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기술 : 전자민주주의의 진화를 위하여* (다운로드 : 68회)

송경재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교수 skjsky@gmail.com

* 이 글은 2019년 4월 필자가 작성한 [D.N.A 플러스 2019-3 민주주의 기술의 현실과 미래-직접·참여·심의민주주의 플랫폼](대구: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국문요약

많은 학자는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의 위기를 경고한다. 대의민주주의는 인류가 개발한 가장 선진적인 정치제도이지만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은 민주적 대표성과 책임성의 약화 때문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ICT를 이용한 전자민주주의 플랫폼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전자민주주의는 ICT를 이용해 시민참여를 확대하고, 심의를 높일 수 있는 민주주의 기제이다. 이와 함께 최근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민주주의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ICT를 활용한 전자민주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이행과 공고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민주주의 기술(Technology for Democracy)은 시민의 참여 확대, e-투표제도의 개선, 인터넷 토론의 확대를 유도한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주목하여 이 글에서는 민주주의 기술의 등장 배경과 발전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민주주의 기술의 실험인 ‘루미오(Loomio)’와 ‘아고라(Agora)’등을 살펴보면서 미래 전자민주주의의 상을 제시하였다.

대의민주주의 위기와 전자민주주의

20세기 후반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여 위임통치하는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대의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발전하면서 절차성과 형식적 측면은 강화되었지만, 과연 실질적·내용적 민주주의로 공고화했는가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거듭된 정부실패와 시장실패의 경험은 대의민주주의가 미래 민주주의의 유일한 정체(Polity)인가에 관한 근본적 의문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현존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위기의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대의민주주의가 지나치게 경직되면서 시민과 대의하는 정치인 간의 간극이 벌어지고, 심지어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서는 엘리트 민주주의로 빠지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민주주의 이행기를 거친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민주적 대표성과 책임성의 왜곡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민주주의 만족감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불평의 소리도 등장했다.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강조한 학자들은 경직되고 도그마화 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방안으로 제기된 것은 참여민주주의와 심의민주주의 등 새로운 민주주의의 방향성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러한 민주주의 위기의 논의과정에서 등장한 새로운 방식이 전자민주주의(e-Democracy)이다. 현대 전자민주주의는 여러 개념적인 정의가 있지만,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이하 ICT)을 활용한 민주주의 정체의 혁신을 이야기 한다. 무엇보다 과거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민주적 대표성과 책임성의 강화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과정에서의 ICT 활용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었다.

그 영향으로 많은 국가에서는 앞다투어 이른바 전자정부(e-Government), 전자정당(e-Party), e-거버넌스, e-참여 등 새로운 전자민주주의 실험이 진행되었다. 본격화되는 정보사회의 시대적 흐름과 궤를 같이하여 전자민주주의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전자민주주의는 정치과정을 혁신하고 투명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정체로 주목받았다. 학자들은 전자민주주의 능력을 이용한 민주주의 강화, 시민참여의 확대, e-공론장의 활성화, 정부 투명성 제고, 시민의 정책결정 과정의 역할 강화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1

이와 같은 전자민주주의가 활성화 된 배경에는 ICT의 발전이란 기술적 측면도 있지만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공간을 통해 등장한 새로운 시민의 등장이다. 첨단 ICT 환경에서 교육받은 정보를 가진 시민(Informed Citizen)은 산업사회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구조를 만들고, 협의와 조정을 중심으로 하는 탈집중적인 네트워크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이들은 현실에서 교육받고 민주주의 학습장을 거치면서 ICT을 활용하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이며 정치 데이터를 스스로 공급, 통제하는 민주적 소양을 가진 통찰력 있는 시민(Insightful Citizen)으로 발전하고 있다.

ICT 친화적인 통찰력 있는 시민(Insightful Citizen)

시민이 정치공동체에서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과정이 요구되었다. 주지하듯이 프랑스대혁명, 미국 독립전쟁, 영국 명예혁명 등 시민혁명을 거쳐 서구사회가 근대 민주주의로 도약하면서 시민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었고, 시민은 공화국 주체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시민권 강화요구는 정치적 권리를 넘어 사회경제적 권리와 생활세계의 권리로 지속적으로 확장되었다.

무엇보다 전자민주주의가 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시민이다. 정보사회 초기 ICT의 민주주의 효과는 주로 시민의 참여기회 확대와 적극적 시민의 권능 강화(Empowerment)에 한정되었다. 과거 수동적인 시민에서 능동적인 시민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면서 20세기 이후 등장한 참여민주주의 이론가들은 시민참여 확대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들은 대의민주주의가 참여의 문제, 대표성의 문제로 인한 비판에 시달리게 되면서, 많은 시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고 토론을 강화하는 심의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교육받은 정보를 가진 시민(Informed Citizen)은 자발적인 참여와 심의능력을 제고하는 주요한 주체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2011년 아랍의 봄, 월가 점령시위나 2016~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와 같은 시민운동이나 혁명의 동력이 되기도 하고, 민주주의 정체를 운영하는 현명한 시민이 되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ICT의 발전은 시민의 참여를 확대했다. 과거 산업사회 오프라인 기반의 면대면 참여에 제한되었던 시민들이 이른바 언텍트(Un+Contact, 비대면접촉)를 통한 온라인 기반의 참여가 시작되면서 과거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는 이른바 ICT를 통해서 표출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시민의 시민권에 대한 자각과 학습능력이 제고되고 현명한 군중(Smart Mobs)까지 등장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인공지능, 무선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등을 위시한 ICT의 확산은 전통적인 정치와 함께 온라인 공간에서의 정치 행위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현실 오프라인 정치에서 면대면을 통한 정치 행위가 이루어졌던 것에 반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과정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2006년 보급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기존의 유선 환경을 무선으로 전환하면서 더욱 인간과 정치과정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이바지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4th Industrial Revolution) 기술이랄 수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IoT, 소셜미디어 등이 보편화하면서 이전보다 혁신적으로 ICT에 익숙한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탭스콧(Tapscott)은 이러한 세대를 1990년대 이후 X세대와 Y세대 논쟁 이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어렸을 때부터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규정한다.2 디지털 네이티브가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08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ICT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정보와 지식, 문화가 저렴한 비용으로 형성·교환되고 정보의 확산 기회를 제공해 정보의 민주적 이용 가능성이 증가하고, 시민의 권능은 강화되고 새로운 전자민주주의의 시민참여 플랫폼을 요구하게 되었다. 요컨대,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저렴한 거래 비용으로 시민이 더 활발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 가능하게 되고, 그에 따른 참여 효과가 극대화되어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시민권이 확대될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네트워크상에서의 e-공론장(Public Sphere)이 되기도 하고 구체적인 형태로는 온라인 토론장이나 게시판 등의 형태로 외화 되고 있다.

ICT의 민주주의 효과 논쟁

ICT의 고도화와 통찰력 있는 시민의 등장은 전자민주주의가 꽃피울 토대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과연 ICT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논쟁도 진행 중이다. 전자민주주의 등장에 따른 ICT의 민주주의 효과는 크게 강화론(낙관론)과 쇠퇴론(비관론)으로 양분할 수 있다.

첫째, ICT의 민주주의 강화론(Reinforcement Theory)이다. 낙관론으로도 지칭되는데,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 문제점으로 제시되고 있는 민주적 대표성과 책임성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ICT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시한다. 초기 ICT의 일반적인 활용을 넘어 상호작용적인 소통과 다양한 e-시민참여 플랫폼의 도입을 강조하고 있으며, 인터넷, 스마트 폰 등 ICT를 통한 민주주의의 공고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ICT의 민주주의 강화론은 시민 참여 확대에 주목한다. 전자민주주의가 등장한 배경이 시민 참여 하락과 민주적 대표성의 위기에서 기인한 만큼, 시민의 정부와 시장 감시의 증가, 투명한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e-시민참여 플랫폼은 초기 전자정부 웹 페이지에서 시작되어 사이버 커뮤니티, 블로그, 소셜미디어, 스마트폰의 진화과정은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고 정치적 활동 역시 급변했다고 강조한다. 강화론자들은 ICT의 발전에 따라 전자민주주의를 위한 직접·참여민주주의가 확대될 것을 강조한다. 전자민주주의는 그 자체로서는 ICT의 활용이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정치 환경을 만들었다. ICT는 오프라인 기반의 정치행위와는 다른 정치 환경을 만들었지만, 근본적으로 전자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체계이자 현실 민주주의의 온라인 버전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전자민주주의 시도는 절차적인 서비스의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나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보완재(Complementary Goods)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일종의 대의민주주의의 동맥경화 현상을 예방·치료해줄 수 있는 전자적 참여 플랫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둘째, ICT의 민주주의 쇠퇴론(Decline Theory)이다. 비관론으로도 지칭되는데, ICT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민주주의 자체의 문제가 아닌 주변부의 새로운 문제로 인해 시민권이나 정부 통제가 강화될 것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 입장은 다양한 네트워크의 연계가 확산되면서 오프라인의 현실 공간이 유리처럼 투명한 공간이 되는데, 이때 시민들이 오히려 권력자에 의해 프라이버시(Privacy) 침해와 정보 감시를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마치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 상상했던 소설 『1984』에서와 같이 전면적으로 감시받지는 않지만, 시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감시당할 수 있고 인터넷이 오히려 시민의 기본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쇠퇴론의 핵심 주장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ICT를 활용한 전자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인터넷 공론장(Internet Public Sphere)에서 시민참여의 양은 증가했지만, 심의 없는 참여, 책임 없는 참여라는 비판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ICT가 등장하면서 기술적으로 다양한 시민 참여의 통로는 확대되어 많은 시민의 목소리는 담아내지만 이에 관한 책임과 심의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참여의 거래 비용이 저렴해지는 인터넷 토론의 경우, 토론의 상당수가 무의미한 잡스러운 글에 불과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둘째, 역시 인터넷 공론장의 분화로 인한 전자민주주의 왜곡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전자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ICT가 가지는 장점을 흡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치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ICT를 활용하여 여러 층위 사람의 의견을 수렴할 수도 있고 다수의 의견이 공유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 공간은 자칫 목소리 큰 사람의 공간 또는 정치적 편향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할 경우, 심각한 분열을 겪기도 한다. 무엇보다 한국처럼 이념적·세대별·지역별·성별 대립이 강할 경우, 합리적인 토론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강조하는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로 인해 토론집단 간의 분극화(Polarization) 경향이 나타난다.3 여기에 최근에는 가짜뉴스(Fake News)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뭉크(Mounk)는 최근 그의 저서 The People vs. Democracy에서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결에서 가짜뉴스로 대표되는 바이러스성 콘텐츠의 문제가 심각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특히 TV나 신문과 같은 정규 언론의 제약을 받지 않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소셜미디어가 가짜뉴스를 생산하여 유권자의 현명한 정치적 선택행위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4

이처럼 쇠퇴론자들은 ICT는 어느 정도 민주주의 확산효과는 있을 것이지만 결국 제한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ICT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통적인 정치체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ICT가 전통적인 정치 질서를 위협하여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등장한 민주적 독재의 가능성과 포퓰리즘(Populism)의 우려감도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다. 아울러 ICT가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 정권을 강화할 위험성도 발견된다. 일부이지만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ICT를 이용해 독재를 강화할 수 있어서 정치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초래할 것을 우려한다.

민주주의 기술(Technology for Democracy)의 등장

이와 같은 논쟁에 대해 정보정치학자 채드윅(Chadwick)은 우리가 정보사회를 피할 수 없다면 수동적이기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을 강조한다. 즉, ICT가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효과를 이분법으로 나누어서 찬성과 반대만을 싸우지 말고 좀 더 능동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기술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전자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재인식하고 지나친 낙관보다 전자민주주의의 이론적·논리적 재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단지 대의민주주의가 문제가 있어서 ICT를 활용한 전자민주주의를 기술적으로 구축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와 시민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해 제대로 된 전자민주주의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대다수 전자민주주의 플랫폼이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획일화 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전자민주주의의 비판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고 민주주의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인 디자인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흐름에 주목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 기술이다. 민주주의 기술에 관한 아이디어는 다이아몬드와 플래트너(Diamond & Plattner)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과정에서의 시민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자유화 기술에 주목하면서부터이다. 그들은 2011년의 아랍의 봄 과정에서 나타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기반으로 하는 시민운동의 활성화와 민주주의 이행에 주목하고 소셜미디어와 ICT를 “자유화 기술(Liberation Technology)”이라 명명하였다.5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는 시민들에게 ICT와 소셜미디어는 부패한 독재국가 또는 권위주의 정부에 맞설 수 있는 무기이자 시민 기술(Citizen Technology)이 하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이 ICT가 민주주의를 더 책임지게 하여 정부의 통치로부터 사회와 시민을 자유롭게 하는 무기로 보고 있어야 한다. 한편, 다이아몬드와 플래트너는 시민들이 네트워크로 연계된 웹 기반의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여 정치자원을 조직하여 정부의 책임성(Accountability)과 투명성(Transparency)을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들은 역시 ICT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즉 ICT는 정치적으로 자유화를 진전시키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정부가 사회와 시민을 통제하는 사이버 통제의 도구로도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국가비교 연구를 보면, 중국과 러시아, 아랍 등의 일부 권위주의 정부들은 ICT를 오히려 감시의 기술로 역이용하여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를 통제하는 도구로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ICT가 민주주의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자유를 유지하고 시민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혁신적인 민주주의 기술 실험이 진행중이다. 이 실험은 때로는 국경을 넘어 민주주의의 강화를 위한 시민운동 차원에서, 때로는 정당 내부 민주화 차원에서 때로는 공공서비스 개선을 위한 전자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민주주의 기술은 루미오(Loomio), 투표 시스템으로 아고라(Agora)가 있다.

“루미오”는 협업 의사결정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찬성과 반대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단순한 기능으로 시작되었지만, 혁신적인 민주주의 기술로 평가된다. 루미오는 누구나 평등하게 토론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토론 과정을 보여주고 타인과의 정치적·정책적 심의를 할 수 있는 시민참여와 심의가 강화된 민주주의 기술 플랫폼이다.

투표 시스템 “아고라”는 투표에 민주주의 기술을 적용한 시도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아고라 보팅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형태가 스페인 정당 포데모스(Podemos, 우리는 할 수 있다)의 민주주의 실험을 가능케 한 블록체인 투표 방식이다. 가장 큰 장정은 민주주의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의사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선거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고라는 단순다수제 만이 아니라 다양한 선호투표 방식으로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용자 편의에 따른 변형이 가능한 만큼 다중투표, 선호반영, 선택사항 위임 등 각기 상황에 부합하는 그리고 의제에 따른 섬세한 투표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투표를 한번 하는 행위가 아니라 토론을 통해서 여러 차례 참여하고 최종적으로 합의에 도달하는 민주주의 투표기술이다.

[그림 1] 협업 의사결정 플랫폼 루미오(Loomio)와 투표 민주주의 기술 아고라(Agora) 그림 1 협업 의사결정 플랫폼 루미오(Loomio)와 투표 민주주의 기술 아고라(Agora)

※ 자료 : 루미오(https://www.loomio.org), 아고라(https://www.agora.vote/)

민주주의 기술의 미래

전자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대의민주주의와 전자민주주의의 통합적 문제로 파악하고 보완하기 위한 민주주의 기술은 계속 진행형이다. 물론 전자민주주의가 간과했던 책임 없는 참여와 심의의 부재, 단순 다수제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 등장한 민주주의 기술은 다양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 민주주의 이론 차원에서는 그동안 전자민주주의에 관한 잘못된 인식의 한계와 미래의 민주주의 기술 방향에 대한 고민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성이 있다.

이를 통해 전자민주주의가 간과했던 다양한 의미에 대해 우리는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거 루소(Rousseau)가 선거일만 자유로운 시민이 아닌 항상 자유로운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통찰력 있는 시민의 정치적 도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기술이다.

민주주의 기술이 중요하다고 해도 시민의 민주주의 이해와 기술적 역량은 더욱 중요하다. 기존 전자민주주의는 운영과 설계에서 지나치게 기술편의주의적인 접근 때문에 민주주의 가치를 담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좋은 전자민주주의 플랫폼이라도 이를 활용하고 잘 운영할 수 있는 시민적 역량이 없다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마치 민주주의 이상향이라고 상상했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가 후기로 가면서 중우정치나 다수에 의한 폭정 등으로 변질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의 여러 혁신적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도 개발 중인 민주주의 기술의 구현은 의도한 민주주의 가치 측면에서 구현하는 것은 느리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기술진보는 빠른 데 비해, 민주주의 기술은 더딘 것이 사실이다. 만약 현재 기업에서 사용하는 빅데이터 분석과 같이 의미론적인 연계분석이 실시간으로 시민들에게 제공된다면, 우리의 정치적인 선택이나 정책은 더 나은 방향 결정을 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전자민주주의 부작용인 가짜뉴스도 빅데이터 검증과 집합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상호검증을 통해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기술은 아직 이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단순히 시각화와 토론, 투표 등의 낮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ICT가 발전하고 정치적 활용능력이 제고된다면 실시간(Real Time)으로 정보분석과 정치토론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그렇다고 현존하는 민주주의 제도에 단순히 ICT적인 방법을 적용해서는 진정한 민주주의 기술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 가치와 시민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의 설계와 기술을 도입하여 실질적인 정치과정의 변화를 주도했을 때 민주주의 기술은 성공할 것이다. 우리가 민주주의 기술의 미래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1 Andrew Chadwick. Internet Politics: States, Citizens, and New Communication Technologie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2006).
  • 2 Don Tapscott. Growing Digital: The Rise of the net Generation. New York: McGraw-Hill (2009)
  • 3 반향실 효과는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뭉쳐 있을 때 편협한 사고방식은 더욱 증폭되고 극단화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Cass Sunstein, Republic.com 2.0. Princeton Universit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7).
  • 4 Yascha Mounk. The People vs. Democracy: Why Our Freedom Is in Danger and How to Save It. Harvard University Press(2018).

키워드 전자민주주의의 월간SW중심사회 202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