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국내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중국과의 불공정한 무역을 지목하고, 수입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품에 대해 10~25%의 관세를 부과함
  • ▪ 미중간 무역 갈등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장치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양국간 보호무역을 일정수준 용인하는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됨
  • ▪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의 무역협상 재요구, 중국의 대미 무역 이익 감소를 제3국에서 보전하려는 움직임 등 새로운 무역 질서에 발 빠르게 적응할 필요가 있음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1과 미-중 갈등

중국 경제 성장의 3대 마차라 불리는 투자, 소비, 수출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2018년 3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부터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라는 신흥경제대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질서인 WTO에 편입시켜서 장기적으로 서방식 시장경제체제와 정치체제로 이행시키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에도 자국기업에 유리하도록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고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자국 시장을 보호해왔다. 무역을 통한 경제적 편익만을 도모하면서 오히려 중국식 사회주의체제는 강화되는 모습이다. 현재 벌어지는 미-중 갈등의 기저에는 대중국 정책에 대한 미국의 전략 실패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어 이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정치에서‘신흥 강대국이 등장하면 기존 강대국과 충돌 한다’는 담론이 투키디데스 함정인데 바로 미-중 갈등이 그 사례인 것이다.

사실 국제통상에서 이러한 갈등이 새로운 것도 아니다. 1987년 9월 2일자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의 주요 일간지에 당시 사업가였던 트럼프는 다음과 같이 미국 국민에게 보내는 공개서한(open letter) 형태의 광고를 실었다.

“이 나라는 오랫동안 미국을 이용했다. 그동안 미국의 적자는 늘었고, 이 나라는 강력한 부(富)를 축적하여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위치에 섰다. 이들이 통화약세를 유지하며 무역에서 이익을 보는 동안, 미국 정치인들은 우리 세금으로 이들을 보호했다. 전 세계가 미국 정치인을 비웃고 있다. 우리는 엄청난 적자를 끝내고 이 나라가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이 나라는 바로 당시 급속한 경제 성장을 달성한‘일본’이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약진은 엄청났다. 미국의 상징인 록펠러 센터를 매입하고, 컬럼비아 영화사, CBS 방송 등을 인수했으며,〈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의 작가 마이클 클라이튼(Michael Crichton)이 미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을 소재로 삼은 소설〈떠오르는 태양(Rising Sun)〉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결국 미국은 1985년 일본과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를 절상시키는 등 지속적인 제재를 가했다. 1990년 한국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자 우리에게도 일명 수퍼 301이라는 통상법301조로 압박을 가했으며 지금은 그 표적이 중국으로 바뀌었다.

그림 1 보호무역을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의 일간지 전면광고(左)와 저서(中, 右)
<그림 1> 보호무역을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의 일간지 전면광고(左)와 저서(中, 右)

※ 자료 : 뉴욕타임즈, 아마존닷컴

기존 강자 對 부상하는 새로운 강자, 서로에게 총을 겨누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중국과의 불공정무역을 주요 의제로 삼았다. 다만, 취임 첫 해에 감세 정책에 집중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에 이르러“중국이 지적재산권을 강탈하고 미국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을 강요하며 불법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저지른다.”고 포문을 열었다.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약 5,056억 달러인데, 절반에 해당하는 2,500억 달러의 중국산 물품이 관세 부과 대상이다. 미국은 이 중에서 500억 달러 규모의 물품에는 25%의 관세를, 나머지 2,000억 달러 규모의 물품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림 2 미국의 대중 수출액 및 수입액 추이(십억 달러)
<그림 2> 미국의 대중 수출액 및 수입액 추이(십억 달러)

※ 자료 : US Census Bureau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의 대미 수출액 대비 수입액이 25% 남짓한 상황에서 맞불작전은 불가능하다. 대신 중국이 선택한 전략은 1934년 마오쩌둥이 이끌었던 대장정에서 군사력이 훨씬 강한 국민당을 상대로 선보인 게릴라전을 방불케 한다. 바로 아이오와(Iowa)주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결집된 농촌지역의 대표 생산물인 대두(soy bean)를 포함한 농산물에 대해서 25%의 관세를 집중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심리전도 병행하고 있다. 아이오와 지역신문에 양국 간 관세전쟁으로 더 이상 미국의 대두를 돼지사료로 사용하지 못하는 한 중국 농부의 딱한 사정을 소개하며, 대두 생산자들이 트럼프의 무역 정책에 등 돌리게 함으로써 정치력을 약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표 1> 미국의 대중 무역조치 진행 현황
미국의 대응 중국의 대응
3월 8일 중국산 수입철강/알루미늄 각각 25%, 10% 관세 행정명령    
3월 22일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계획 발표 3월 23일 돈육, 철강 등 3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 부과 예고
4월 3일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대상 품목(통신장비 등 1,300개) 공개 4월 4일 대구, 자동차 등 미국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 예고
5월 3일 「중국제조 2025」 대상 첨단기술 산업에 대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중단 요구    
5월 22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해 13억 달러의 벌금 및 경영진 교체 요구 6월 16일 미국과 대등한 규모, 동등한 강도의 보복관세 부과조치 예고
6월 18일 기존 관세 부과 품목 외에 추가적으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 부과 경고 6월 19일 상응하는 반격조치 경고(구제적 내용 부재)
7월 6일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대상 품목 중 1차로 340억 달러 규모, 818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 7월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 관세 발효(동등한 규모로 반격)
7월 10일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대상 품목(6,031개) 공개    
8월 23일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대상 품목 중 2차로 160억 달러 규모, 284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25% 부과 8월 23일 16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 관세 발효(동등한 규모로 반격)
9월 17일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9월 24일부터 연말까지 10%의 관세 부과, 이후 중국이 충분한 양보조치를 안할 경우 2019년부터 25%로 관세 인상    
10월 초 중국이 구체적인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거나 미국산 물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던 나머지 모든 중국산 수입품(2,670억 달러 규모)에 대해 관세 부과 경고 9월 24일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5-10% 관세 발효
11월 30일 G20회의에서 미-중 양국 정상은 향후 90일간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양국 간 공정무역에 대한 협상에 합의

※ 자료 : 각종 언론사 기사 및 2019 한국경제대전망(p.46) 자료를 종합하여 작성

미-중 무역 전쟁 승자는 누구일까? : 3가지 관점과 전망

양국이 상대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에 대한 관세폭탄을 투하하면서 촉발된 무역전쟁은 1차적으로는 세계무역질서에서 절대 강자인 미국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며 여기에 중국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갈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국내 정치는 물론 세계 경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복잡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향후 전개방향을 예측해 보면 갈등소멸론, 백기투항론, 타협론의 3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첫 번째 관점은 미-중 무역전쟁의 갈등소멸론이다. 즉, 중국이 고도 성장에 의해 중국 내 노동, 토지 등 비용이 상승하면 제조업에 투자됐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비용이 낮은 동남아 등 신흥경제 국가로 옮겨지고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폭 감소로 연결되어 대미 무역 갈등의 핵심원인이 약화되면서 미국의 보호주의적 무역정책도 자연히 퇴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전망은 3가지 관점 중에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낮아 보이는데, 그 이유는 무역전쟁의 근본적 원인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미국 내 고용 감소와 노동소득의 감소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조업 종사자는 2000년 1,710만 명에서 2013년 말 기준 1,200만 명으로 줄었고 이들의 임금도 지난 20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이런 현실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줄곧 주창하던 다자주의 자유무역에 대해 회의를 품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다자 간 자유무역의 기치를 앞세운 세계무역기구(WTO, 당시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부가 중국의 가입을 전폭 지지)를 활용해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된 국가가 바로 중국이며, 미국은 이로 인해 제조경쟁력이 약화되어 결국 일자리 감소와 노동수입 감소로 이어졌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2

그림 3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추이(2017년 미국 달러 기준, 십억 달러)
<그림 3>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추이(2017년 미국 달러 기준, 십억 달러)

※ 자료 : World Bank

사실 과거엔 노동시장의‘재분배 효과(reallocation effect)’가 작동해서 외국산 수입품이 일으킨 충격에 유연하게 적응했다. 즉, 한쪽 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의 상당수는 경제적으로 활기찬 다른 쪽 산업으로 옮겨갔다. 예를 들어 1980∼1990년대 미국의 남부와 서부 선벨트(sun belt) 지역에서 인구가 상당히 증가한 반면 피츠버그·디트로이트 같은 북부·중서부 제조업 중심지 러스트 벨트(rust belt) 도시에선 근로자가 빠져나갔다.3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제조업에서의 기술혁신은 스마트 팩토리로 대변되는 인공지능과 지능형 로봇에 의한 생산력 증가에 기인하며 이러한 제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혁신은 자본편향적이며 노동의 양극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선도를 달리는 미국은 앞으로 불평등 수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연장해서 보면, 고용의 재분배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 시점까지는 상당 기간 미국 유권자들의 보호무역주의 선호는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미국 무역 적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일본이, 그리고 유럽과 한국이 지목되었다면, 지금은 미국 내부의 경제구조적 변화로 인해 중국이 바로 보호무역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관점은 중국의 백기투항론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폭탄을 투하하는 반면, 중국은 이에 대응하는 카드가 마땅치 않으며 이로 인해 중국 국내 경제가 장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어 결국 백기투항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핵심 변수가 바로 중국의 부채와 금융위기론이다. 먼저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 부문의 부채는 심각한 수준인데,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부채 증가액의 43%를 중국이 차지했다. 2007년 4조 9,000억 달러이던 중국 부채는 2016년 25조 5,000억 달러로 급증했다. 2017년 말 중국의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65.85%에 달한다. 중국의 기업 부채는 160%로 가장 많았다. 기업과 가계 부채를 더한 비율은 208.7%였다. 중국 정부도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부채 감축(deleveraging) 정책에 초점을 맞췄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이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 빚을 갚지 못하는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이어졌다. 2016년 전체 채무불이행 규모는 300억 위안을 넘어섰다. 그런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333억 위안(약 5조 5,000억 원)의 기업 채무불이행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 수위가 높아지면서 중국 정부가 금융정책 방향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4 한편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의 무역흑자 감소→수출증가율 둔화→제조업 투자증가율 하락→GDP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이 중국 기업을 더욱 견제할 경우, 중국의 신기술 도입 가능성 하락→전체 총요소생산성 하락→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중국의 성장정체와 금융위기로 이어진다는 백기투항론은 중국 정부의 대응방식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즉, 최근 시진핑 정부는 중국 경제에 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부채 감축의 속도 조절에 나섰는데, 2018년 7월 중국 인민은행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추면서 대형 은행의 경우 지준율이 16%에서 15.5%로 낮아져 약 7,000억 위안의 자금이 시중에 풀리는 효과가 있었고, 같은 시기 개최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의 부채 축소를 독려하던 기존 방침과는 달리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경기가 후퇴하는 것을 우려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선제적 조처들이 이를 반증한다. 또한 중국 정부는 2019년 경제 성장 전망치를 리스크 방지에 중점을둔 안정적 성장치인 6.2~6.4%로 하향조절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거시경제 조절역량을 감안해서 일각에서는 미국의 2,500억 달러의 대중국 관세 부과는 2019년 중국 GDP 성장률을 0.5% 포인트 감소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대응하여 중국 정부는 일찍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통해 거대 중국 경제권에 주변 국가를 편입시키는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며, 특히 최근 60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아프리카와의 우호협력 강화로 미국이 주도하는 신통상체제에서의 고립을 우회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통상질서는 중국의 일방적 보호무역주의에 반감을 가지는 유럽, 러시아, 중동 및 중남미 등 지역 경제권과의 광범위한 협력을 강화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오히려 중국의 패권주의가 강화되어 미국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백기투항론은 관세부과의 한계, 중국의 거시조절 역량, 신국제통상질서에 대한 국가 간 협력 네트워크의 형성과 미-중 국내 정치의 지형변화와 같은 변수로 인해 실제로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 번째 관점은 미-중 타협론이다. 이 타협의 시나리오는 50:50의 타협이라기보다 서로에게 관세폭탄의 투하를 보류하지만 서로의 국내외 정치 및 경제상황에 따라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통제 기제가 작동되는 조건부 타협이다. 다시 말해 양국이 서로의 보호주의적 정책을 적당히 용인해주면서 분쟁을 봉합하는 것이다. 최근 양국 간 무역전쟁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인 11월 30일 G20회의에서 미-중 양국 정상은 향후 90일간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양국 간 공정무역에 대한 협상에 합의했다는 소식에서도 이러한 관점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트럼프 정부도 대중국 관세공격에 어느 정도 부담이 있기 때문에 양국 간의 타협론은 가장 합리적이 절충안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관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던 10월 미국의 중국산 수입은 오히려 13% 증가했다.5 중국산 수입품이 꼭 필요하고, 다른 나라에서 대체재를 찾기 힘들다면 미국 소비자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줄이기 어렵다. 이처럼 가격민감도가 낮을 경우 관세는 미국의 수입업자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어 수입가격은 크게 오르고, 수입량은 소폭 감소되며, 결과적으로 수입액은 증가한다.

아래 <그림 4>는 미국의 수입 곡선과 중국의 수출 곡선으로 이뤄진 그래프이다. 그래프 (a)와 (b)의 유일한 차이는 미국의 중국산 물품에 대한 수입 곡선의 기울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기울기가 완만할수록 가격민감도가 높고 가파를수록 낮다. 이제 가격민감도가 낮은 미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우측 (b) 그래프를 보자. 관세 부과 전 미국의 중국산 물품에 대한 수입가격과 수입량은 각각 미국의 수입 곡선과 관세 부과 전 중국의 수출 곡선이 교차하는 P와 Q이고, 수입액은 P와 Q를 곱한 값, 즉 사각형 면적 ④+⑤이다. 관세가 부과되면 관세만큼 중국의 수출 곡선이 위쪽으로 평행이동하면서 새로운 수입가격과 수입량이 P2, Q2로 결정되고 수입액은 면적 ④+⑥이 된다. 면적 ⑥이 면적 ⑤보다 크므로 관세 부과로 수입액이 증가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6

그림 4 수요의 가격탄력도에 따른 관세 효과 비교
<그림 4> 수요의 가격탄력도에 따른 관세 효과 비교

 

위 그래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관세가 수입을 저지하지 못하는 순간, 오히려 수입품의 가격을 크게 인상시켜 이를 사용하는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자충수(自充手)가 된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우, 철강, 알루미늄 등의 소재, 전기모터, 차량용 디스플레이, 각종 엔진 부품 등에 붙은 관세를 서로 부담하지 않기 위해 부품 수입업체, 부품 가공업체, 그리고 완성차 업체 간에 재계약 요구와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포드 자동차의 대표이사 짐 해켓(Jim Hackett)에 따르면 관세로 인해 올해 회사의 수익이 약 1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7

그러면 미국이 중국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용인해줄 것인가?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90일이라는 시한이 말해주듯이 2019년 초는 이들 양국의 상호 용인수준을 관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미국으로서는 금융과 서비스 시장의 개방, 중국 정부의 비시장경제적 정책 철폐, 지적재산권 이슈를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중국은 대미 통상에서의 손실을 제3국 통상에서 보전하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자주의적 국제경제질서 기조는 어느 정도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미-중의 담합적 보호주의와 그에 따른 미-중과 연쇄적인 제3국 통상분쟁의 증가는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와 기업에게는 고난의 시기를 의미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적정 수준에 머물면서 상호 조건부 타협과 조절의 상황이 예상되며 각국의 손익계산서도 복잡해졌다. 노무라홀딩스는 미·중이 서로에게 관세를 매긴 품목에 따라 △국가별 주요 생산 제품 △국가별 미·중과의 지역적 거리 △미·중이 국가별 생산 제품을 수입하는 대신 직접 생산할 가능성 △미·중 전체 수입에서 국가별 생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 △대미(對美) 또는 대중(對中) 수입에서 국가별 생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해서 아시아 13개 국가가 받을 영향을 살펴본 결과 말레이시아는 전자집적회로와 액화천연가스, 통신장비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며, 다음으로는 일본, 파키스탄, 태국, 필리핀 순으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8

미-중 무역 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제1, 제2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분쟁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정례화하고, 작업반을 구성하여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작업반에 참여했거나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두 국가 간 무역분쟁에 의한 우리 경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의 대중·대미 수출 품목은 대부분 완제품 형태로서 현지에서 최종 소비되는 내수용이다. 둘째, 중국으로 수출하는 부품 등 중간재의 경우 역시 대부분 가공 조립되어 중국 내수용 제품에 탑재되거나 국내에 역수입된다.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중에서 최종 귀착지가 미국인 것은 약 5%에 불과하다.9 셋째, 휴대폰, PC 등 우리나라의 반도체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품목은 무역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특히, 무역분쟁이 우리나라 SW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효과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약 70억 4,121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4,954억 달러)의 약 1.4%를 차지한다. 이 중 중국 수출액은 약 22.6%를 차지한다. 중국 수출액을 더 살펴보면, 국내 기업이 중국에 세운 현지 법인에서 발생한 매출이 81.2%이고 사내 정보시스템 구축 등 IT서비스에서 90%에 가까운 매출이 발생했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세워 IT 서비스 사업을 수행했다면 중국 내수용 사업이라고 판단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중국의 경기가 침체될 경우 중국 내 IT 투자가 감소하면 국내 SW 수출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점은 미국이 우리에게 다시 무역협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안에 합의했다. 그리고 개정안에 대해 다수의 주요 외신들은“한국이 트럼프와의 무역협상에서 선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10 하지만 트럼프는“무역협상 테이블에서 중국은 언제든 다른 나라로 바뀔 수 있다.”고 공언하는 상황이다.“상황이 변했다.”며 언제든 다시 우리나라를 협상 테이블로 부를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산 자동차나 철강제품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200년 전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는‘비교우위’라는 단순한 논리를 이용하여 모든 국가들이 자신의 시장을 개방하고 자유롭게 거래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전히 수출을 원하는 동시에 자신의 안방 문은 걸어 잠그려고 한다. 바로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선택지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구조이기 때문이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는 둘 다 자유무역을 선택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지만 약간의 이익을 더 얻으려는 이기심 때문에 결국 둘 다 보호무역을 선택하여 손해를 본다.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피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가 1995년 출범했다. 그런데 그동안 세계무역질서 수립과 무역분쟁 해결이라는 제 기능을 못했다는 명분하에 세계무역기구의 대대적인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미국은 상소위원의 임명을 미루며 세계무역기구를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었고, 주요 국가는 서로에게 유리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막후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WTO의 권한은 약화되고 심판이 없는 운동장에서 서로가 몸을 사리는‘보호무역’이 심화될 전망이다.

미-중 무역 전쟁이 우리에게 기회의 창인 이유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단기적 대응은 실제 이들 국가에 대한 무역 손익을 따져보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우리와 경합관계에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통상분쟁은 우리 경제에 기회의 창이며 어느 때보다 근본적인 대응으로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첫째, 미국이 요구하는 지적재산권, 금융과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고, 비시장경제적 정책을 철폐하며, 지적재산권을 강하게 보호하라는 요구를 중국이 수용할 경우, 중국에 비해 경쟁우위에 있는 온라인 게임과 화장품 등 뷰티산업에서 과거보다 수출환경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경우, 중국의 판호 허가에 있어서 중국 기업에 비해 비시장경제적 제재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둘째, 중국이 대외 통상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자국 내 정치적 권위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데 이는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기업에게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가 증대되어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중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의 투자와 진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해서 경제 전반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새로운 통상환경에 대응하는 우리 산업의 미래 비전을 과거에는 조선, 전자제품, 휴대폰, 반도체 등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존 하드웨어 산업에서 찾으려 했다면 미국과 중국 모두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분야, 즉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신산업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혁신을 창출하는 전략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공유경제를 활용한 서비스, 스마트제조, 헬스케어, 스마트모빌리티 등 새롭게 부상하는 산업에서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리의 역량 격차가 크지 않으며 아직 표준이 공고히 작동하지 않아 우선 초기 시장 진입에 성공한다면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 1 고대 그리스 시대 패권전쟁이었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불가피’하게 만든 원인이“(도전국인) 아테네의 힘의 성장과 그에 대한 (지배국인) 스파르타의 두려움”이었다는 투키디데스의 주장에 빗대어 국제정치에서 20세기를 지배해 온 미국과 13억의 인구 단위로 급속히 성장한 중국 사이에 패권전쟁이‘불가피’한지를 둘러싼 담론이다.
  • 2 ‘차이나 쇼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3인의 공동저자 데이비드 돈, 데이비드 오터, 고든 핸슨은 이렇게 결론지었다.“무역의 충격에 대한 노동시장의 적응이 상당히 느렸다. 2001년 중국의 무역 충격이 시작된 후 최소한 10년 동안 임금과 노동력 참여율은 낮고 실업률은 높은 상태가 유지됐다. 충격에 노출된 근로자는 일자리 불안과 평생 소득의 감소를 겪었다. 국가적 차원에서 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미국 산업의 고용률은 예상대로 떨어졌지만 다른 산업의 보완적인 고용률 증가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 3 Newsweek, 한국어판(2016.04.11.), 자유무역 이제 물 건너갔나.
  • 4 중앙일보(2018.09.18.), 다음 금융위기 진원지 될라 … 중국, 부채와의 전쟁 중.
  • 5 The Wall Street Journal(2018. 11.8.),「Trump’s Tariffs Have Fully Kicked In – Yet China’s Exports Grow」.
  • 6 동일한 방식으로 가격민감도가 높은 좌측 그래프에서는 관세 부과로 수입액이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다.
  • 7 The Wall Street Journal(2018.11.9.),「Trump Tariffs Pit Auto Companies Against Each other」.
  • 8 조선일보(2018.11.20.), 미·중 무역전쟁 최대 수혜국은 말레이시아.
  • 9 경향비즈(2018.6.21.),「산업연구원“미·중 무역전쟁 국내 파급효과 제한적”」.
  • 10 The Economist(2018.9.29.),「Familiar KORUS : Little Has Changed in the Deal between America and South Korea」.

키워드 무역 전쟁 미국 중국 월간SW중심사회 2018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