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chain, the core of Distributed Processing, as a Trust Building Tool


  1995년 2월에 전자신문 칼럼에 ‘분산처리와 지방자치화’1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썼다. 이 제목을 뽑은 이유는 그해 6월 27일, 대한민국에서 제1회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기초단체장을 뽑는 역사적 행사가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분산처리 기술은 계속 발전하였다. 특히 인터넷이 발전하고 개인 단말기의 성능이 향상되어 그 진화하는 그림이 사물인터넷의 실현으로 접근한다. 그때 글을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현 상황에서 아직도 꽤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 분산처리와 지방자치화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정치, 사회 제도를 실험해 보았지만, 그래도 가장 보편적으로 내린 결론을 보면 개인의 자유 존중과 지방 자치화를 꼽을 수 있다. 지금 선진국으로 여기는 나라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실현했고, 우리나라는 실현 중이며 옛 동구로 불리웠던 나라나 개발도상국들은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정보처리 기술의 발전 단계를 간단히 살펴보면, 1960년대는 일괄처리(Batch Processing), 1970년대는 컴퓨터 능력을 작은 시간대로 나누어 여럿이 사용하는 시분할처리(Time Sharing)를 그 특성으로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들어와 개인용 컴퓨터(PC: Personal Computer)나 워크스테이션의 등장으로 개인 처리(Personal Computing)가 시작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엔 분산 처리(Distributed Processing)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분산 처리는 “컴퓨터 통신망에 연결된 여러 대의 컴퓨터 시스템들이 서로 도와 한 목적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각 컴퓨터 시스템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혼자 처리할 일은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여럿이 함께 처리할 일은 협력하여 처리한다. 요사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고객-서버(Client-Server) 모형은 분산 처리의 한 형태이다.

  1980년대 말까지 정보처리 형태는 강력한 중앙집권식 처리였다. 각 회사마다 훌륭한 전산실을 갖추고 비싼 대형 컴퓨터를 설치해서 전산 자료를 모두 집중하여 처리하였다. 이때를 기억하면 전산실에 근무하는 요원들이 몹시도 잘나 보였다. 이 당시 회사 조직은 전통적인 피라미드 형태의 계층 구조였고 의사결정은 상의하달 형식이었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 즉 고객 중심이 아니었고 컴퓨터를 제공하고 다루는 이가 중심이었다.

  1970년대 말에 처음 장난처럼 등장한 개인용 컴퓨터가 10여 년간 수천만 대가 보급되었다. 사용자들은 개인용 컴퓨터 덕택에 컴퓨터 문외한에서 똑똑한 사용자로 탈바꿈하게 된다. 또한 1980년대 중반 이후 개방 시스템(Open System)이 정착되었다. 기종이 다른 컴퓨터 시스템 사이에 상호운용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능표준을 정하고 그 표준을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개방 시스템이라 일컫는다. 그래서 고객은 특정한 컴퓨터 시스템 제공업자에 더 이상 매이지 않고 표준을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골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 조직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기업 절차 재구축(BPR: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이란 이름으로 팀장 제도나 자율성을 갖는 사업본부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회사들이 조직의 경쟁력 강화란 이유로 벌써부터 도입하였다. 이는 바로 기업수준에서 지방자치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국가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엔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될 것이다.

  분산처리 기술을 단순히 정보처리 기술의 발전 단계에서 나온 기술적 결과물로만 보면, 우리 사회의 발전 양상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을 설명하기가 충분하지 않다. 우연한 일치인가 아니면 인류 문명 발전의 조류가 필연적으로 기술발전에도 반영된 것인가? 이 사실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결론은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분산처리 기술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의 정보처리 기술이며, 이 기술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조직 경영에 잘 반영하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살아남는 중요한 전략이다. 이는 전산 전문가들만이 다루어야 할 문제가 아니고 조직의 상위 의사결정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분산처리 기술을 적용하면서 회사 조직도 바꾸고 일하는 절차도 모두 바꿔야 할 필요가 있기에, 전산 전문가들만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1995년 칼럼 내용입니다


■ 블록체인, 가상화폐를 넘어 사회 신뢰 구축 도구로

  20여 년이 지나서 분산처리의 끝판으로 블록체인(Blockchain)이 등장했다. 블록체인은 인터넷에서 유통할 수 있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구현하는 기반 기술로서, 2009년 10월에 사토시 나카모도(가짜 이름, 호주 사람이라는 추리도 있음)가 작성한 한 논문에서 소개되었다. 이듬해 1월엔 비트코인을 구현한 소프트웨어가 공개되었다. 

  화폐를 거래하려면 책임 있는 (중앙)기관이 거래 원장을 유지하면서 사용자 사이의 거래 내용을 기록 관리하고, 위조 화폐 유통도 방지한다. 마치 대한민국 화폐 유통을 위해서 한국은행이 책임 있는 기관인 것과 같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모든 사용자가 거래 기록을 유지하고 위조 화폐 유통을 방지하는 인터넷상에서 구축된 가상화폐 시스템이다. 이런 완전 분산처리 모형 위에 가상화폐 유통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사용자, 정확하게는 사용자가 소유한 개인 컴퓨터의 성능이 충분히 향상되었고, 인터넷망도 가상화폐를 유통할 수 있는 만큼 널리 깔리고 또 빠르게 응답하기 때문이다.

  앞서 다시 실은 글에서 언급한 중앙집권처리 형식, 고객-서버 모형의 분산처리 형식에 이어서 이제 블록체인으로 완전한 분산처리가 구현되었다고 본다. 이를 과일 모양을 빗대어 보면, 중앙집권 처리는 독립된 한 개의 컴퓨터에서 모든 것을 계산하고 그 결과를 얻어 활용하는 모습이 ‘사과’와 같고, 블록체인 기술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들의 집합 모습은 ‘ 포도송이’와 같다. 포도송이에 달린 포도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는 모습은 인터넷에 연결된 PC, 노트북 컴퓨터, 모바일 기기들의 모습으로 연상한다. 완전 분산처리로 가는 중간 단계인 고객-서버 형식은 귤 모양이라 보면 어떨까?

[그림] 사과, 포도, 오렌지

  2022년 이후 블록체인 기술이 정착기에 접어들면서, 가상화폐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인터넷 위에 사회 신뢰망을 쌓을 수 있는 기반 기술로서 자리 잡고, 행정ㆍ관리와 공공 서비스 등에 본격 적용되면서, 인류의 신뢰사회를 구현하는 기반 구조로 발전할 것이라 전망한다.2

  블록체인은 아직도 처리 속도가 느리고, 확장성이 제한되어 사용하기가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된 지구인에게 인터넷 위에서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확실한 소통 도구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블록체인도 디지털 탈바꿈(Digital Transformation)을 실현하는 중요한 방법들 가운데 하나임을 강조한다.

[그림] IBM의 씽크패드 포터블 컴퓨터


1 전자신문 제1950호, p.7, 정보공원산책, 1995.02.16.
2 서영희, 송지환, 공영일, 블록체인 기술의 산업적 사회적 활용 전망 및 시사점, SPRi Issue Report 제2017-004호, 2007년 9월


 

분산처리 블록체인 월간SW중심사회2017년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