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민주주의 제도화로 진화하는 프랑스 디지털공화국법 :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 과정의 모색 (다운로드 : 167회)

이진랑 프랑스 파리10대학 정보커뮤니케이션학 박사·우송대학교 글로벌미디어영상학과 소속 연구원 jrlee2001@daum.net

프랑스 디지털공화국법, 시민 정책 참여의 새로운 단계

프랑스는 1978년에 이미 ‘컴퓨터와 개인정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세계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에 선진적인 사례로 알려진다. 프랑스는 또한 선진국 중에서는 인터넷의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어서 2000년이 거의 다 되서야 국가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사회 구축을 논의한 나라이기도 하다. 요컨대 프랑스는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에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문화와 그것의 사회문화적 영향에는 꽤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관행을 보이는 사회이다. 2016년 발효된 ‘디지털공화국법’(Loin° 2016-1321 pour une République Numérique) 역시 프랑스의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디지털공화국법은 4차 산업혁명이 실현될 미래 사회 안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자유, 평등, 박애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것과 함께 발전해야 할 경제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만들어진 법이다.

디지털공화국법은 또한 입법 과정 초안 단계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전의견조사를 실시한, 프랑스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처음 있는 사례로 알려진다. 프랑스 정부는 이를 실험적인 시도였다고 밝히고 있으며 법안이 통과된 2016년 이후 ‘의회 개혁 5개년 계획’(Pour une Nouvelle Assemblée Nationale: Les rendez-vous des réformes 2017-2022)을 세워 디지털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의 제도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프랑스 디지털공화국법의 내용과 제정 과정을 관찰하고 그것이 현재 의회 개혁을 통해 디지털 민주주의 제도화라는 더욱 큰 틀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랑스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평가해보려고 한다.

디지털공화국법이란 무엇인가?

디지털공화국법은 데이터경제와 지식과 정보의 유통을 통해 자유로운 혁신, 소비자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박애정신, 디지털이 주는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평등 실현이라는 가치를 담아내려는 시도였다. 따라서 법의 내용 역시 데이터와 지식의 유통 촉진, 디지털사회에서의 개인의 권리 보호를 통한 신뢰 구축, 디지털 서비스의 평등한 접근 등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되어 있으며 여기에 프랑스 해외 영토에 대한 특칙을 추가하여 총 113개의 세부조항으로 구성되었다.1

디지털공화국법 제1편은 데이터와 지식의 유통을 촉진하여 ‘혁신하는 자유’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데이터 경제(1장)와 지식 경제(2장)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정보의 개방 범위를 확대하는데 중점을 둔다. 제 1조는 행정기관 사이의 정보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행정관계법전의 정보공개청구권이 ‘시민’에게만 인정되는 것에서 행정기관으로 확대했음을 뜻한다. 프랑스는 1789년 인권선언에 국가는 모든 행정정보를 시민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시민에게 행정을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할 만큼 공공정보의 민주적 사용에 대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2 이번 디지털공화국법은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와 같이 최근 공공데이터가 민간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촉진하기 위한 경제적 의도가 담겨있다. 이제까지 공공데이터에 대한 인식이 민주주의의 차원에서 강조되었다면 디지털공화국법은 공공데이터를 경제활동의 수단으로 재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공화국법은 ‘공익정보’라는 새로운 정보의 유형을 개념화하여 데이터 사용이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공익데이터란 민간에 속하는 정보 중 공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데이터를 말한다. 공익데이터(17-24조)를 공공서비스 위탁사업자의 데이터 제공 의무, 보조금 지원을 받는 보조금 협약 당사자의 데이터 공개의무, 공공통계서비스를 위한 민간 데이터 사용, 판결의 공개 및 관련 데이터의 무상 이용, 공공도로 관리자의 데이터 개방 의무, 에너지 유통 사업자의 데이터 제공 의무, 부동산 소유권 이전(거래) 데이터의 제공 등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디지털공화국법 제2편은 개인정보의 보호라는 기본 원칙에 더해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필요한 여러 시민권을 개념화했다. 디지털 사회에서 시민이 누려야할 권리인 망중립성, 데이터 이동권 및 회수권, 플랫폼 및 소비자 정보에 관한 신의 그리고 개인정보보호권을 규정함으로써 상호 신뢰와 사회 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를 추구하고 있다.

망중립성의 원칙에 따라 프랑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정보의 성질, 내용, 송수신자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망을 이용하여 송수신되는 콘텐츠와 트래픽의 모든 흐름을 동등하게 허용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공화국법 제48조는 인터넷 사용자가 서비스 사업자를 바꿀 경우 자신의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이동할 수 있는 데이터 이동권을 명시한다. 즉 서비스 사업자를 바꾸고자 하는 소비자는 해당 서비스 제공자가 상당한 데이터 보강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존 플랫폼에 저장하였던 모든 개인 데이터를 다른 사업자의 플랫폼에 이전할 수 있다. 이로써 프랑스 소비자는 플랫폼 선택 및 이전의 자유를 얻게 되었고 디지털 서비스 간의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표 1] 디지털공화국법 구성 - 편(Titre), 장(Chapitre), 절(Section), 조항(Article)의 순서로 구성된 표
편(Titre) 장(Chapitre) 절(Section) 조항(Article)
I. 데이터와 지식의 유통 촉진 1. 데이터 경제 ▪ 공공데이터 개방
▪ 공익데이터
▪ 거버넌스
1조-29조
2. 지식 경제 30조-39조
II. 디지털 사회에서의 권리 보호 1. 개방적인 환경 ▪ 망중립성
▪ 데이터 이동권 및 회수권
▪ 플랫폼 공정성 및 소비자 보호
40조-53조
2. 온라인 사생활 보호 ▪ 개인정보 보호
▪ 개인 온라인 우편 비밀 보장
54조-68조
III. 온라인 접근성 1. 디지털과 지역 ▪ 역량 강화와 조직화
▪ 디지털 인프라 보장
69조-85조
2. 이용 편의 ▪ 전자 수신확인
▪ 전 결제 시스템 구축
▪ e스포츠에 관한 규정
▪ 온라인게임 경기
▪ 부동산 거래 간소화
86조-104조
3. 사회적 약자의 온라인 접속 ▪ 장애인의 전화서비스 접근
▪ 장애인의 인터넷 공공사이트 접근
▪ 인터넷 서비스 유지
105조-109조
IV. 해외영토 특칙 110조-113조

디지털공화국법은 또한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게 플랫폼의 공정성 의무를 부과하고 온라인 정보의 신뢰도를 높일 조치를 강제한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소비자에게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콘텐츠가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는지 그 운영 방식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특히 온라인 리뷰를 게시하는 운영자에 대해 그 정보에 대한 신뢰도 품질검사절차의 여부를 명시할 의무를 부과한다. 이러한 규제를 통해 소비자는 인터넷에 게시된 제품 및 서비스의 사용 후기의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다. 프랑스 우정통신규제청(ARCEP) 상임위원인 벵고지(Benghozi)는 이 규제가 향후 행정절차의 온라인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유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3

그 밖에 온라인 자기정보통제권(48조),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후 미성년기 온라인 상의 자기 정보를 모두 삭제할 수 있는 권리(잊혀질 권리, 56조), 사망 후 자기정보통제권(디지털 사망)의 보장 등 개인정보보호권 및 통제권을 강화하였다. 또한 보복 포르노의 처벌, 전자메일의 비밀 보장 등 구체적인 상황도 명시하였으며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기존 개인정보보호 규제기관인 국가정보보호위원회(CNIL)의 법적 지위와 처벌권 역시 강화했다.

디지털공화국법 제3편은 사회적 약자 보호와 초고속 인프라 구축을 통한 모두를 위한 평등한 인터넷 기술을 구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생활 편의개선 수단으로, 부동산 거래 간소화, 전자적 ‘수신확인’ 및 결제 등을 용이하게 하였으며 온라인 게임을 스포츠 및 산업 활동으로, 게이머는 직업으로 공식 인정하였다. 마지막으로 디지털공화국법은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인터넷 및 전화서비스 접근권을 명시하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에 공공재적 성격을 부여하여 그 접근이 모든 시민이 누려야하는 기본권으로 자리 잡도록 하였다.

시민 참여의 절차적 정당성, 어떻게 획득하는가?

이슈화 단계 (2012-2014)

앞서 언급하였듯이, 디지털공화국법은 네티즌이 법의 내용 구성에 직접 참여한 유일무이한 사례이다. 그러나 정부의 사전 작업이 아주 세밀하였으며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이슈화 과정이 장기간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 법의 태동은 2012년 대선 캠페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프랑수아 올랑드 (François Hollande)는 선거 공약의 하나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시민의 새로운 권리를 법제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랑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2012년 10월 디지털경제부 장관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이 국회연설에서 2013년에는 본격적인 입법과정에 들어가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2013년 5월, 디지털 전략 부문 정부자문기관인 국가디지털위원회(CNNum)가 관련분야 연구자, 의원, 행정가, 기업인 및 시민단체와의 토론과정을 거쳐 ‘디지털 사회의 시민’이라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본격화한다. 여기서는 특히 정보격차를 해결하여 모든 프랑스 국민이 정보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디지털 통합’을 강조했다.

초기 디지털공화국법의 구상은 개인정보 및 사생활의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다. 당시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이 유럽과 개인정보보호 정책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대선후보 올랑드는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시민과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불평등한 관계를 조정하고자 일명 ‘디지털 해비어스 코퓨스(Habeas Corpus Numérique)’를 선포한다.4 이는신기술의 발달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법적 규범을 말한다. 프랑스 올랑드 정부는 이것을 통해 미국 기업에 정치적으로 대항하면서 동시에 국내인터넷기업을 육성하는 경제적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당시 마크롱 경제부장관 주도하에 디지털경제 인프라를 위한 마크롱법을 발효하였고 이를 보충하는 마크롱법 2탄을 제안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디지털총괄 수석인 악셀 르메르 (Axelle Lemaire)의 이름을 따서 르메르법이라 불린 디지털공화국법은 이러한 맥락에서 마크롱이 개입하면서 더욱 경제적 전략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변경된다.5 특히 디지털공화국법에 처음 등장하였던 공익데이터 개념은 사실 마크롱2법안을 준비하면서 출현했다.6 따라서 디지털공화국법은 초기 개인정보보호와 사이버보안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르메르 수석의 구상에서 데이터 중심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당시 경제부장관 마크롱의 의도인 신산업정책의 일환으로 그 의제방향이 전환된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공화국법은 2014년 프랑스가 열린 정부파트너십(Open Government Partnership)에 가입하고 본격적인 전자정부의 선진화를 도모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2015년 7월에 발표된 정부 보고서, ‘협력적이고 투명한 정부 정책을 위하여: 프랑스를 위한 전략 2015-2017’은 디지털을 통해 더욱 효율적이고 개방적인 정부를 구성코자 하였던 프랑스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었으며 특히 2016년 10월부터 프랑스가 열린정부파트너십(OGP)의 의장국이 되면서 국내·외적으로 더욱 적극적인 의제 형성을 추진하였다. 프랑스는 정보의 자유로운 활용을 강조하는 ‘디지털 공유 자산’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이의 실현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7 결론적으로 프랑스의 디지털공화국법은 프랑스 정부가 대내적으로는 신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대외적으로는 선진화된 열린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이슈화한 전략적인 입법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입법 진행 단계 (2014-2016)

2014년 9월 국사원(Conseil d’Etat)은 국민 협의를 도모하고자 맥락, 배경 및 주요 제안 사항을 보고하고 본격적인 내용 협의 단계로 들어선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2014년 10월에서 2015년 2월까지 약 4개월 동안 국민들의 사전의견조사를 거친다.

2015년 6월 국가디지털위원회(CNNum)는 위에서 논의된 의견을 취합하고 분석하여 ‘디지털 열정’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여 법안의 큰 틀을 마련하고 같은 해 9월 르메르는 디지털공화국법의 구체적인 입법과정 및 방법에 대한 일정을 밝힌다. 디지털공화국법은 우선 디지털 관련 대학의 예비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입법제작소(fab lab)를 구성하여 전문적인 자문을 거쳤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2015년 9월 2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숙의과정을 거친다.8 3주 동안 온라인플랫폼 방문자수는 137,000명이었으며 21,330명의 네티즌이 법안 작성에 기여하였고 총147, 000명이 각 항목에 대한 투표에 참여하였다. 총 8,501개의 의견이 올라왔으며 주요 내용은 e-sport의 공식적 인정, 오픈 소프트웨어 우선주의, 디지털 소송에서의 집단 소송, 파노라마의 자유, 공유지(Commons)에 관한 주장, 망중립성, 국가에 의해 개발된 소프트웨어의 코드 소스 개방,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내용의 암호화 권리, 운영소프트웨어 컴퓨터에 끼워 팔기 금지, 공중전화부스 유지, 정부보고서에 사용된 데이터 공개 등이다.9

이렇게 해서 구성된 최종법안은 2015년 11월 국사원 검토를 거쳐 12월 공식적인 명칭인 ‘디지털공화국을 위한 법안(n°3318)’으로 국회에 제출되면서 본격적인 입법과정을 거치게 된다. 2016년 1월 26일 하원(찬성 356표, 반대 1표)에서, 2016년 5월 3일 프랑스 상원(찬성 322표, 반대 1표)에서 각각 압도적인 표를 얻어 통과했다.10 그 후 2016년 상·하원 위원 각각 7인으로 구성된 상하원동수위원회(CMP)에서 결정한 최종 법안은 7월 하원에서 채택되었으며 9월 28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최종 채택되었다. 2016년 10월 7일자로 프랑스 디지털 공화국을 위한 법이 프랑스 대통령에 의해 공표되었으며 이는 국제적으로 입법 추진 과정에서 온라인을 통하여 공개토론과 시민 참여를 유도한 이른바 디지털 참여 민주주의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정책 소통에 사용된 플랫폼과 참여자 프로필

디지털공화국법은 크게 두 가지 기술적 수단을 사용하여 시민 참여를 유도하였다. 그 첫 번째는 ‘republiquenumerique.fr’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여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으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가독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법안내용의 변화과정을 알 수 있도록 그 내용을 협업을 위한 웹 호스팅 서비스인 ‘GitHub’와 ‘FramaGit’에 올려 공유하였다. 즉 정책 소통 미디어로 다수의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온라인 홈페이지와 웹 호스팅 서비스 두 가지에 집중하여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에 노력을 기울였다. 같은 맥락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게시되는 내용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들의 의견에 자세히 답함으로써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의 양방향성을 획득하고자 하였다. 특히 이러한 과정을 다른 시민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하여 보여주었다. 참여 시민의 수를 올리는 데 홍보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참여를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상호작용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점이 돋보인다. 아쉬운 점은 정부는 온라인 참여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토론회도 다양하게 개최하였는데 이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에 거의 게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디지털공화국법 시민의견조사 결과보고서11에 의하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3주간 시행되었던 의견조사는 137,725 방문자가 2,092,602 페이지를 조회하였고 방문자는 평균 4분 이상 사이트에 머물러 평균 11페이지 이상을 조회하였으며 그들 중 22,55%는 플랫폼에 회원 가입을 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153개국에 연결되었으나 그 중 91%가 프랑스에서 접속했고 이들 중 46%가 수도인 파리를 비롯하여 수도권 일드프랑스에서 접속했다. 다수의 접속은 개인 컴퓨터(77%)로 이루어졌으며 그 밖에 모바일(18%), 태블릿(5%) 등의 기기로 플랫폼에 접속했다. 모바일보다는 여전히 PC에 기반을 둔 플랫폼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했던 이번 사례가 기술 수용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프랑스의 특성인지 더욱 깊은 연구가 필요한 지점이다.

네티즌은 소셜네트워크(35%), 주소창에 주소 입력(30%)을 통해, 혹은 여타 다른 언론 사이트 및 정부 사이트의 링크(29%)를 통해 플랫폼에 접속하였으며 포털 검색창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소셜 미디어 중에서는 페이스북(60%)과 트워터(40%)가 사용되었다. 시민들은 경제부 사이트인 ‘economie.gouv.fr’이나 구글 어카운트 (accounts.google.com) 혹은 소셜 액션 플랫폼인 ‘Change.org’ 등의 사이트를 통해 접속하기도 하였다. 네티즌은 사이트를 통해 정부의 법안에 논평을 하고 새로운 사항을 제안하고, 제안된 조항을 변경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었으며 혹은 단순히 투표를 통해 지지를 표현하거나 중요한 자료를 공유하는 등의 간소한 방식으로도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참여자의 활동은 정부가 의뢰하였던 컨설팅기관에 의해 일단 종합적으로 소개되고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법안 수정에 반영한다. 정부는 모든 시민의 의견에 답변하였으며 특히 투표수가 가장 놓은 의견들에 대해서는 공식답변을 제시하고 언론에 설명하였고 르메르는 사전조사가 끝난 직후, 10월21일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제안사항을 작성한 네티즌 4인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12

법안은 ‘GitHub’나 ‘FramaGit’와 같은 웹 호스팅 플랫폼에도 게재됐다. 악셀 르메르는 이를 정부 공식 트위터에 홍보하면서 ‘입법 과정의 투명성과 법안 내용 변경의 수정과정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2015년 스티브 모링(Steeve Morin)이 민법의 수정과정을 깃허브에 올린 것에서 착안된 것으로써 네티즌이 법안의 변천과정(상하원 수정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여 시민의 제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받아들여지고 거부되는지 설명되도록 하여 온라인 참여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플랫폼 참여자들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참여자 4500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13에 의하면 90% 이상이 대부분 시민(90%) 개인의 자격으로 참여하였고 전 연령층에 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만족도 조사 응답자의 76.9%(3368명)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중 52%는 기업/공무원 간부직 및 자유전문직에 종사하며 62.4%의 응답자는 대학원 이상의 고학력자라고 답변하여 사회계층이 높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 시민들(많은 49.1%, 조금 많은 45.7%, 전혀 없음 5.2%)이며 선거에 늘 참여(69.9%)하였다고 답했다. 이들 중 56.1%는 시민단체에 가입되어 있고 73.6%가 청원의 경험이, 49.4%가 시위의 경험이 있을 정도로 정치사회적인 삶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낮아지는 정치 선거 투표율을 보완하기 위해 그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에 오히려 정치 활동이 활발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아이러니가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의 방향을 ‘누가 참여하였는가?’에서 ‘누가 참여하지 않았는가?’로 바꾸어 제도권 밖의 시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독려할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를 느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시빅테크(CivicTech) 전문가들은 시빅테크의 참여자가 주로 도시 주민이고 사회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언론과 정부에서 주목하는 시빅테크 플랫폼 개발자의 대다수가 같은 학교, 같은 직업 출신으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14

이번 온라인 시민 참여는 정부의 법안을 ‘조금은 변경(53%)할 수 있었다’고 참여자들은 평가했다. 또한 참여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비롯한 참여 과정의 형식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하였다. 플랫폼의 홍보에 55.4%의 네티즌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플랫폼에 게시된 소통 내용의 가독성 및 소통량에도 72.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한 향후 입법안에 대한 온라인 의견 참여에 같은 방법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1.7%가 그렇다고 답하였고 51.5%의 응답자는 향후 모든 입법과정은 이번과 같이 온라인 시민참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대답했으며 이들 중 74.7%는 더 나아가 국회 수정안도 이와 같이 시민 의견 참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대답했다. 최종적으로 과정 전체에 대한 만족도 점수는 0-10 중 70.6 %의 응답자가 7점 이상을 주어서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란조끼’와 ‘의회개혁’으로 이어지는 디지털공화국법의 실험

디지털공화국법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그 이름만큼이나 내용면에서 상당히 방대하다. 형식적으로 행정법전, 소비자 법전, 통신법전, 컴퓨터와 자유법전 등 기존의 여러 법전들을 개정 및 보강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 우정통신규제청(ARCEP) 상임위원인 벵고지는 이러한 방대함과 장기적입법과정, 그리고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여 전체적 통일성이 결여되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적용 과정 역시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발표 당시 예상했던 평균 6개월 준비 계획에 따라 시행령을 발표하지 못했고 디지털공화국법 관련 기관이 행정적인 마비 상태를 경험하기도 했다.15법의 내용상 방대함과 그럼에도 특정 영역에서의 지나친 구체성으로 인해 행정 기능이 이를 완벽히 적용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적용과정에서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공화국법은 프랑스 디지털 민주주의의 제도화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큰 의의가 있다. 사실 프랑스가 인터넷으로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도한 것은 2010년 이후부터였다.16 2013년부터 시빅테크 스타트업 ‘Cap Collectif’는 하원 의원들과 함께 ‘의회와 시민’(Parlement & Citoyens) 이라는 정책 소통 플랫폼을 만들어 법안 구성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을 묻기 시작했으며 디지털공화국법이 이를 본격화한 것이다. 하원에서는 공화국법 이후 디지털 민주주의 연구반을 운영하여 지속적으로 그 일반화의 길을 모색하였으며 2017년 헌법 개정을 약속하였던 마크롱이 대선에 승리하면서 의회개혁 프로그램(2017-2022)에서 ‘디지털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는 7개의 큰 의제 중 하나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 논의는 2018년 프랑스의 ‘베날라(Benalla) 정치 스캔들’ 이후 중단되었다가 같은 해 말 있었던 노란 조끼 운동을 계기로 다시 재개되었다. 이번엔 정치인들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가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한 상시적인 시민 참여의 길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이다. 노란조끼 운동은 처음에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여 유류세 증세라는 마크롱 정부의 세금 정책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작한 소비자 운동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국가에 대한 저항 운동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마크롱은 국민대토론회(Grand Débat National)를 개최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프랑스는 다양한 시민참여의 디지털 플랫폼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결과, 노란조끼 운동의 많은 지지자들은 정치 과정에서의 시민참여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시민주도 개헌 논의(RIC)’를 이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란조끼 운동은 프랑스 정치권에서 주도했던 디지털 민주주의 의제가 시민에 의해 어떻게 강화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이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현재 의회개혁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는 노란조끼 이후 프랑스의 디지털 민주주의 하의 정책소통이 어떤 기술적, 정치적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는지 보여준다. 무엇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를 독려시키는지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의 여러 학자들은 그 플랫폼의 디자인, 공론장의 성격, 수집된 정보의 사용과 해석의 방법 등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의회와 시민, 디지털공화국법, 노란조끼 운동 등 지난 10여 년 동안의 프랑스 정치사로 우리는 프랑스 시민이 시민사회나 노동조합 등 더 이상 제3자를 거치지 않고 정부와 직접 소통하고 싶어 함을 알게 된다. 이는 시민사회의 소멸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하지만17 어쨌든 ‘강한 시민사회와 국가의 공론장 제도화’라는 기존의 프랑스 정책 소통의 특성을 변화시키고 있음은 틀림없다. 따라서 우리는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디지털 민주주의 제도화가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여 우리 민주주의 체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지, 아니면 여기서도 정책 리터러시가 부족한 계층의 참여가 차단되면서 결국 대표성을 포기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프랑스 사례에 주목하는 것은 정치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의 방향을 정하는 지속적인 협의과정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 1 법전 링크 https://www.legifrance.gouv.fr/affichTexte.do?cidTexte=JORFTEXT000033202746&categorieLien=id
  • 2 전주열. 2016. “프랑스 공공데이터 관련 법제도의 최근 동향”, 『외법논집』제40권 4호, 64쪽
  • 3 Benghozi, Pierre-Jean. 2017. “Bill for a Digital Republic: a surprising name for an ambitious law”, The Kiso Journal (online) vol.26.
  • 4 AFP. 2012. “Habeas Corpus numérique: début 2013”, 10월 17일자.
  • 5 Le Monde économie. 2015. “Une loi pour créer une ‘République du numérique’”, 2월 4일자.
  • 6 NextInpact. 2016. “L'Assemblée nationale adopte le projet de loi Numérique. Et maintenant ?”, 1월 27일자.
  • 7 관련 URL: http://www.opengovpartnership.org/blog/manishbapna/2016/09/23/notre-vision-faire-du-gouvernementouvert-un-vrai-moteur-de-changement
  • 8 관련 URL: https://www.gouvernement.fr/partage/5376-presentation-du-projet-de-loi-pour-une-republiquenumerique
  • 9 관련 URL: https://www.republique-numerique.fr/project/projet-de-loi-numerique/consultation/consultation
  • 10 관련 URL: http://www.gouvernement.fr/action/pour-unerepublique-numerique
  • 11 프랑스 정부는 사전 조사 결과보고서를 정부 내에서 작성하지 않고 그 내용의 투명성을 위해 민간 연구 기관 ‘Cap Collectif’에 의뢰하였으며 2015년 11월 16일 [Bilan de la Consultation République Numérique- décembre 2015]를 발표한다.
  • 12 LMI. 2015. “Loi République numérique: Consultation terminée, près de 148 000 votes”, 10월 19일
  • 13 Cap Collectif. 2015. “Résultats du questionnaire de satisfaction”.
  • 14 Economy Insight. 2017. “디지털기술이 이끄는 시민정치”, 5월 1일자.
  • 15 NextInpact. 2017. “Loi Numérique, inertie administrative... La CADA en surchauffe”, 10월 19일자.
  • 16 Clément Mabi (2019) La démocratie numérique au défi de la critique sociale en France, Le Mouvement social, N 268, pp.61-79.
  • 17 관련 URL: https://www.wedemain.fr/Gilets-jaunesLe-numerique-permet-de-court-circuiter-partis-etsyndicats_a3756.html

키워드 프랑스 디지털 민주주의 월간SW중심사회 202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