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는 디지털 기술
  • 봉강호디지털통계센터 선임연구원
날짜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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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강호 선임연구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디지털통계센터 bk91@spri.kr
  • 디지털 전환 시대의 전개, 거대 기업과 스타트업 중 누구에게 유리한 것인가?
  • 거대 기업의 기회
    • 포츈(Fortune)에 따르면, 1980년에는 에너지 기업이 S&P 500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반면, 2020년에는 그 자리를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추구하는 거대 디지털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이들 거대 디지털 기업은 ICT 산업을 넘어서서 전 산업에 걸쳐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세계 경제와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1980~2020년 S&P 500의 상위 10대 기업(기업가치 기준)
    • 한편, 미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여러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사회 전반적인 메가트렌드(megatrends)라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이 두 가지 메가트렌드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바는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만물(all things)이 상호 연결될 것이라는 점이다.
    • 상호 연결성의 강화는 거대 디지털 기업이 ‘생태계의 포식자’로 자리잡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와 플랫폼 이용자, 네트워크를 보유한 거대 디지털 기업들이 향유하고 있는 규모/범위의 경제 및 네트워크 효과가 더욱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특히 네트워크 효과가 국경을 넘어서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최근 연구의 결과를 상기해보면, 이미 여러 국가에서 기반을 구축하고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거대 기업은 스타트업 등 경쟁자에 비해 네트워크 효과를 상대적으로 크게 누릴 가능성이 높다.
    • 이러한 관점에서, 거대 디지털 기업들이 기존 강자로서의 지위를 바탕으로 전 산업, 전 영역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보다 많은 데이터를 생성·활용하여 고객가치(효용) 및 자신들의 가치사슬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를 공히 향상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더욱 막강한 통제력을 행사하게 될 수 있다고 예상해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앞서 언급한 메가트렌드란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시대적 조류라는 의미로, 최소 10~20년에서 50~100년까지 내다보는 대대적인 변화 흐름을 지칭하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런 의미에서, 거대 디지털 기업이 산업지평을 좌우할 뿐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는 시대가 지속 심화되고, 또 장기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은 논리적으로 보인다.
  • 스타트업의 기회
    • 그러나 거대 디지털 기업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컬럼비아경영대학원의 조나단 니(Jonathan Knee) 교수는 거대 디지털 기업들이 결코 스타트업이나 기성 기업들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언제든지 오래된 경쟁자 또는 새롭게 부상한 스타트업에 의해 완전히 와해되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조나단 니 교수는 일단 디지털 시대에는 고정 비용이 크지 않으므로,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은 매우 적은 사용자(고객)만으로도 네트워크 효과의 이점을 누리고 빠르게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여 거대 기업들과 경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기존 케이블TV 시장을 와해시키고 인터넷 스트리밍 시대를 열었던 넷플릭스는 현재 디즈니를 비롯한 기성 기업과 아마존, 애플 등 신규 진입자들에 고객을 빼앗기며 견고했던 시장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짧은 영상’이라는 틈새 제품과 ‘Z세대, 알파세대’라는 틈새 인구층을 찾아내 빠르게 성장한 틱톡이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 또한 하나의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 거대 디지털 기업의 약점에 대한 지적도 있다. 앞서 소개한 조나단 니 교수는 “거대 디지털 기업들이 핵심 사업을 넘어 새로운 사업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다”고 지적하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구글은 넥서스 스마트폰에서 구글 글라스에 이르기까지 출시했다가 실패한 제품이 많고, 페이스북에 도전장을 내밀며 출시했던 구글+도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제는 메타가 된 페이스북은 190억 달러를 들여 메시징 앱 왓츠앱을 인수한 지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익성이 없고, 2014년 VR 기업 오큘러스(Oculus) 인수부터 회사명 변경에 이르기까지 VR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경쟁자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한 기업이 시장의 한 부분을 너무 압도적으로 지배하면 그 밖에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최적화된 문화를 구축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게 조나단 니 교수의 진단이다.
    • 게다가 디지털 기술은 혁신적 비즈니스의 창출과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환언하면, 디지털 전환은 창업가와 스타트업에게 있어 새로운 기회라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창업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과거에 없던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경쟁자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상용화·배포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 여기에 더해, 이전에는 아무리 좋은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인적·물적 자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창업을 시도하기 어려웠으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업무 공간 또는 거대한 설비 시설, 인적 자원, 오프라인 매장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온라인 플랫폼, 클라우드 컴퓨팅, SNS, 모바일 앱 등의 활용을 통해 소자본으로도 창업 및 스케일업(csale-up)이 가능해졌다.
    • 결국 창업가들이 디지털 기술에 의한 기회와 환경변화에 힘입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동시에 거대 기업이 와해되는 사례가 더욱 빈번하게 출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 또한 논리적으로 타당해보인다.
  • 디지털 전환 시대, 분명 어느 기업가에게나 기회는 열려있다
    • 전술한 여러 견해들을 종합해보면, 디지털 기업의 시대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겠지만, 각 기업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워보인다. 기존의 강자가 더욱 강해질 가능성과 언제든지 새롭게 부상한 스타트업에 의해 와해되어 사라질 가능성이 공히 높다고 판단된다.
    • 사실 거대 기업들은 급격한 경쟁의 판도 변화를 이미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는 듯 하다. 미국 3대 경영 컨설팅 회사 중 하나인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가 최근 대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CEO의 65%는 향후 5~7년 이후에는 현재의 경쟁기업이 아닌 전혀 다른 기업과 경쟁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즉, 새로운 기술 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순식간에 업계가 뒤집어지고 새롭게 부상한 경쟁자와 시장에서 다퉈야하는 일이 머지않은 미래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은 결코 거대 기업의 성장 기회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기술·지식을 포함한) 자원 및 네트워크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확대시켜 나가며, 경쟁자들이 쉽게 추격하지 못할 정도의 격차를 형성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 어쨌든 디지털 기술이 거대 기업과 스타트업에게 공히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는 ‘조력자(enabler)’임은 분명해보인다. 현재의 우위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거대 기업이든, 이들을 넘어서겠다는 목표와 야망이 있는 예비창업가든, 끊임없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니즈(needs)를 찾아내고 새로운 혁신을 달성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예비창업가든, 대기업 경영자든, 디지털 전환이 어느 기업가에게나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매우 경쟁적인 시대로 변화시킬 것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비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부는 이미 전개되고 있는 메가트렌드에 대응하여, 산업현장에서 ‘디지털 기업가정신(digital entrepreneurship)’이 최대로 촉진·발휘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끊임없는 정책적 고민과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