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규제는 SW·문화 규제이다!

날짜2015.02.27
조회수8363
글자크기
    • 김윤명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적지 않은 사람들이 취미나 오락으로 게임을 한다. 놀이는 일상에서 일어난다. 더러 갓난아이도 엄마와 놀이를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본능적인 것 중 하나가 놀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류학에서도 놀이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와 같이 본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누적된 문화유산으로서 놀이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 생활과 같이 했다. 따라서 게임을 부인하는 것은 문화를 부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놀이가 디지털화를 통해 네트워크에 연결되면서 온라인게임으로 변모한다. 즐거움을 주는 게임이 언제부터인가 법의 간섭을 받게 되고, 중독이슈에 매몰되었다. 언론으로부터 이제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실상 적지 않은 사건에서 관련이 없음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정부는 사건이 터지면 게임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여 사실에 대한 파악 없이 게임규제의 당위론을 펼친다. 대표적인 게임규제로는 게임물의 셧다운제와 중독 광고를 들 수 있다. ‘신데렐라법’으로 알려진 강제적 셧다운제는 자정이 되면 의무적으로 16세 청소년의 온라인게임의 접속을 차단해야하는 제도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한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게임산업법에서도 선택적 셧다운제가 마련되었다. 정보를 갖지 못한 이용자에게 보다 충실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을 해소하기 위한 게임물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실상 등급분류가 게임 개발자에게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등급분류제도는 이용자에게 적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지만, 사업자에게는 오히려 규제로 작용하곤 한다. 즉, 등급분류에서 유해성 등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필터링을 받았음에도 다시 셧다운제에 따른 중독성 판단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셧다운제의 규제 목적은 정당한가? 실제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하면서 폈던 규제논리는 청소년들의 ‘수면권’ 보장이었다. 청소년들이 온 종일 학교, 학원 학습에 힘들었기 때문에 제대로 수면을 취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청소년의 수면권을 침해하는 게임서비스를 차단해야한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본질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 청소년이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입시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이 가치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교육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책대안에서는 청소년들이 소비하는 것이 게임만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처럼 정책적이지 않은 문제분석, 근본적인 처방 없는 차단만으로는 정책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실제, 강제적 셧다운제 이후 2가지 현상이 특이하게 발생한다고 한다. 하나는 청소년 게임물에 성인자격으로 가입하는 이용자가 늘었다는 점, 또 하나는 청소년용 게임물의 출시가 줄었다는 점이다.
    •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셧다운제를 수용하기 위하여 들어가는 비용 등을 고려하여, 개발 자체를 셧다운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 등 법률의 원칙에 타당한가? 이에 대해 다수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비례의 원칙의 주요 내용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법익의 균형성, 피해의 최소성으로 판단컨대, 위헌 요소가 작지 않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시각으로 보인다. 오히려 “강제적 셧다운제는 전근대적이고 국가주의적이며 행정 편의적인 발상에 기초한 것으로, 문화에 대한 자율성과 다양성 보장에 반하여 국가가 지나친 간섭과 개입을 하는 것”이라는 소수의견이 합리적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을 막는 것이 최선인가? 그렇지 않다. 누구나 게임이 문화라는 사실을 안다. 반면 셧다운제를 문화적인 차단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청소년들에게 일괄적인 차단을 강요함으로써,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판단해야할 가치 내지 기회에 대한 상실을 누가 보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취미나 오락으로 하는 것은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고, 표현촉진적인 매체로서 평가받는 인터넷의 속성이자 자연스러운 문화현상이다. 문화적 산물인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것은 문화에 대한 규제이며, 문화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게임을 규제하는 것은 게임만을 규제하는 것인지 한번 되돌아볼 일이다. 왜냐하면 게임은 다양한 SW생태계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게임 SW를 개발하는 SW 개발자, SW 교육자, SW 사업자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다. 정부는 SW중심사회 실현전략을 발표하고 SW진흥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런 일련의 규제정책으로 판단컨대 일부겠지만 SW가 무엇인지도, SW가 경제·사회·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은 SW의 문화적 구현을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이다. 창조경제를 이끌고 있는 게임 SW를 중독으로 덧씌우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게임을 포함한 SW 생태계는 나비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 여린 문화라는 인식하에 정책의 재평가 및 이에 따른 바람직한 정책대안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