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게임의 부상과 한국의 대응 전략
  • 김준연산업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날짜2017.08.31
조회수1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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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rise of China’s Digital Game & Korea’s Challenge
  • ■ 중국 게임산업의 부상
    • 지난 17년간 중국 게임 산업은 주로 한국, 일본의 온라인 게임을 주로 수입해서 퍼블리싱 하며 성장했지만, 중국 정부의 배타적 허가제나 판호와 같은 자국 시장보호 정책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을 한 결과, 2016년 매출액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 219억불과 일본 123억불 보다 더 큰 222억불 규모를 달성했고, 게임개발사측면에서는 무려 13,000여개 게임 개발사가 중국시장에 등장했다. 이는 전 세계 모바일게임 개발사의 1/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 최근 중국 게임산업은 자국산 게임 개발을 위해 고강도 R&D와 M&D를 통한 글로벌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병행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6년 한국 넥슨, NC소프트, 넷마블의 R&D 총액이 약 2억 달러였다면, Tencent와 NetEase 이 두 기업의 R&D 총합은 한국의 10배가 넘는 24.2억달러에 달했다. 또한 중국 게임기업들은 외부 게임 개발사에 지분투자나 M&D를 추진하고 있는데 개발성공보다는 시장검증이 게임성 확인의 가장 확실한 경로인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다양한 게임개발기업에게 지분투자나 M&D를 추진하는 전략은 자체 개발의 방식보다는 다양한 게임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 이러한 기업차원의 노력에 힘입어 2017년 6월 기준 전 세계 상위 100대 게임기업의 매출에서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25,059백만 달러보다 큰 27,547백만 달러를 기록했다.
  • ■ 한국 온라인게임의 발전
    • 국내 온라인게임 역사가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온라인게임은 그 역사가 PC패키지, 콘솔, 아케이드 등 다른 플랫폼에 비해 짧지만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큰 변화를 이뤄냈다.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특히 MMORPG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부상했다. 1990년대 초반 외산 PC게임을 유통하면서 성장한 한국 게임은 MMORPG라는 장르를 개척하면서 성장했다. 당시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은 바람의 나라(넥슨)와 리니지 (엔씨소프트)라는 걸출한 역작이 큰 몫을 했다. 이 두 기업은 1999년 당시 80%를 넘게 국내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 사실상 온라인게임산업이 이 두 기업에 의해 발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은 연도별 국내 게임의 해외 수출액 증가율인데, 최근 들어 다소 성장세가 주춤하는 추세이기는 하나 2004년 한 때 무려 124%의 성장을 보이기도 했으며 2011년까지는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했다.
    • [그림] 연도별 국내 게임의 수출액과 증가율 (단위 : 천달러)
  • ■ 중국의 도전과 4차 혁명을 넘어야하는 한국 게임
    • 최근 콘솔게임도 AR, VR기술과 접목하며 진화하고 있고, VR자체의 게임 장르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게임산업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인 측면이 동시에 있다. 즉 한국은 셧다운제와 같은 접속제한 규제를 풀려고 하는 반면, 중국은 오히려 미성년자 인터넷 접속을 제한과 같은‘ 미성년자 인터넷 보호 조례’를 예정하고 있어 자국 기업에게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여 중국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게는 또 다른 위기 요인으로 보이며, 새로운 분야인 VR게임은 아직까지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과 같은 규제가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게는 중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한편 국내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VR과 같은 신기술 기회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고, 기존 게임에 고착되면 기술 기회가 오히려 위협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고, 정부도 셧다운제, 확률형 아이템게임의 규제, 혹은 VR게임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내 게임산업은 오히려 추락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에 대해 총론적인 대응은 온라인 게임에서의 주도권을 유지하면서도 AI, VR 등 신기술의 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는 우선 한국은 그간 성공한 개발, 중국은 퍼블리싱하는 모델이 여전히 가능하며, 모바일게임에서 중국에게 인기 온라인게임의 IP를 판매하는 모델도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이러한 협업모델을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다만 이 두 경우 모두 한국 게임이 중국보다 게임개발력에서 우위를 유지할 때만이 지속 가능하다.
    • 국내 게임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첫째, 수평적 협업이 중요하다. 모바일 패러다임과 AR, VR, AI에 대한 기술개발에 있어 기존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게임에서는 게임기업들간에 협력이 중요했다면, 최근 등장한 VR게임에서는 HW제조와 게임 콘텐츠개발기업 그리고 유통을 담당하는 퍼블리셔(유통사)간의 新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한국은 다행스럽게도 삼성 및 LG전자와 같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HW제조사들이 포진하고 있어, VR 신기술을 이용한 콘텐츠 개발은 게임기업들이 선도하고, HW제조사는 최적의 VR하드웨어를 개발하여 SW와 HW의 양대 축이 상호 공조해나가는 가운데 정부도 이들 간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인센티브(예:협업조건의 R&D, 규제제거)를 제공한다면 중국에 잠시 뒤쳐졌던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기회가 될 수 있다. 게다가 VR산업은 교육, 의료, 영화, 군사, 건축 등의 응용 범위가 넓기 때문에 게임분야에 적용된 선도적 VR기술을 다양한 산업에도 그대로 확산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호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 둘째, 아이템 개발형에서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온라인게임에서는 성공한 게임개발사가 퍼블리셔(유통사)로 성장했는데, 모바일게임은 앱스토어(30%), 플랫폼 사업자(20%), 퍼블리셔(20-30%), 카드 수수료(10-16%) 등을 지불하면 남은 20% 남짓의 수익이 개발사에게 돌아가는 구조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와는 반대로 구글, 애플의 30% 보다 비싼 50% 수준으로 자국 기업이 토착 앱마켓을 통해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라서, 국내 기업의 성장 환경이 중국에 비해 만만치가 않다. 따라서 아직 지배적 플랫폼사업자가 등장하지 않은 VR게임을 공략하는 국내 기업들은 개별 게임 아이탬개발을 넘어 플랫폼과 생태계 차원의 전략구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IP M&D의 병행 전략이다. 중국 텐센트의 전략을 살펴보면, 한국의 넷마블, 파티게임즈의 지분에도 투자했고, 미국 엑티비젼 블리자드의 지분 24.9%를 확보하여 최대주주가 됐으며, 핀란드의 슈퍼셀을 인수하면서 모바일 게임에서도 강자로 부상했다. 이 사례는, 게임콘텐츠 모방이 용이한 산업의 특성상, 보다 장기적 측면에서는 일회성 거래로 끝나는 단순한 IP 판매보다는 장기적으로는 IP와 상대기업의 지분확보를 연계하거나 M&D와 같은 전략도 해외 시장개척차원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간 게임이나 IP의 판매 중심의 글로벌화를 추구했다면, M&D나 지분투자를 통한 신속한 글로벌화 전략도 과감하게 구사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혁신의 출현과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창의산업에서는 기존 셧다운제, 확률형 아이템규제와 같은 규제를 기업이 다양한 신기술 영역을 과감하게 개척하게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부개입의 수위를 조절하는 사후규제나 혹은 기업의 자정능력을 인정하는 자율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기업의 창의적 도전을 독려하는 측면에서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