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최대 이슈는 소프트웨어 인력난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 경제,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비대면 트랜드는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등 IT 신기술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급격히 가속시켰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는 소프트웨어 개발분야 뿐 아니라 기획/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IT 전문기업뿐 아니라 일반기업에서도 디지털 신기술에 익숙한 소프트웨어 인력수요를 급격히 끌어 올렸다.
과거에도 소프트웨어 인력수요가 단기적으로 급등한 사례가 있었는데, 2009년 11월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이다. 소위 ‘아이폰 쇼크’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폰 메이커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마구잡이로 끌어 모았다. 앱 생태계도 새로 재편되고 빠르게 성장하며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를 끌어 올렸다. 일부 중소기업들의 경우 팀원들이 통째로 이직하여 사업부문 자체가 소멸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는 단기적이었고 대한민국만의 이슈였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소프트웨어 인력난은 세계적 현상이고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 등 소프트웨어 선진국은 물론, 일본, 중국, 동남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간 미스매치에 더하여, 선호도가 높은 기업들 사이에 ‘개발자 구하기’ 경쟁이 불붙었다. 이 불길은 상위 기업들 뿐아니라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에 걸쳐 지금도 확산되고 있다. 비즈니스 기회를 맞은 중소기업들이 연봉 테이블을 높여도 오려는 인력을 찾기 어렵고, 심지어는 핵심 인력이 이직하여 기존 비즈니스의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정부 당국에서는 2021년 6월에 ‘민관협력 기반의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대책’을 발표했다. 이전의 정부의 인력양성 대책들은 대게 정규대학 중심으로 이루어져 우선 양적으로 한계가 있었고, 질적으로도 ‘실전적’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었는데, 이번 대책은 다양한 기업의 참여와 민관의 협업을 추구하고 있어 상당히 개선된 모습이다.
다만, 지금의 소프트웨어 인력부족 문제는 기술기반의 중소기업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라 정부 지원을 더욱 가속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에 소프트웨어 인력공급을 늘리는 속도전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공간과 전문강사의 양적, 질적 한계를 가진 전통적인 오프라인 교육훈련 방식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소프트웨어 교육플랫폼이나 MOOC 등 다양한 온라인 교육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같은 새로운 교육훈련 모델도 더 다양하게 발굴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소프트웨어 역량은 실전적 역량이며 지식 습득으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검증된 새로운 교육훈련 모델들은 앞으로 정규 교육과정에도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초중고에 최초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도입했던 2015년에 이어, 2022년은 새로운 교육과정이 결정되는 해이다. 정보교육학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적 니즈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 시수와 교사의 부족 등 현재 소프트웨어 교육과정의 문제를 보완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완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초중고 과정에서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정보교육학계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계도 모두 관심을 가지고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