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革新)과 온고지신(溫故知新)

Reviewing the old and Knowing the innovation

다들 알다시피, 혁신은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온고지신은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 새것을 아는 것이다. 조금 더 풀어쓰자면, 온고지신은 옛 학문을 되풀이하여 연구하여 현대나 미래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도리를 깨닫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혁신과 온고지신은 어떠한 관계일까? 아무런 관계가 아닐까? 아니면 서로 모순되는 것일까?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칼럼이 왜 이렇게 시작되지 낯설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에 따라 등장한 혁신적이라 일컬어지는 새로운 서비스들을 살펴보자.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 혁신적인 걸까?

우버는 자가용을 나눠쓰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차를 가진 누구나 택시기사가 될 수 있다는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택시기사가 되려면 교통당국에서 면허를 받아야 한다는 기존 제도를 정면으로 뒤엎은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택시기사가 기억하고 있던 도로정보와 시간대별 교통상황정보를 대체하고, 위치정보기술로 도로를 배회하는 방식의 영업을 예약위주의 영업으로 바꾸어 내는 기술적 혁신에 의해 현실화되었다.

사용하지 않는 빈 방, 또는 휴가철 비어 있는 집을 여행객에게 빌려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에어비앤비도 숙박업을 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활용해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 공유경제의 총아로 등장했고, 에이비앤비 숙소를 전문으로 청소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하는 등 부대서비스 시장도 창출해냈다. 이러한 에어비앤비도 발달한 IT기술에 힘입어 전세계를 상대로 영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존 규제를 과감하게 뛰어넘는 아이디어로 인해 혁신적이라는 칭송도 받았지만, 기존 택시업계나 숙박업계, 그리고 감독 당국들과의 마찰은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서비스의 내면과 특성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면 때로는 옛 것을 익힐 필요가 있다.

1980년 메트칼프(Metcalfe)가 제시한 ‘통신 네트웍의 가치는 연결된 장치들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메트칼프의 법칙은 1993년 길더(Gilder)에 의해 ‘네트웍의 가치는 이용자들의 제곱에 비례한다’로 정립되었고 1990년대 중반의 닷컴버블 때부터 가입자 모집과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게 되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속성을 설명하는데 널리 쓰이고 있다.

그리고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물론이거니와 배달의민족 등 최근의 O2O 서비스 대부분이 양면시장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양면시장 이론은 2001년부터 프랑스의 장 티롤 교수가 양쪽의 이용자들 간의 거래를 중개해 주는 플랫폼 기업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 경제학의 완전경쟁시장, 즉 단면시장 이론을 뛰어넘은 것으로, 양면시장의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는 시장지배력의 정의나 독과점 규제
방식이 달라져야 했는데, 이용자와 가맹점 간의 신용카드 시장, 이용자와 응용프로그램 공급업자 간의 운영체제 시장, 이용자와 광고주 사이의 인터넷 포털 시장이 대표적인 양면시장이다. 신용카드는 1887년 에드먼드 벨라미라는 소설가의 ‘Looking Backward’에서 화폐 대신에 생필품 구입 및 소비를 위한 지불수단으로 처음 등장해 1951년 미국 뉴욕에서 프랭크 맥나마라가 ‘다이너스 클럽’이라는 신용카드 회사를 설립한 것이 시초이고,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1976년 애플Ⅰ과 77년의 애플Ⅱ, 1981년 IBM 호환 PC로 운영체제 시장이 열렸으니, 양면시장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었고, 그에 대한 경제학적 의미부여는 16년 전에 시작된 셈이다.

더 나아가서, 메트칼프의 법칙은 경제학의 네트워크 외부성 또는 네트워크 효과를 설명하는 이론이며, 양면시장이론은 동일 집단과 교차 집단 간의 네트워크 효과를 세련되게 다듬은 것인데, 이 네트워크 효과는 벨(Bell) 사가 미국 유선통신시장을 독점하던 1908년에 소속 직원이던 테오도어 베일이 제시한 개념이다.

한편, O2O 서비스의 일종으로 주로 개인인 공급자 집단을 형성하고 이용자의 주문에 따라서 즉각 공급자를 선정해서 매칭시켜 주는 주문형 경제 스타일의 서비스들이 있고, 유망한 서비스들은 많은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 서비스들은 쌍방 평가 및 이의 공개를 통해 가격과 서비스의 품질을 조정하는 공통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데, 해당 플랫폼 기업의 개입이 강해지게 되면 주로 공급자들과 플랫폼 기업 간의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우버의 경우, 미국과 영국에서 벌어진 소송에서 운전자들은 우버에 고용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버는 운전자들이 독립계약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지금은 폐업한 미국의 청소서비스 전문 기업 홈조이도 같은 소송에 휘말렸던 적이 있다.

이러한 소송에서 피고용인과 독립계약자를 구분하는 판단기준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1989년 대법원 판결로 정립된 Borello test가 활용되고 있다.

해외와 다르게 국내의 O2O서비스에서는 기존 오프라인 산업에서 느꼈던 문제점과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작은 아이디어가 눈에 띈다. 자동차 수리 중개서비스인 ‘카닥’ 대표는 자동차 동호회를 운영하는 자동차 매니아로서 믿을 만한 자동차 수리업체를 찾던 경험을 살려서 자동차수리 비교견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방식은 자동차의 소유자가 흠이 난 부분을 찍어 올리면 자동차 수리업자들이 각자 견적가를 제시하는 일종의 역경매 방식으로, 초창기 인터넷 서비스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프라이스라인의 역경매 방식과 유사하다. 또 한때를 풍미했던 소셜커머스는 모뎀을 이용한 PC통신에서 이뤄지던 공동구매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현상을 분석할 때에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옛 지식들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물론 새로운 서비스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이전과는 다른 토대 위에서 디자인되어 운영되지만,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또한 기존의 제도와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은 그 속에서 사람들이 감내하고 있던 불편을 해소하거나 숨겨진 욕구를 충족시켜줄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옛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라는 생각은 충분히 새롭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을 내려 보자. 혁신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을 온고지신을 통해 좀 더 잘 알아보자. 온고지신의 과정에서 혁신의 요소를 분석해 내고, 혁신의 실체를 보다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온고’를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온고지신은 혁신을 바라보는 방법이고, 혁신은 온고지신을 통해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월간SW중심사회 2017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