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수 만 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세계적인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팬데믹(Pandemic)으로 선언된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각 국 정부는 절치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그 와중에서도 한국은 성공적인 대응으로 눈에 띄는 나라라는 외신의 평가를 받고 있다(The Diplomat, 3.10; BBC, 3.11; The Washington Post, 4.10).
디플로맷(The Diplomat, 3.10)은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한국이 뛰어난 이유는 매일 이루어지는 정부의 투명한 뉴스 브리핑, 웹 사이트,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확진자가 최근 방문한 장소와 이동 경로를 끊임없이 밝혀주고 있기에 때문이다. 식당 리스트, 쇼핑 장소, 교회 방문 등에 추정 시간까지 보도함으로써 시민들이 경계할 수 있도록 미리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영국의 BBC(3.11)는 헤드라인을 통해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효과적 추적, 대량의 테스트가 인명을 구하고 있다”라고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의 워싱톤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4.11)는 “한국의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은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와 같은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더 강화시키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한국은 스마트 진단 키트의 활용으로 하루 20,000명 이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효율적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초기부터 드라이브-쓰루(DriveThru)나 워크-쓰루(Walk-Thru)를 설치함으로써 의료진과 환자를 원천적으로 분리시키는 안전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1명당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대량 검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미국,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에 비해서도 확진자 비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일본의 확진 양성자 비율이 9.2%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9%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검사 소화능력이 일본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을 말해 준다. 일본이 116,725명을 검사한데 비해 우리나라는 563,035명을 검사할 수 있었다(아래 [그림 1] 참조).
이처럼, 한국이 전 세계 국가 중에서 급속한 속도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커브를 완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 1월 20일에 정부가 전염병 국가비상수준 황색경보(Level 2)를 선포한 이래 3월 22일에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제에 들어간 결과, 4월 13-17일 사이에는 신규 확진자를 30명 이하, 4월 18일에는 20명 이하, 4월 20일 이후 10명 이하로 급속하게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 또한, 미국의 확진자(사망자)가 755,533명(40,461), 중국 82,758명(4,632), 일본 11,866명(276)에 비해 한국은 확진자가 10,683명(237)으로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확진자는 적지만 사망자는 많이 나타나고 있다(아래 [그림 2] 참조).
[그림 1] 한국의 코로나19 전략적 대응
[그림 2] 한국의 코로나19 현황 : 비교분석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우리가 만약 지금 단계에서 경계심을 늦춘다면, 더 큰 2차 파동의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추가 발생이 10명 이하로 떨어진 현재에도 제2차 파동의 위험성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초기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사례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구가 580여만 명에 불과한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지난 1016명이 코로나19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1만141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1월 말 재빨리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조기에 코로나19 대응에 착수, 2월 하순에는 신규 감염자가 ‘제로(0)’를 기록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성급한 개학 결정, 30만 명가량의 이주노동자가 공동 거주하는 기숙사에 대한 관리 소홀 등에 따라 한 달여 만에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이 나라는 일부 봉쇄 조치를 4주간 연장, 6월 1일까지 계속하기로 했다.
이러한 우려는 지금의 한국 상황에 대해서 많은 경고를 주고 있다. 이러한 경고를 전제로 하되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중간 점검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 무엇이 성공요인이었을까?
먼저 일반적으로 꼽고 있는 성공요인을 살펴보자. 한국의 성공적인 의료시스템과 의료진들의 헌신, 상대적으로 싸고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는 의료보험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정부를 믿고 협력에 부응하는 태도, 빠른 시간 내에 대량 검사를 가능하게 해 준 진단키트의 개발 및 적용, 스마트 폰, 신용카드, CCTV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 및 인프라를 활용한 확진자의 이동경로 추적과 투명한 정보공개, 질병본부의 효과적이고도 헌신적인 리더십 등 다양한 요인들이 그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강력한 정책 통제탑: 과거 실패로부터의 교훈
하지만 이들이 중요하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강력한 정책적 통제를 가능케 해 준 정부(부처급) 상설기관인 질병관리본부(KCDC), 즉 강력한 정책 통제탑이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핵심 성공요인은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정부의 각 기관에 대응을 요청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방역에 실패했던 사례를 교훈삼아 전염병 대응 체제를 정비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강력한 권한을 토대로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밀접 접촉자를 찾기 위해 경찰에 협조를 구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간 기업이 개발한 진단키트의 신속한 승인도 요구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대만인데 대만 역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을 계기로 관련 법령을 정비했다. 그 결과 위생복리부의 질병관제 관청을 중심으로 전 부처를 아우르는 중앙유행병지휘센터(CECC)가 임시정부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었고, 감염병방지법을 근거로 휴교와 집회, 행사 제한, 교통, 마스크의 생산과 유통 등 세세한 부분까지 통제하면서 지역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대만의 경우는 많은 양의 검사량, 극도로 낮은 확진률을 보이고 있다. 4월 21일 현재까지 대만은 10,838건 검사를 완료했고, 확진자 426명, 사명자 6명이라는 매우 경이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반대되는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은 후생노동성 산하의 국립감염증연구소가 있지만 사령탑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국립감염증연구소의 업무는 주로 연구 중심으로 대책의 수립 및 실행을 위한 권한은 미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소 중심의 접근은 평상시에는 큰 문제점이 없지만, 지금과 같은 ‘전시’상황 하에서는 강력한 사령탑이 될 수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4월 21일 현재 일본은 116,725건 검사를 시행했으며, 확진자 11,866명, 사망자 276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검사 완료 건수만 563,035명이며, 확진자 10,683명, 사망자 237명이다. 이러한 통계는 일본이 향후 검사 시행 숫자가 늘어날 경우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할 가능성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도 일본 보건당국이 유전자 증폭(PCR) 검사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는 가운데 증상 없는 감염자가 확산했을 것 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쿠다 야스하루(德田安春) 무리부시(群星) 오키나와 임상연구센터장(임상역학)은 23일 보도된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관해 "현재 발표된 수의 12배에 달하는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됐음에도 검사에서 정확하게 양성 판정을 받지 않은 사람, 검사를 받지 않는 증상 발현 4일 미만의 경증자, 무증상자의 비율 등을 토대로 이같이 추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마트 거버넌스와 정책 역량
그렇다면, 한국의 지금까지의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겠다.
1) 강력한 정책 통제탑: 2015년 메르스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룬 한국은 감염병예방법을 정비하는 등 질병관리본부에 강력한 정책수단을 제공하였으며, 그것이 이번과 같은 사태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2) 시민의 힘: 홍콩 일간지(South China Morning Post)는 한국 시민의 힘을 꼽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지침을 내리기도 전에 마스크를 착용을 하고 손 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등 시민들의 건강관리 습관이 한국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라고 꼽았다. 한편 시민들은 사적 정보(사생활보호)에 대한 일정한 침해에도 불구하고 더 큰 공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정부에 대한 믿음을 보여 주었다.
3) 스마트 거버넌스와 디지털 역량: 한국의 혁신적인 스마트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평가를 받는 진단 키트(미국의 매릴랜드 등 여러 주들은 이들을 앞 다퉈 수입하고 있다), 환자와의 격리를 가능케 만든 드라이브-쓰루(Drive-Thru), 워크-쓰루(Walk-Thru), 스마트폰과 신용카드, CCTV 등을 활용한 감염자 실시간 추적 및 정보 공개, 시민들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는 전국적인 의료보험제도의 우수성 등이 광범위한 구제와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 했고, 효과적인 정책 프레임과 디지털역량이 제도적, 기술적 측면에서 스마트 거버넌스를 가능케 해 주었다.
스마트 거버넌스와 제4세대 정부모형
이제 여기에서는 스마트 거버넌스와 이를 둘러싼 이론적 논의를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왈도D. Waldo는 1960년대 말, 미국사회의 변동성, ‘소용돌이의 장(Field of Vortex)’에 직면하여 ‘신행정학’이라는, 참여와 민주적 가치를 강조하는 새로운 행정학적 패러다임을 주창한 바 있다. 1970년대 말 신공공관리(NPM, New Public Management)는 세계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재정적자 위기 등에 직면하여 공공부문의 감축, 민영화, 민간경영 기법의 도입 등 효율성을 강조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와 뉴거버넌스(NG, New Governance)는 당시 진행되었던 새로운 변화들 즉,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인한 정보화,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전개 등의 급격한 환경변화에 직면하여, 정부-시장-시민사회의 신뢰와 협력에 기초한 네트워크적 문제해결 방식을 지향하는 새로운 행정학적 패러다임이었다.
그렇다면 21세기에 들어와 최근 특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2003년의 SARS, 2009년의 신종플루, 2015년의 MERS, 2020년의 COVID-19 등) 이외에도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전, 인공지능과 바이오기술, 나노기술의 결합으로 인한 생명연장의 시도, 포스트 휴먼 등장에 대한 담론 확대, 빅데이터의 발달로 인한 행정혁신, 사물인터넷 발전으로 인한 스마트 시티의 등장, 드론과 자율주행차의 출현으로 인한 새로운 법률과 행정체계의 필요성, 혹은 이들로 인한 인간의 정체성 논쟁 등은 정부의 문제를 다루는 행정학에 있어서도 가히 격변(Turbulence)이라할 만하다.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줄어들고 또한 이러한 변화가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인구절벽의 문제와 결합되면서, 새로운 행정환경은 가히 소용돌이적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1) 새로운 도전과 비선형적 환경 변화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제기되는 정부모형은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 신속하고 기민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신속형 정부모형 등이다. 전자는 윤리와 관련된 것이고, 후자는 속도와 관련된 것이다. 행정환경의 동태적 변화에 대해 보다 책임감 있게 대응하면서 빠른 속도로 문제 해결하는 선행적 대응 속도와 탄력성이 요구되고 있다. 관계망을 중심으로 분류하던 기존의 정부모형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행정환경이 직면하고 있는 비선형적 변화를 간략하게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더스트리4.0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인더스트리 4.0 움직임이 강하게 진행되면서 기존의 제조업의 경쟁력은 강하게 유지하면서도 농업2.0, 핀테크, e-헬스 등을 결합시키는 형태의 4차 산업혁명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둘째, 아르바이텐4.0이다. 인더스트리4.0에 대응한 일자리와 노동환경 정책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르바이텐4.0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다는 전제 하에 좋은 노동을 창출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면서 나타나는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유연한 노동력의 공급을 위해 노사정 체제를 구축하고, 노동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독일 연방노동사회부(BMAS)는 지방정부, 시민단체, 노동계, 재계와 함께 미래일자리에 대해 토론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 아르바이트4.0이라는 유기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근로자 재교육, 정보보호, 사회보장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해 연구 및 추진하고 있다.
셋째, 디지털 변혁이다. 세계경제포럼의 2015년과 2017년 주제어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로 인한 사회변혁에 대해서 다양하게 전망하고 있다. 웨어러블 인터넷, 유비쿼터스 컴퓨팅, 주머니 속 슈퍼컴퓨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저장소, 사물인터넷, 커넥티드 홈 등 다양한 변혁적 과제들이 전망되고 있다.
넷째, 디지털 사회이다. 이는 디지털 변혁과 연계되면서 좀 더 거대 담론들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스마트 도시, 스마트 그리드, 자율 주행차, 인공지능과 의사결정, 로봇공학과 서비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공유경제, 정부와 블록체인, 맞춤형 아기, 신경기술 등에 관한 논의이다.
다섯째, 후기 자본주의이다. 신자유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승자독식의 자본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토대로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에 대한 담론이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한계비용 제로 사회’,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의 ‘긍정 경제학’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림 3] 비선형적 환경변화와 제4세대 정부모형
2) 제4세대 정부모형의 본질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되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등장은 정부의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새로운 행정모형을 요청하고 있다. 마치 왈도D. Waldo가 1960년대 말 미국사회의 변동성과 행정환경의 ‘소용돌이의 장(Field of Vortex)’에 직면하여 ‘신행정학(New Public Administration)’이라는 가치 지향적 행정패러다임을 제시했듯이,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등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행정환경은 새로운 행정패러다임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동 연구는 이를 제4세대 행정모형이라고 지칭하면서 기존모형과의 차별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요체는 융합과 속도와 윤리성이다.
정부1.0이 관료제 중심의 정치모형, 정부2.0이 시장중심의 신공공관리모형(NPM: New Public Management), 정부3.0이 공공가치를 기반으로 정부, 시장, 시민사회간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공공가치모형(PVM: Public Value Model)이라면, 제4세대 행정모형은 기존모형과는 융합, 속도, 윤리적 책임성 측면에서 차별된다. 그것은 마치 4차 산업혁명이 기존의 산업혁명과는 속도와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것과 유사하다.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산업혁명은 4차 산업혁명에 들어서면서 모두가 빠른 속도로 융합되면서 새로운 국면의 기술이 열린다. 제4세대 행정모형 역시 정부 중심이냐, 시장 중심이냐, 네트워크 중심이냐에 있어서 어느 하나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속도를 중심으로 보다 강력한 정부중심의 추진 드라이브가 필요할 때도 있는가 하면, 시장의 인센티브를 정책수단으로 할 때도 있고, 정부-시장-시민사회 간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필요할 때도 있는 것이다. 역할 주체가 모형의 초점이 아니라, 속도와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사회 변동 과정에서 해결이 요구되는 복잡하고 사악한 문제(Complex & Wicked problem)를 신속하고 민첩하게 해결하는 것이 그 초점이다. 그 과정에서 높은 윤리성과 책임이 요구되는 것이다(권기헌, 2018: 8).
한편 제4세대 행정모형은 성찰성이라는 새로운 행정이념이 강조된다. 기존의 효율성과 민주성을 담보하되, 이를 변증법적으로 승화시킨 성찰성이 요청되는 것이다. 기존의 공공가치모형(PVM: Public Value Model)이나 신공공서비스모형(NPS: New Public Service)이 민주성에 가치의 중점을 둔 모형이라면, 제4세대 행정모형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성찰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행정의 동태성은 환경변화가 행정의 구조와 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상호작용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제4세대 행정모형은 기존의 정부모형1.0, 2.0, 3.0을 융합하되, 이를 속도와 윤리라는 측면에서 한 단계 더 승화 시킨 행정모형이다. 즉, 제4세대 행정모형은 정부모형1.0의 관료제 중심의 효율성과 정부모형2.0과 3.0에서 제시하는 정부와 시장, 혹은 시민사회간의 민주적 관계성을 받아 들인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성, 민주성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하는 복잡하고 사악한 문제(Complex & Wicked Problem)들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기존의 정부1.0, 정부2.0, 정부3.0에서 보여주었던 문제의식 즉 효율성, 시장성, 관계 네트워크 등의 문제해결 방식으로는 풀기 어려운 비선형적 문제들이 급격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모형은 속도와 윤리라는 측면에서 보다 더 신속한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보다 더 높은 윤리의식에 기초한 책임지고 소통하는 리더십을 요청하는 모형이다.
3) 제4세대 정부모형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현대정책학에 있어서 정책내용별로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제4세대 정부모형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 기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민들의 효과적 참여를 위해 정부 정책과 관련한 정보가 개방적이어야 하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토대로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 스마트 전자정부에서 활용하는 제반 기제들,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 유튜브(Youtube)와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여 공공영역(Public Space)의 장을 활성화시켜야 하며, 이를 토대로 충분한 참여와 숙의에 기초한 정책결정이 되어야 한다. 이는 순응비용(Compliance Cost)과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의 감소를 통해 정책수용성을 제고시켜 줄 것이다.
셋째, 시민과 정부관료 간 대화과정은 열려있어야 하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공사 협력적 거버넌스의 증진을 통해 성찰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넷째, 제도설계, 제도 간 연계 및 조정을 통해 제도적인 질서와 균형을 유지하여 성찰적 거버넌스가 제도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다섯째, 공적 부문과 사적 부문,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간에는 진정한 신뢰를 기초로 거버넌스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이러한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정책행위는 상호 ‘진정성’에 기초한 ‘마음’의 교류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행위자들 간의 신뢰성, 진정성, 책임성 확보가 중요한 바, 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찰적 정책분석이 요구된다. 즉, 정책공동체에 참여하는 각 행위자(Actor)들에 대한 수요(Needs)분석, 동기(Motives)분석, 상호작용적 네트워크(Network)분석이 필요하다. 행위자 상호간에 i) 배려, ii) 소통, iii) 수용조건, iv) 수용가능성 등 에 대한 사전분석을 병행할 필요도 있다. 이처럼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제도적 장치의 지속적 보정補正을 통해 정책행위자들 간에 진정한 성찰적 역량이 증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어: 새로운 정책모형과 디지털 역량
본고에서는 신종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 프레임과 디지털 역량에 대해서 평가하는 한편 이들이 함의하고 있는 스마트 거버넌스에 대해서 고찰해 보았다. 이어 이러한 스마트 거버넌스가 더욱 더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Policy Model & Framework)의 하나로서 제4세대 정책모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위기와 비선형적 정책 환경에 부응하는 제4세대 정책모형의 핵심은 신속한 대응,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급진적 변화와 행정 수요에 대응하는 정책대응 양식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혹은 그것이 아니더라도 정부를 둘러싼 현대적 시대상황은 가히 격변(Turbulence)적이다. 국가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으로서의 정책학이 궁핍한 사유나 문제해결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상황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학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분명 과거와 다른 포스트-노멀(Post-Normal)시대이며, 격변(Turbulence)의 시대이다. 따라서 정책학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근본적 문제를 찾고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급격한 시대와 세계 행정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분명 새로운 정책학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학은 미래를 적극적으로 창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스스로의 역할과 기능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혹은 앞으로 더 위험하게 다가올 변종 바이러스와 같은 호흡기 전염병과 같은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에 대해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므로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에서 얻은 종합적 교훈을 새로운 정책 체계에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른 플랫폼 경제의 확대에 따른 노동자의 보호, 기대수명의 극단적 증가, 교육 시스템의 변혁 등 다양한 복합적 문제(Complex Problem)에 대해서도 신속하고도 민첩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민첩한 거버넌스(Agile Governance)에 기초한 소통하고 책임지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며, 정책학은 이러한 정부모형과 그 과제에 대해서도 탐구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어느 시대보다 기회와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과거에도 기회와 위험은 존재했다. 하지만 과거의 것은 폭이 좁고 깊이도 얕았다. 국지적인 것이었고, 인류 전체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반해 21세기의 기회와 위험은 전 지구적이며, 인류의 생존과 정체성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다. 바람직한 미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미래의 위험 요인을 막아 내는 데 정책학이 앞장서야 한다. 정책학은 미래를 창조하는 학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책학의 사명使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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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헌(權祈憲) : 미국 Havard University. John J. Kennedy School of Government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논문:International Institutions After Hegemony), 현재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국정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정책학이론(정책형성론 및 정책분석론), 국가혁신론(전자정부론 및 정부혁신론) 등이며, 주요 저술로는 정책학 콘서트(박영사, 2018), 정부혁명4.0(박영사, 2017), 정책학강의(박영사, 2014), 행정학강의(박영사, 2014), E-Government & E-Strategy (박영사, 2014), 비정상의 정상화(박영사, 2014), 행정학 콘서트(박영사, 2013), 정의로운 혁신이란 무엇인가(한언, 2013), 정의로운 국가란 무엇인가(박영사, 2012), 전자정부론: 전자정부와 정보정책(박영사, 2011), 정책분석론(박영사, 2009), 정책학의 논리(박영사, 2007)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정책결정 과정 인식을 통한 원자력정책 수용성의 인과구조 -원전 입지여부에 따른 집단 간 차이 분석을 중심으로”(한국정책학회보, 2016), “정책결정에 있어서 Kingdon의 다중흐름모형의 실증적 접근: 한국의 대외원조 정책을 중심으로”(한국정책학회보, 2015) 등이 있다(gkwon77@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