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은 저작물 창작이다
※ 이 글은 한밭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김창화 교수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 4차 산업혁명 시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컴퓨터와 인터넷 등의 하드웨어 혁신을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옮겨가도록 하고 있어,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웨어의 시대라고 한다. 소프트웨어는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하드웨어의 일부였으나 이제는 그 자체로 거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의 일부가 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은 ‘소프트 파워’가 될 것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2015년 GE사의 CEO인 제프 이멜트가 “미래에는 모든 기업이 소프트웨어기업”이라고 이야기한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창작과 개발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컴퓨터 활용을 위한 프로그램이 더 이상 아니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모든 기술 분야에서 창작 활동의 기초가 되는 핵심적 요소가 되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분야에 접목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미래 성장 산업을 포함한 다른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고용유발이나 타 산업에의 영향 등 높은 부가가치를 주목하여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서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인력 양성을 추진하는 등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시중이다.
2.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의 저작물 창작성
지식재산권 측면에서 소프트웨어 창작에 대한 법적 보호 방법은 저작권과 특허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작권은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 표현을 보호하며, 특허권은 소프트웨어 그 자체가 아니라 물건과 결합된 소프트웨어 또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발명의 구현 방법이다. 소프트웨어의 두 가지 보호 방법은 해당 권리가 심사와 등록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구별된다.[1]
소프트웨어를 어떠한 방식으로 보호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1969년 미국 IBM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분리정책을 취하고, 소프트웨어가 별개의 상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였다. 그 이전에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하드웨어인 컴퓨터를 조작하기 위한 스위치로 인식되거나, 펀치카드에 의한 조작수순 기록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범용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면서 소프트웨어는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가치를 지닌 재화 또는 상품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역할 변화는 소프트웨어를 따로 떼어 보호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지게 되었다.[2]
미국에서는 1978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CONTU(Commission on New Technological Uses of Copyrighted Works)의 보고서가 발간되었으며, 이를 통해 미국 의회는 저작권적 보호방안을 채택하였고, 1980년에 소프트웨어를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법을 개정하였다. 일본도 1985년에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소프트웨어를 저작물로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소프트웨어를 저작권법이 아닌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란 특별법을 1986년 12월 31일 제정하여 보호하기 시작하였고 이 법은 2009년 4월에 기존의 저작권법과 통합되어 이른바 “통합 저작권법”으로 개정되었다.
소프트웨어 보호를 위한 특별법 체계는 저작권법의 문화 창달적 요소와 더불어 첨단기술과 관련되는 산업경제재로서 정보산업 측면에서 보호, 개발, 육성되어야 할 특성을 인식한 결과이고 이러한 특성은 현행과 같이 “통합 저작권법” 체계에서도 동일하다. 따라서 현행 저작권법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즉 소프트웨어를 소설, 영화, 음악 등의 저작물과 동등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으며, WTO/TRIPs와 같은 지식재산권 관련 국제협정에서도 소프트웨어는 원시코드와 목적코드를 불문하고 저작물로 보호한다고 규정하여 국제적 보호체계 또한 형성되어 있다.
3. 일반 저작물과 동일한 가치로서의 소프트웨어
현행 저작권법은 소프트웨어 관련 조항을 별도의 장으로 규정하는 것은 물론 일반 조항에서도 필요한 경우 소프트웨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소프트웨어를 일반적인 저작물과 다르게 취급하기도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에 관하여 일반 저작물과 다르게 저작권법 제45조제2항에서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양도(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제22조에 따른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프로그램의 경우 특약이 없는 한 2차적 저작물작성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한다)” 등의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기도 하다.
일반 저작물에 대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유보시키는 근거는 저작자가 비슷한 작풍·화풍으로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다거나 원저작물이 어떠한 가치를 가질 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당사자들이 이에 대한 특약을 하지 않았다면 유보시키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작물이 이용되는 유통경로가 확대되는 것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저작물의 미래 가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유보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3] 이러한 규정에 따라 소프트웨어 창작자와 사업자 또는 개발의뢰자 간의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 있으므로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규정하지 않는다면 소프트웨어 창작자가 창작의 동기를 가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창작에 대해 저작권 등의 법적 보호는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단순한 기능적, 기술적 인력으로만 취급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영화감독, 소설가, 작곡가, 만화가와 같은 창작자로 대우하고 인정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문화예술과 정보통신기술이 만나는 소프트웨어를 단순히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이라는 점을 인식할 때, 소프트웨어를 창작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해 소프트웨어 ‘창작자’로서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할 때 비로소 혁신적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물론 개개인의 삶을 바꿀 수 있다.
4. 소프트웨어 창작자에 대한 범정부 정책의 필요성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에서 정부와 업계는 더 많은 개발자를 육성하고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만들도록 정책적인 지원에 힘쓰는 것은 물론 소프트웨어 창작물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소프트웨어 창작자’로서 처우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 및 운영 등 범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현재의 정책은 단순히 불법복제 방지나 산업진흥 차원의 지원 대상으로만 머물러 있다. 영상, 게임 등 저작물(콘텐츠)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문화콘텐츠 산업발전과 풍요로운 문화향유 환경 조성을 위한 핵심적 기반으로 설정하여 다양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소프트웨어 창작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준의 인식개선 활동이 필요하다.
[1] 김윤명/김현숙, “소프트웨어 지식재산 이슈와 개선방안”,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2017.4, 18면.
[2] 정진근,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의 효과적 보호방안 연구”,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 2013.2, 6면 참조.
[3] 이대희/송선미/최우령/신은경/백혜린/박민주, “SW산업 진흥을 위한 SW지식재산권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 한국저작권법학회, 2016.2, 141-14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