서 성공을 거두었던 인도의 IT서비스 산업이 지나온 길을 먼저 살펴보고, 다음으로 우리의 역량 수준을 알아보자.

미국의 부활과 인도의 위기에서 배울 점

미국 IT서비스는 1960~1970년대 메인프레임 컴퓨터(Mainframe Computer)를 이용한 중앙처리 서비스에서 성장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들어 PC와 서버로 분산처리 하는 사업이 크게 성장하였다. 이러한 미국도 2000년대 들어 버블붕괴, 금융위기와 함께 PC를 대체하는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정체를 겪는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하는데 성공하고,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서비스 기업으로서의 브랜드를 확립한 후(3), 최근에는 IoT와 AI 등 최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의 주도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을 이루어낸 대표 기업인 IBM과 Accenture가 2000년대 침체기에 구사한 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 바로 아웃소싱의 활용이다. 상당수의 일감을 해외 저임금 국가에 Off-Shore로 맡기면서 자신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데 집중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기업의 아웃소싱 추세에 기회를 잡은 것이 인도기업들이었다. 인도 IT서비스 기업들은 70년대 까지만해도 고객 사이트로의 인력파견(Body Shop)이 주력 사업모델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다국적 IT기업의 핵심 하청업체로서 단순 파견이 아니라 인력관리·통제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책임지는 해외개발(Off-Shore)로 발전하더니, 2000년대 이후 미국기업으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마케팅을 하는 글로벌 서비스(Global Delivery)로까지 발전했다.(4) 2002~2007년 Accenture 한 개 회사가 인도·브라질 등에서 확보한 아웃소싱 인력이 7만5천명에 달하는 호황이었다.(5)

이랬던 인도 IT서비스 산업이 요즘 위기이다. 2011년 고점 당시 27%에 달했던 위프로 등 인도 IT서비스 4사 매출 성장률이 2016년 상반기 기준 6% 수준으로 장기적인 하락추세 이다. 인포시스는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증가 등 체질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6)

인도기업 부진의 표면적인 이유는 전통적인 IT서비스와 상충하는 클라우드의 확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클라우드로 대체되는 IT서비스 업무는 코딩, 테스트, 배치, 운영으로 이어지는 하류공정 뿐이다. 요구분석, 개념·논리설계로 이루어진 상류공정은 클라우드가 대체할 수 없다. 애초에 미국기업이 인도에 외주를 줄 때는 상류공정은 미국에서 수행한 후에 명세서(설계)를 바탕으로 하류공정만 인도기업이 수행하도록 계약을 맺는 구조였다.(7) 인도기업에게 기회를 주었던 하류공정의 아웃소싱이 이제는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반면 PWC컨설팅을 인수한 IBM과, 애초부터 회계법인으로 출발한 Accenture 모두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역량은 놓지 않았다.

IT서비스의 본질적 역량 : 비즈니스 지식과 분석·설계

IT서비스의 본질을 알려면, IT서비스의 지식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IT서비스는 전형적인 고객 맞춤의 주문형 사업으로서 고객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깊숙이 관여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며 다른 사업자가 모방하기 어려운 특수지식을 보유하게 된다.(8) 그러므로 IT서비스는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최적화(설계)하는 과정이 본질적 역량이다.

나머지 하류공정(코딩,테스트,운영)의 경우, 적어도 IT서비스에서 만큼은 본질이 아니다.(9) 그래서 미국기업도 상류공정을 위한 도메인 지식과 설계능력을 가진 비즈니스 아키텍트급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되, 하류공정은 인도에 아웃소싱하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한국 IT서비스가 전산실 모델에서 벗어나 도약하려면

우리나라 IT서비스업은 1980년대 후반 대기업 별로 내부 계열사의 전산실을 통합하면서 시작되었다. 같은 회사에서 분리하다 보니 계약에 입각한 상류공정과 하류공정의 엄격한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199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인 아웃소싱의 유행, Y2K 우려, 인터넷 붐을 타고 IT아웃소싱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IT서비스 업체들의 일감이 늘어나면서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공정을 분리하지 않고 일괄발주를 하다보니 분석·설계의 중요성은 간과되었다. 분석·설계 없이 도급계약 금액을 산정하느라 감으로 투입인력 수·기간을 원가로 잡고 일정한 마진을 더하는 이른바 헤드카운팅 방식으로 제안했다. 일괄발주는 행정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발주자의 편의에도 부합하는 것처럼 보였다. 맡겨주면 다 알아서 해주겠다는 식이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 IT서비스는 인도의 초기단계에 해당하는 인력파견업 수준이다. 헤드카운팅은 생산성과 품질이 높은 소수의 우수인력이 수행할 수 있는 일을 투입인력 모두가 수행하고 동일하게 보상받는 구조로 IT서비스에서 기술력을 축적하려는 동기를 차단하고 우수인력이 떠나게 만든다.

해외 원격개발은 엄두도 못내고, 국내 원격개발은 검토하지만 도입사례는 찾기 힘들다. 개발자를 옆에 두지 않고 일을 시킬 때 꼭 필요한 설계서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아키텍트 인력이 나올수 없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희망이 없어 아예 버려야 하는 산업인가? IT서비스는 포기하기에는 일자리 창출과 연관산업효과가 너무 크다.(10) 고객과 기업 모두 전산실 모델에서 벗어나 방향을 바꾼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어디일까? 미국과 인도의 교훈, IT서비스의 본질을 고려했을 때 서비스화와 상류공정으로의 이동이 우리의 방향이 될 수 있다.

첫 번째 방향인 서비스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서 미국기업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분석·설계역량을 바탕으로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사업에서 성장하고 있다. 고객기업의 인사, 물류 등 업무를 외부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BPO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지식을 핵심역량으로 하는 IT서비스업의 사업모델로서 손색이 없다. 최근 삼성SDS는 물류BPO의 매출증가가 SI사업의 매출감소를 상쇄하고 있고, SK C&C는 홍하이社 중국 충칭 스마트팩토리와 결합한 BPO를 맡으면서 합작사 까지 설립했다. 대우정보시스템의 모회사인 메타넷은 BPO사업이 주력인 Accenture의 한국법인을 인수하기도 했다.

두 번째 방향은 현재의 주력인 SI개발과 유지보수에서 상류공정으로 이동하여 컨설팅과 분석·설계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류공정을 꼭 붙잡되 하류공정은 해외에 아웃소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분석 할 만한 고객사의 비즈니스가 우선 존재해야 하고, 해당 분석을 반영하여 해외에 개발을 맡길 수 있는 수준의 소프트웨어 명세를 만들어 내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인도는 미국기업 없이 자체적으로 BPO와 분석·설계를 수행할 대상 비즈니스가 없었지만,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이러한 비즈니스를 꽤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민간 대기업·중견기업과 공공부문의 전자정부이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갈 길은 미국은 물론 인도와도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 IT서비스업의 역량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에 충분한 수준일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16년 7월에서 12월까지 발주기관 70개와 IT서비스기업 140개를 대상으로 상류·하류공정 수행역량을 조사한 결과, 상류공정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다행히 일부 관리역량을 제외하고는 엔지니어링 역량은 어느 정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발주기관의 경우 상류공정에서 확정해야 하는 설계산출물을 하류공정에서 확정한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75%에 달했다. 아울러 발주기관의 상류공정 역량이 높은 경우 하류공정에서도 역량이 높은 경향을 보였으나, IT서비스기업의 경우 상류와 하류공정간에 역량의 상관관계가 전혀 없었다. 이에 따라 분석·설계를 제때에 하고 설계한 대로 구현하는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었다.(11)

재도약의 전략과 조건 : 기회의 창과 정부의 역할

역량축적을 통한 후발자의 도약 연구에 의하면, 도약은 아무 때나 이루기가 어렵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있다고 한다. 기회의 창은 세 종류가 있는데, 기술·경제의 패러다임 변화, 비즈니스 싸이클의 변화, 정부의 규제·개입이 그것이다.(12)

한국 IT서비스 산업의 도약을 위한 기회의 창을 우선 디지털 전환이라는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기업 비즈니스의 디지털화는 IT서비스업의 먹거리이다. 또 과거보다 데이터가 대량 발생하고 있는데, 데이터에 대한 분석·설계는 원래부터 IT서비스기업이 전문성을 가진 분야이다. 많은 부분에서 IT의 도입이 이루어 졌지만 디지털 전환의 범위와 속도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지식노동의 인공지능화에도 기회가

있는데, IBM이 미국 암전문 병원과 국내 길병원에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하여 환자의 상태와 치료법을 조언하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좋은 예이다.

두 번째 기회의 창은 줄어드는 SI구축 비중과 늘어나는 유지보수 비중으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싸이클의 변화이다. 그 예로 금융시장 차세대 프로젝트가 SI구축의 비중을 줄이고, 공공시장 조차 SI구축의 비중이 ’13년 64%에서 ’16년 26%로 급락한 반면 유지보수 비중은 74%로 증가했다.(13) 유지보수는 SI보다 수익성이 좋으면서도 매출과 고객관계가 장기적·고정적이어서, BPO 같은 장기적인 서비스 모델로 전환하도록 고객을 설득하기에 유리하다.

마지막 기회의 창에는 정부의 역할이 필수이다. 공공부문에서 상류공정을 확정한 후에 하류공정을 별도로 수행하는 것은 이미 분할발주라는 제도적 방안이 나와 있다.(14) 상류공정은 분석·설계 전문업체가, 하류공정은 구현 전문업체가 나누어 수행하는 경험을 축적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원격개발 방식으로 이동할 것이다.

분할발주와 함께 헤드카운팅을 확실히 폐지하면 IT서비스의 도약을 위한 또 다른 ‘제도적인 학습’ 기회가 열릴 것이다. 프로젝트 투입인력 수를 일일이 관리하는 방식 대신 진도·품질위주의 관리방식을 도입하면 높은 수준의 인력관리 기술, 생산성·품질 제고를 위한 재사용 기술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15)

이를 통해 한국 IT서비스기업이 우수한 기업과 전자정부 비즈니스의 상류공정을 전담하면서 BPO로 유도하고, 하류 공정은 클라우드를 이용하거나 해외에 위탁개발 하는 장기적인 역량을 축적한다면,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서비스 제공자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1) 지은희, 최무이(2016.10) “산업지표로 본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변화”, SPRi 이슈리포트
(2) 전자공시시스템 ’15년 사업보고서, 전자신문 분석
(3) 이지평,최동순(2010) “IT 미국의 화려한 비상과 그 의미”, LGERI 리포트
(4) 이근外(2014) “Catching-up or Leapfrogging in the Indian IT Service Sector: Windows of Opportunity, Path creat
ing, and Moving up the Value Chain”
(5) 전경련(2010) “IT서비스산업 발전전략과 과제”, 서비스산업 전략 리포트
(6) Elara Capital(2016.8), Infosys 분석보고서 “Slowly changing its DNA, results in years”
(7) 김익환(2014)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말하다-p222 ‘인도에 개발외주를 주는 법’ ” 참조
(8) 박태영,김준연外(2013) “중국과 인도의 혁신과 추격 : 소프트웨어산업을 중심으로 p25 ‘IT서비스산업의 특성’” 참조
(9) Fred Brooks는 1987년 “No Silver Bullet -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본질과 본질이 아닌 것” 이라는 글에서 ‘코딩과 테스트는 소프트 웨어 개발에서 비본질적 속성일 뿐이고,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여러 컨셉들을 명세,설계,검증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바로 앞의 참 고문헌(각주)과 종합하건데, IT서비스는 이러한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는 분야이다
(10) 전경련(2010) “IT서비스산업 발전전략과 과제”, 서비스산업 전략 리포트
(11)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간보고서, ’17년 2월 발간예정
(12) Perez and Soete(1988), Lee and Lim(2001), Matthews(2005) 등
(13) 유호석(2016.9월), “위기의 공공 SI, 시장구조 변화 필요성 커져”, SPRi동향
(14) 유호석,강송희(2016.8월), “공공SW 생태계 견실화를 위한 분할발주 제도화 방안”, SPRi이슈리포트
(15) 유호석,강송희(2016.12월), “SW사업관리 방식 개선방안 – 투입관리에서 성과관리로의 전환”, SPRi이슈리포트

월간SW중심사회 2017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