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투자와 우리의 경제 성장

우리 경제는 생산요소의 변화를 거치며 성장했다. 1980년대는 노동투입 증가가 경제 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매우 컸다. 산업 구조가 농업에서 공업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대량의 저임금 유휴노동이 노동시장에 유입되어 생산량이 늘고 이를 통해 자본을 축적했다. 이때 부족한 기술력은 선진국과의 국제분업 구조속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형태로 편입해 이전받으면서 메꿀 수 있었다. 하지만 OEM이 선진국에서 R&D 결과물인 설계도를 받아 조립·가공을 담당 하는 모델이다 보니 독자적인 기술개발에는 한계가 있었다. 1990년대를 거치면서 그간 축적된 자본을 통해 OEM을 넘어 직접 R&D에 뛰어들고, 자체 브랜드를 확보하면서 생산요소의 투입도 노동 중심에서 물적 자본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아래 그래프는 장주기 생산요소의 투입량 변화 추세인데, 실제로 한국 경제에서 1970~1980년대 노동투입을 늘리는 성장방식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정체 상태에 가까운데 반해, 자본투입은 1990년대 이후에는 가파르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장주기 노동, 자본 및 경제성장률 변화추이
<그림 1> 장주기 노동, 자본 및 경제성장률 변화추이

※ 자료 : World KLEMS, 재구성

소프트웨어 자본이 주도하는 경제성장

최근 인공지능과 인터넷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생산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무한히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물적 자본이 가지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으며, 플랫폼에 의한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작동해서 소수 기업에 의한 독점과 과점의 체제가 발생한다. 이 특성으로 후발자의 시장 진입과 성장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 자본의 역할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아래 그림과 같이 변화했다. 문서나 자료를 디지털의 형태로 변화하는 역할(전산화, Digitization)에서 기업과 정부의 프로세스를 새롭게 정의하는 정보화(Digitalization) 역할, 그리고 최근에는 산업구조와 조직 그리고 역량의 구조적인 변화(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를 촉발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 2 경제성장과 투입요소
<그림 2> 경제성장과 투입요소

 

그럼 소프트웨어 자본이 우리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성장회계 방법을 통해 이를 추정해 보았다.1 GDP 성장과 이를 견인하는 투입 요소는 자본, 노동, 총요소생산성2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자료는 한국생산성본부의 KIP(Korea Industrial Productivity) 자료를 기반으로 구축된 World KLEMS를 활용할 수 있다.3 이 자료에 따르면 자본재는 8개로 구분되어 있는데,4 여기에는 건축 구조물, 운송장비, 기계 등 일반적인 물적 자본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자본과 컴퓨터, 통신장비와 같은 하드웨어 자본을 포함하고 있다.

분석 결과 첫째, 1990년대 이후 소프트웨어 자본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시기별로 구분해서 생산과정에서 투입되는 자본 중에 소프트웨어 자본과 하드웨어 자본의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하드웨어가 양적으로 많지만 소프트웨어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5

그림 3 SW자본과 HW자본의 투입비중
<그림 3> SW자본과 HW자본의 투입비중

 

둘째, 소프트웨어 자본 투자는 GDP 성장에 유의한 영향을 주고 있다. GDP와 자본 투자 비중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결과, 하드웨어 자본 투자 비중의 경우 유의미한 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으나 소프트웨어 자본 투자와는 양(+)의 유의미한 상관관계(β=0.127)를 보이고 있어 향후 국내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 SW자본의 경제성장 기여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6

셋째, 소프트웨어 자본이 노동생산성 증가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시기별 소프트웨어 자본이 국내 노동생산성에 대한 기여도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면, 노동생산성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1980년대 이후 소프트웨어 자본의 기여도는 오히려 0.97%에서 1990년대 4.14%로 상승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전체 노동생산성에 약 4.7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가 전 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비록 작더라도 향후 국내의 하락하는 노동생산성과 산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생산요소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 SW의 노동생산성 기여 변화
<그림 4> SW의 노동생산성 기여 변화

 

경제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소프트웨어 자본은 앞서 분석하였듯이 그 미미한 비중에도 불구하고 GDP의 증가율에도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특히 노동생산성 제고에 기여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과거와 같이 대량생산체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투자하던 정보화 시대와 같이 대처한다면 개인화되는 수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한 공급과 같은 산업 구조의 대대적인 재편을 의미하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자본 투자에는 새로운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파편화된 수요를 실시간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메쉬코리아), 다양한 사업 주체들을 연결해 新산업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생태계 창출(프리바, AI스피커) 전략 등이 좋은 사례이다. 향후 우리 경제의 미래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 자본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를 얼마나 혁신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 1 성장회계 방법은 Joregenson et al.(2003)을 참고하였으며,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인 성능향상을 보이는 자본재의 특성을 고려하기 위해 Harmonized Deflator 기법(Schreyer, 2000)을 통한 가격지수의 품질조정을 수행 하였음
  • 2 총요소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란 생산량 증가분에서 노동 증가와 자본 증가에 따른 생산 증가분을 제외한 나머지 생산 증가분으로 기술개발, 경영혁신 등을 의미함
  • 3 국가 간 경제성장, 생산성, 국가경쟁력 등의 변화를 비교·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EC(European Commission)의 지원으로 EU 회원국을 위주로 구축되었음. 이후 아시아, 남미 등의 국가 자료를 수집한 World KLEMS가 하버드대학 Jorgenson 교수를 중심으로 구축됨. World KLEMS에는 우리나라의 자료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 자료는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제공하는 KIP(Korea Industrial Productivity) 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함
  • 4 일반적으로 KLEMS는 11가지 자산 유형(주거용 구조물, 비주거용 구조물, 사회기반시설, 운송장비, 컴퓨터, 통신장비, 기타 기계류 및 장비, 농림업 제품, 기타 제품, 소프트웨어, 기타 무형자산)으로 구분되고, 우리나라의 경우 농림업 제품, 기타 제품, 기타 무형자산을 제외한 8가지 자산유형을 제시함
  • 5 해당 연도에 전체 자본스톡을 100으로 환산했을 때, 소프트웨어 자본스톡과 하드웨어 자본스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자본은 World KLEMS의 구분을 따름. 여기서 하드웨어 자본은 컴퓨팅 장비(Computing Equipment)와 통신장비(Communication Equipment)를 포함
  • 6 다음과 같은 회귀모델을 고정효과모형(Fixed Effect Model)으로 분석한 것임
    Zi,t = β0 + β1L_gri,t + β2K_gri,t + β3HWIi,t + β4SWIi,t + εi,t
    위 식에서 Z는 해당년도(t)의 특정산업(i)의 총 부가가치 생산량. L_gr는 노동시간의 증가율, K_gr는 자본스톡의 증가율, HWI와 SWI는 각각 총자본투자 중 HW와 SW자본의 투자 비중을 나타냄

소프트웨어 자본 경제 월간SW중심사회 2018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