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완화가 중요한 정책수단으로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그 규제완화의 주요대상이 안전기준 등 안전에 관한 사항이 많아서 규제완화에 대한 반대가 커서 정책이 쉽게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제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완화가 안전을 저해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것일까?

필자는 제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완화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동일시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규제가 많다고 안전이 더 확보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 둘째는 현재의 하드웨어 안전 중심의 규제가 소프트웨어 안전이 중심이 되는 제4차 산업혁명 기술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점이다.

안전과 규제의 상관관계 : 규제가 많을수록 안전하다?

과거에 비해 사회 기반 인프라나 운용 시스템이 연결화, 거대화, 그리고 복잡화되면서 사회전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Beck(1997)1이 말하는 소위 ‘위험사회’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Beck은 사회가 발전하면 위험도 그만큼 늘어난다고 주장하였는데 지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여러 사고들을 되돌아보면 타당한 듯도 하다.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우리 사회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기도 하고 기존의 규제를 강화하기도 하였다. 이는 결국 정부가 안전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합의이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최종적으로 개입하여 사회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지적된다. 첫째는 시장실패이다. 위험의 외부성이라는 특성과 정보비대칭성 등으로 인해 위험에 대한 적정한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시장행위자들이 위험을 이해 못하는 등 비합리적 이유로 위험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소위 안전 불감증 등이 이러한 행태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최근의 정부 규제정책을 보면 규제를 완화하거나 혁신, 재설계하려는 노력이 주된 활동이지만 안전규제 등은 여기서 제외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관점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무조정실에서 관리하는 우리나라 규제정보포털(규제등록시스템)2을 보면 규제가 몇 개라고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화되고 있는데 특히 안전 등의 분야에서는 규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규제등록 시스템에서 안전과 직접 관련된 법령상 규제를 검색하면 5,500개에 이르는 것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규제가 강화되는데도 언론이나 방송에서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사상 최초, 최악의 사고라는 수식어를 심심치 않게 들어야 한다면 ‘과연 규제가 우리 사회의 위험을 줄여 주고 있는 것일까?’ ‘규제가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안전해지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필자는 2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이 된다. 첫 번째는 규제와 안전 간에 인과관계가 항상 존재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논리적으로도 ‘위험증가 → 규제강화’하면 그 결과 ‘위험감소 → 규제감소’로 이어져야 하는데 규제가 계속 강화되거나 증가한다는 것은 규제와 안전 간에 항상 비례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해석이다. 규제가 많다는 것은 위험요소가 현재 그만큼 존재한다는 반증일 수 있고 규제로 인해 안전해지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지적했듯이 ‘위험상황 → 규제 → 위험감소 → 규제감소’로 가야 하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이러한 순환관계가 아닌 ‘사고 → 규제, 사고 → 규제’의 단절적이고 반복적인 규제 생성체계로 이루어져 있다면 규제는 안전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발생에 비례하는 것일 수 있다. 규제가 많으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은 일종의 ‘패러독스’라고나 할까 해석상 오해의 소지가 존재할 수 있다. 규제의 필요나 효과에 대해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의 두 가지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림 1]은 규제와 안전의 관계에 관한 그래프이다. 일정 수준까지는 규제가 증가하면 안전이 강화되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규제의 증가로 오히려 안전이 저해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나친 규제는 실제 이를 지키기 어렵게 되어 규제체계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고, 규제기관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남용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2]는 규제 그리고 사고발생 또는 사회적 위험 간의 관계에 대한 그래프이다. 만약 규제가 안전을 강화하는 순기능으로 지속적으로 작용한다면 규제가 많을수록 안전이 강화되는 즉, 사회적 위험(사고)이 규제에 반비례하는 함수가 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규제에 바라는 바람직한 함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가 강화되는 생성체계라면 독립변수는 사고발생 수가 될 것이고 종속변수가 규제가 되는 『규제=f(사고 또는 위험)』의 함수의 형태가 될 것이다. 우리 정치행정시스템과 사회문화 등을 감안할 때 규제생성은 사고발생에 비례한 것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그렇다면 규제완화를 우리 사회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규제완화가 실제 발생시킬 위험이 무엇인지 그를 해결할 대체적인 방법이 있는지 여부 등을 제대로 보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림 1 안전과 규제와의 관계, 그림 2 규제에 대한 현실과 이상
<그림 1> 안전과 규제와의 관계, <그림 2> 규제에 대한 현실과 이상

 

현재의 규제체계가 항상 최선인 것은 아니다 : 시대에 변화에 맞추어 부단히 혁신해야

제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해 ‘현재의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 지속 적용하여야 한다는 명제가 성립하려면,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함에 있어 현재의 규제체계가 최선이고, 현재의 규제를 완화할 경우 사회적 위험이 지금보다 더 증가하는 것이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에 IT가 융합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는 우리 역사상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규제체계가 아예 없거나 현재 규제체계를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안전이 더 중요해지면서 안전의 대상과 본질이 변화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보건대 현재의 하드웨어 중심 규제체계가 제4차 산업혁명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해서도 최선이라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도입되거나 현실화할 경우 안전 등에 대한 책임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 추구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사회는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에 의해 관리, 운영되는 체제로서 사람의 개입이 축소되는 특성이 있는 바, 소프트웨어가 안전하다면 현재 사람에 의한 운영체계보다 더 안정적이고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소프트웨어에는 안전 불감증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앞에서 서술한 정부개입과 규제의 이론적 근거가 제4차 산업혁명 기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는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제4차 산업혁명 기술들에 대한 규제완화가 우리 사회에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단정하고 이를 반대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즉,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 운용하기 위한 규제완화가 사회적 큰 틀에서는 안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안전은 규제’라는 도식적, 형식적 논리에 매몰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 기반 사회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신산업과 기술이 기존의 규제를 모두 충족해 가면서 창출되기는 어렵다. 기술의 성격이나 적용 방식이 다르고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안전기준을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고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규제에 따른 효용과 비용을 조화롭게 감안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Wildavsky(1988)3가 주장한 것처럼 현재와 전혀 다른 소프트웨어 기반 사회에서 안전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회적으로 안전해졌다는 경험적 증거들을 굳이 찾지 않더라도 지나친 사전적 규제와 경직된 규제체계로 인해 더 안전할 수도 있는 새로운 사회체계인 소프트웨어 기반 사회의 도래 자체를 부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우리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일련의 실험적 시도는 매우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제된 상황 또는 일정 실험 후 필요 시 안전을 위한 규제의 내용이나 강도, 범위를 정한다면 시행착오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 1 Beck, U., Riskogesellshaft, 홍성태 역(1997), 『위험사회 : 새로운 근대성을 향하여』, 새물결.
  • 2 https://www.better.go.kr/zz.main.PortalMain.laf, 행정규제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위하여, 중앙행정기관은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모든 소관 행정규제를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한다.
  • 3 Wildavsky, A.(1988), 『Searching for Safety』, New Brunswick & London : Transaction Books.

키워드 제4차 산업혁명 안전 규제완화 월간SW중심사회 2019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