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활용 촉진법’ 필요하다

  • 김진형 제1대 소장 (2013.12. ~ 2016.07.)
날짜2015.08.13
조회수8915
글자크기
    •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 최근 의료 분야에서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여 거래한 혐의로 다수의 기업이 기소됐다. 4,000만 명의 의료정보가 해외로 유출됐다니 전국민의 건강 개인정보가 누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금융정보 누출에 이어 더 민감한 개인의 질병 정보까지 누출되었다니 대한민국에서 과연 개인정보라는 것이 보호 가능한가 의문이 든다.
    • 이번에 검찰에 의해 기소된 사건의 실체는 환자들의 신상정보, 병명, 약의 조제, 투약내역 등을 불법으로 수집해서 제약사 등에 판매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병원과 약국에서 환자의 동의없이 외부로 환자의 질병 및 진료 정보를 보내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 병원이나 약국에 무상으로 설치해 준 경영관리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환자의 질병 및 진료 정보 등을 환자 동의 없이 수집했다. 이렇게 모은 정보를 해외에 판매했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해외에서 통계 처리된 이 자료를 다시 고가로 구입했다는 것이다.
    • 진료 데이터는 새로운 의학 지식과 치료법을 연구하는데 활용된다. 제약회사에게는 신약을 연구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분석 통계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데이터가 고가로 거래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외국의 병원 등에서는 개인정보가 적절히 익명화되거나 통계 처리되어 제약회사와 공유하거나 판매한다. 데이터 판매가 병원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의료 데이터 산업이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동의를 얻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것과 이것이 적절히 익명화되지 않고 넘겨진다는 데 있다. 병원이나 약국에 무상으로 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해 준다고 할 때 그 의도를 의심했어야 했다. 많은 노력의 결정체인 컴퓨터 프로그램을 왜 무상으로 공여한단 말인가. 진료 정보의 탈취 의도를 의심했어야 했다.
    • 정부의 대책은 ‘건강정보보호법’을 제정하여 처벌과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의료정보를 다루는 전산개발업체의 등록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진료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고 산업을 육성하는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 진료 데이터를 개방하면 그 데이터를 이용하는 창의적인 서비스가 여기저기서 창출된다. 물론 개인정보는 적절히 익명화되고 필요하다면 암호화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자신의 건강 정보를 모아서 인터넷에 저장했다면 의사에게 검색 권한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의 병력과 건강상태를 일목요연하게 제시가 가능하다.
    • 외국에서는 개인의 건강 및 진료 데이터를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에서 운영하는 헬스벌트라는 서비스는 개인의 모든 건강정보를 클라우드 상에서 관리 해주는 서비스다. 의사를 방문할 때 그동안 모아진 자신의 데이터를 검색하도록 권한을 제공하고, 또 금번의 진료 데이터를 자신의 계정에 넣어달라고 의뢰한다. 복용한 건강식품과 운동 이력도 스스로 기록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개인의 헬스 아바타, 즉 건강 분신이다. 즉 개인의 병력과 건강 상태가 시간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이다. 헬스 아바타를 소프트웨어 로봇이 자동으로 점검하여 질병의 발생을 알아내고,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제시한다. 이러한 고급 의료서비스 산업은 고급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다.
    • 창조경제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 고심하는 정부에서는 의료정보를 이용하는 서비스산업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정보보호법보다는 건강정보활용촉진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에서 보유하고 있는 의료 데이터를 개방하고, 개인정보의 익명화와 암호화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함으로써 병원들과 스타트업들이 처벌의 두려움 없이 의료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차제에 전자의무기록을 병원 안에만 보관해야 하는 규제를 풀어서 의료정보 서비스가 새로운 IT환경, 즉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