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제(서강대학교 교수)

블록체인은 모든 구성원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및 가치를 독자적으로 저장하고 검증하는 분산형 시스템을 의미한다. 메인프레임 컴퓨터로부터 시작해서 클라우드로 이어가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중앙화의 흐름과는 달리, 자율적인 노드들의 연결과 공유를 가치로 여기는 인터넷과 웹의 줄기를 이어가는, 중앙화의 정반대 편에 있는 기술의 조류이다.

이러한 분산화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우리는 정보와 자산을 정보기기들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게 되었다. 더 이상 믿을 수 없고 때로는 탐욕스럽고 위험할 수도 있는 제3자나 기관 또는 기업의 시혜와 파워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저렴해지고 강력해지는 프로세서들은 메인컴퓨터에서 PC로, 스마트폰으로 들어갔고 이제는 IoT 기술을 활용하여 주변의 모든 기기와 물품들에 들어가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는 능력들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는 인터넷과 IT의 발전에 힘입어 급속하게 디지털 경제 시대로 진입을 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2016년 세계 디지털 경제 규모가 GDP의 22%에 달했다고 한다. 또한 화웨이는 2025년 세계 디지털 경제를 23조달러로 예측하여, 디지털 경제가 세계 경제의 1/4을 초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블록체인은 이 디지털경제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다보스 포럼은 2025년에 세계 GDP의 10%가 블록체인에 보관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SW기술이 결합된 메타 기술이다. 분산원장 기술과 정보보안 기술, 암호학 기술, 분산컴퓨팅 기술은 물론이고 소프트엔지니어링 기술 등이 들어가 있으며,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에 융합하면서 다른 많은 기술들이 결합하고 있다. 특히 이미 상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리버스 ICO를 진행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은 IoT, 클라우드, AI 등의 기술과 결합하면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블록을 사용하지 않는 블록체인 기술이나, 또는 체인이 다층적으로 존재하거나 심지어 체인이 없는 기술, 블록체인을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오라클 기술 등, 블록체인은 그 정의를 한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확장되어, 이제 SW의 대부분을 포함해도 될 정도로 강력한 구심력을 발휘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에서 증명했듯 그 강력한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비즈니스는 세계적으로 아직은 태동기라고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이 기술과 비즈니스를 먼저 선점하기 위해 혁신적인 국가와 기업의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의 경제적이고 기술적인 혁신을 받아들인 세계의 정상들은 블록체인의 기술과 경제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에서는 국가지도자의 전략을 반영하여 블록체인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고, 서비스와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말 블록체인을 AI, IoT 등 기술과 함께 경제 돌파구를 위한 인프라 기술로 명시하였으며, 이런 의지에 힘입어 중국은 블록체인의 세계 최고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 의회는 올해 초, ‘암호화폐는 자산’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를 담은 블록체인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모스크바는 도시 최대 규모의 전자투표 계획을 발표하였다. 또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블록체인 연구를 포함한 7천억 달러의 국방 예산에 사인하였다. 이와 같이 블록체인을 선두하는 나라들은 국가 지도자와 정부가 직접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의 검증 및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제도와 정책, 기술면에서는 역량이 미흡하다고 자평하고 있다. IITP가 2월에 발표한 ICT 기술수준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에 비해 뒤쳐져, 미국 100점 대비 상대 수준이 76.4점으로 평가받아, 다른 4차산업혁명의 주요 ICT 기술에 비해서도 상대 수준이 낮다고 평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진전이, 대학과 연구소, 중견기업의 전문가들에게 충분히 인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및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는 크게 미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 출원을 미국과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에 한국도 3위를 점유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중국과 미국에 크게 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실망스럽다.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이 인용한 2017년 세계 블록체인 기업 특허 순위를 보면, 세계 10위권에 중국과 미국이 대부분이며 특히 금융권 기업의 출원이 활발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블록체인이 가장 먼저 산업에 응용되기 시작한 것이 금융 분야이므로, 이 분야에서 출원이 활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나, 한국은 금융권 특허가 전무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국내 출원인 비율로 볼 때 소기업이 60.6%를 비롯하여 중소기업과 개인을 포함하면 모두 88%에 달하며, 그 외 대학과 국책연구소의 비율이 매우 저조하여, 블록체인 기술은, 대기업과 연구소가 신기술 개발의 정점을 이루는 일반적인 SW 기술과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블록체인은 3가지 점에서, 기존의 기술과는 다른 발전 형태를 보이고 있다. 첫째는 기존의 기술이 대학과 연구소, 정부의 선도적인 연구 지원에 의해 발전된 것과는 달리, 블록체인은 스타트업의 젊은 기업가 등 비제도권을 축으로 해서 자발적인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을 창시했지만 아직도 그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사토시와, 세계의 2세대 블록체인 시대를 연 이더리움을 개발한 20대의 부테린이 그랬듯이, 우리나라의 젊은 스타트업들도 아직 대학에 블록체인 강의조차도 없던 2015~2016년부터 체계적인 교육 없이 인터넷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접하고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둘째는 블록체인은 오픈소스를 포함하여 개방하는 것이 기본인 점이다. 주요 블록체인 플랫폼 소스들이 모두 gitbub에 공개되어 있으며 새로 나오는 플랫폼과 서비스들이 거의 모두 공개되고 있다. 공개되지 않으면 신뢰받을 수 없다는 것이 블록체인의 가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블록체인은 Born to global과 활발한 교류활동이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자연스럽게 세계 유수의 개발진들과 기술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개발진들간의 온-오프라인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는 점은 놀라움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국내외 개발진 및 서비스 생태계와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통해 이제 우리는 도처에서 열리는 밋업(Meet-up)행사를 목격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를 괴롭혔던 폐쇄적이고 수정적인 SW개발의 한계를 일거에 바꿀만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혁신적인 움직임에 정부의 정책이 뒤따라 준다면 우리도 이제 진정한 SW 강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장애가 되는 법적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세계 블록체인의 주시를 받았으나, 불투명한 정책 기조로 이제는 서서히 무대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지고 있다. 또한 자생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국내에 정착하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이 지속될까 걱정이다. 정부에서 허용하는 6 MONTHLY SOFTWARE ORIENTED SOCIETY 월간 SW중심사회 7 것만 할 수 있는 현 체제에서,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다 허용되는 네가티브 제도로 바꾸는 단초를 블록체인에서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확산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제도 정비는 물론이고, R&D 제도도 현재의 블록체인 개발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폐쇄적이고 융통성이 없는 관리 시스템과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존의 국가 R&D 체제가, 블록체인을 통해 싹이 트고 있는 창의, 공유, 전문성, 성과 창출의 새로운 R&D 혁신 물결을 사장시킬까 걱정된다.

그리고 정부가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 서비스를 검증하고 공공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PoC(Proof of Concept) 정도만을 수행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제대로 된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는 아직 어렵다. 정부가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작은 공공서비스 시범사업을, 기업이 자사의 블록체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과 행정, 국방, 과기정통부 등 각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시범사업과 기술개발을 잘 조정하여, 개발된 기술과 서비스가 사일로(Silos) 형태로 구축되어 서로 호환되지 않는 소규모 시스템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공공사업의 가이드라인과 표준을 만드는 작업도 병행하여야 한다. 또다시 성과 없는 ICT R&D와 파편화된 시장으로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서 결국에는 다양한 Use Case를 확보한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연구개발 사업은 인프라가 될 미래 기술과 대형 서비스 실증을 위한 장기 투자를 대폭 확대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과 리버스 ICO를 추진하는 회사들은 전문인력 확보에 목말라하고 있다. 단기 서비스와 기술은 기업들이 스스로 추진할만한 역량과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미래 서비스와 대형 시스템을 위한 투자에 매진하여야 한다.

클라우드 등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은 이미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확보하여 국가 경쟁력을 활성화하기에는 시기를 많이 상실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기술의 태동기이며, 지금까지의 기술과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우리가 기존에 한계를 느껴왔던 SW에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개방과 공유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지렛대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은 분산형으로 디지털 경제를 개혁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SW 생태계를 국제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통해 우리나라 SW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블록체인 SW생태계 월간SW중심사회 2018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