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규제체계가 항상 최선인 것은 아니다 : 시대에 변화에 맞추어 부단히 혁신해야
- 제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해 ‘현재의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 지속 적용하여야 한다는 명제가 성립하려면,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함에 있어 현재의 규제체계가 최선이고, 현재의 규제를 완화할 경우 사회적 위험이 지금보다 더 증가하는 것이 명확해야 한다.
- 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에 IT가 융합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는 우리 역사상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규제체계가 아예 없거나 현재 규제체계를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안전이 더 중요해지면서 안전의 대상과 본질이 변화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보건대 현재의 하드웨어 중심 규제체계가 제4차 산업혁명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해서도 최선이라기에는 한계가 있다.
- 또한 제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도입되거나 현실화할 경우 안전 등에 대한 책임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 추구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사회는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에 의해 관리, 운영되는 체제로서 사람의 개입이 축소되는 특성이 있는 바, 소프트웨어가 안전하다면 현재 사람에 의한 운영체계보다 더 안정적이고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소프트웨어에는 안전 불감증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앞에서 서술한 정부개입과 규제의 이론적 근거가 제4차 산업혁명 기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는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제4차 산업혁명 기술들에 대한 규제완화가 우리 사회에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단정하고 이를 반대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즉,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 운용하기 위한 규제완화가 사회적 큰 틀에서는 안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 ‘안전은 규제’라는 도식적, 형식적 논리에 매몰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 기반 사회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신산업과 기술이 기존의 규제를 모두 충족해 가면서 창출되기는 어렵다. 기술의 성격이나 적용 방식이 다르고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안전기준을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고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규제에 따른 효용과 비용을 조화롭게 감안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Wildavsky(1988)가 주장한 것처럼 현재와 전혀 다른 소프트웨어 기반 사회에서 안전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회적으로 안전해졌다는 경험적 증거들을 굳이 찾지 않더라도 지나친 사전적 규제와 경직된 규제체계로 인해 더 안전할 수도 있는 새로운 사회체계인 소프트웨어 기반 사회의 도래 자체를 부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런 측면에서 최근 우리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일련의 실험적 시도는 매우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제된 상황 또는 일정 실험 후 필요 시 안전을 위한 규제의 내용이나 강도, 범위를 정한다면 시행착오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