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 의한 의료, 교육, 법률 시장의 변화 필요성
- 앞서 설명한 디지털 갈등 사례를 보면 이미 디지털 갈등이 다 드러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주류 직업 집단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규제 업종은 금융, 의료, 교육, 법률 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은 규제 산업이지만, 직업의 자격이 법률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핀테크 등의 기술기업이 등장하면서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법률에 의해 직업의 자격이 정해져 있는 업종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당장 ‘원격의료’로 상징되는 의료의 디지털 전환은 10년 넘게 의료계, 의사 집단의 반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일부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었지만, 여전히 제도화의 벽에 막혀 있다. 최근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원격의료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혁신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 현재 많은 헬스케어 디바이스가 등장하고, 인터넷에 의한 전문 지식의 대중화, 지식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의료, 법률 등의 분야는 여전히 지식이 특정 집단 전문가의 소유로 되어 있고 디지털 의료 및 법률 서비스는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의사와 변호사에 의한 의료 및 법률 서비스 제공 이외에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는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디지털 의료 및 법률 서비스가 개발되어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보니 오히려 사교육 시장에서 더 활발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 디지털 기술은 사람의 일을 대체하거나 보조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혁신을 이끌고 있는데, 법으로 직업 자격이 정해진 분야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가진 신규 진입자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이렇게 진입 장벽이 높은 의료, 교육, 법률 시장은 외국에 개방되지도 않고 강력한 기득권과 이익집단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결국 많은 젊은 인재들이 좁은 시장에 들어가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에 몰두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차원에서 인재 손실로 이어진다.
- 이들 업종이 외부에 더욱 개방되고 디지털 기술을 가진 신규 진입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경쟁 속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시민과 소비자의 이익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규 진입이 법 제도적으로 허용돼야 한다. 이런 분야에서의 디지털 갈등은 혁신적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과한 기득권 보호를 내려놓고 진입 장벽을 낮춘다면 인재의 쏠림 현상도 완화될 것이고, 사회 전 분야에서 인재들이 활약하면서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 디지털 갈등은 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신기술과 기존 기술의 경쟁, 신산업과 기존 산업의 경쟁, 기득권과 신규 진입자의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왜곡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서는 디지털 혁신이 전 분야에서 일어나지 않고 취약한 노동계층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의 기득권 집단인 의료, 교육, 법률 업종이 디지털 기술을 가진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허용함으로써 나타날 디지털 갈등은, 사회혁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갈등을 디지털 혁신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