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ox of Innovation and China

■ 규제의 역설

  중국에서 기업형 공유 자전거 모델이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 자전거가 도로를 무단으로 점유하거나, 기존 공공 자전거 사업과 충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규제를 취하지 않았다. 규제가 없는 공간을 오포(Ofo)와 모바이크(Mobike)가 QR코드와 연계된 자물쇠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로 파고들었다. 이 두 기업들은 상해와 북경에서 시작하여 2년여 만에 세계 180여 개 도시에 진출할 정도로 성장했고, 이들 기업의 가치는 1조 원을 넘었다.

  공유 자전거가 활성화되면서 공유 자전거의 유지·보수, 사용자 안전, 무분별한 방치에 대해 골머리를 앓던 정부는 뒤늦게 엄격한 규제를 취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추가적인 공유 자전거 도입을 중단하는 결정까지 내렸다. 흥미로운 점은 정부의 규제 없는 틈을 파고들었던 혁신적 서비스가 정작 규제가 강화되자 이에 대응하여 적극적인 국제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들 기업들은 국제화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유럽, 미국, 일본 등 무려 16개국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해냈다1. 흔히 우리는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중국 공유 자전거의 사례는 규제가 오히려 시장 다변화의 동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규제의 역설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규제가 차별적으로 작동한 역설적 사례가 바로 게임 산업이다. 중국은 문화, 종교, 정치 등 다방면에 걸쳐 엄격한 기준으로 정치적 검열을 하고 있으며, 서비스 출시를 위한 ‘ 판호(ISBN)’발 급 자체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 규제는 해외 게임 기업이 중국과 퍼블리싱 합작 없이는 출시 자체가 불가능한 조건이 됐지만, 반대로 중국기업들에게는 게임의 현지화, 운영, 개발과 기획역량을 축적하며 세계 게임시장의 강자로 올라서게 되는 기회의 창이 됐다. 한편 역량을 갖춰 해외 제휴가 없이도 독자 브랜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최근 등장한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 대해서는 오히려 규제를 없애 기업이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고, 실험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상을 요약하면, 공유 자전거에서 규제를 강화하면서 혁신을 추동했다면, 게임 산업에서는 규제를 완화하면서 혁신을 추동한다는 점에서 산업별로 규제의 성격도 중요하지만, 그 효과는 규제의 적시성과 혁신기업의 역량 수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 인프라의 역설

  흔히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풍부한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의 핀테크에서 보듯이 부족한 금융 인프라가 역설적이게도 혁신적인 서비스 탄생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90%인 한국에 비해 중국은 10%대로 낮지만, 핀테크 기술의 보급률은 69%로 세계 평균 33%의 두배에 가까울 정도로 활발하다2. 심지어 거리의 노점상에서 조차 텐센트의 텐페이를 통해 QR코드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고, 잔돈을 모은 알리바바의 펀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펀드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 모바일 전문 은행 보급률이 32%로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는 중국의 헬스케어 기업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이들이 전 세계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중국 내 복잡한 병원 접수과정을 개선하는 간단한 서비스로 3,000만 명의 가입자를 모집하면서 기업가치가 1조 원을 넘어간 꽈화오왕(微医, WeDoctor) 부터 닝보(宁波, Ningbo)클라우드 병원과 같은 원격진료까지 점차 복잡한 기술을 보유한 헬스케어 기업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아이카본액스(iCarbonX)라는 유전자 공학 스타트업이 세계 여러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혁신을 주도하면서 중국 최초의 헬스케어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풍부한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부족하고 열악한 인프라가 오히려 대전환의 기회가 되고 있다.

■ 다이나믹 차이나의 부상

  중국 시장의 경쟁을 이끄는 기업들은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이다. 이 기업들은 검색분야에서 바이두가 77.1%,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알리바바가 56.6%, 모바일 메신저 분야에서 텐센트가 95%의 점유율 가지고 있어 각 분야에서 독점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독점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들은 혁신의 동기가 사라지기 쉬운데, 중국 기업들은 이와 반대로 각 영역을 탈피하여 경쟁을 심화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중국 인터넷 브라우저 회사인 UC웹을 인수하자 텐센트는 이어서 비슷한 기업인 COC를 인수했고, 알리바바가 자전거 공유 기업인 오포에 투자하자, 텐센트는 경쟁기업인 모바이크에 투자한 것과 같이 이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라이벌 관계로 변화해 더욱 경쟁적인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이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음에도 경쟁하는 이유는 제도가 열어주는 기회, 인프라를 대체하는 혁신 그리고 기업가 정신의 발현이 상호작용해서 어느 기업도 중국 시장에서 장기간 독점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화웨이를 제치며 화려하게 등장한 샤오미는 2014년부터 2년여 간 중국 시장 점유율 1위,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까지 성장했지만 최근 자국 시장에서 조차 점유율이 하락하며 6위에 머물렀고 원래의 자리는 오포와 비포에게 넘겨줬다. 레노보도 마찬가지로 한때 IBM의 PC사업, 모토롤라 등 글로벌 기업들을 인수해 왔으나, PC시장 점유율이 HP에 뒤지고, 스마트폰 점유율은 2.7%에 머무르는 등 부진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3.

  중국의 사례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것은 그간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논의해왔던 규제의 완화, 기반 확충이라는 자명해 보이는 명제에 반하는 역설적 상황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을 이루기 위해서 이러한 역설적 환경에 역동성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1 내일신문(2017.10.22.) 인터넷 연결 없이 결제… 화웨이, 중국판 ‘따릉이’와 손잡다.
2 어니스트영(2017). Fintech Adoption Index 2017
3 Platum (2017.5.8.) 중국 비즈니스 트렌드 & 동향

 

 

중국 월간SW중심사회2017년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