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신동아 5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원문 : http://shindonga.donga.com/Library/3/22/13/5334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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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구글은 낯선 이름이 아니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3배가 넘고, 애플과 세계 1, 2위를 다투는 최고의 IT 기업이 구글이다. 이렇게 대단한 기업이 한국에선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희미하다. 그간 네이버, 다음과 같은 토종 포털 업체가 국내 인터넷 검색에서 선두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구글이 한국에서 ‘유의미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시점은 2010년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내놓았을 때다. 당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갤럭시 마케팅에 사용한 ‘초록색 로봇’은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 운영체계(OS) 안드로이드의 마스코트다. 스마트폰 OS는 스마트폰의 ‘두뇌’다. PC나 노트북에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즈가 깔려 있듯,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폰을 사면 구글의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가 설치돼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은 86%, 애플의 iOS 점유율은 14%. 국내 스마트폰사용자가 4000만 명을 넘으니 3400만여 명이 구글의 ‘고객’인 셈이다. 이세돌 9단을 이긴 무시무시한 인공지능을 만든 회사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현실 세계의 ‘슈퍼맨’

구글을 알려면 우선 네이버를 떠올려보자.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구글도 인터넷 검색으로 돈을 번다. 네이버든 구글이든 ‘항공권’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로 항공권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주르륵 뜬다. 그 일부는 광고다(주로 상단에 위치). 이들 업체는 네이버, 구글에 돈을 내고 상위권에 노출되는 권리를 얻는다. 구글의 지난해 4분기 광고 매출은 190억7800만 달러(약 22조 원). 같은 기간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6469억 원으로 구글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구글에 쏟아져 들어오는 검색어 수는 하루에 3조5000억 개나 된다. 영화 ‘슈퍼맨’에는 슈퍼맨이 지구의 대기권에서 전 세계인의 목소리를 듣는 장면이 나온다. 구글이 실제로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지도, 다음지도 같은 인터넷 지도의 원조는 구글맵(map.google.com)이다. 구글맵은 남극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거의 모든 곳을 보여준다. 조회 수 2억 회를 돌파한 싸이 ‘강남스타일’이 올라 있는 유튜브(Youtube), 1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지메일(Gmail), 모바일을 석권한 앱스토어 구글플레이(Google Play) 등도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MS사처럼 문서 등의 오피스 프로그램, PC 운영체제도 만든다. 이렇듯 구글을 통해 온라인상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한국 모바일 시장은 (다음을 인수한) 카카오가 우세해 네이버와 카카오로 양분돼 있지만, 전 세계 시장을 놓고 보면 구글이 PC와 모바일을 모두 장악했다. 모바일의 등장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여서 구글은 곧 ‘전 세계인의 생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배부른’ 구글이 왜 까다로운 인공지능(AI) 개발에 도전했을까. 이세돌 9단을 이겨낸  알파고에는 16만 개의 기보(棋譜)가 입력돼 있었다. 한 사람이 기보 16만 개를 복기(復棋)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구글에 쏟아지는 하루 3조5000억 개의 검색어 분석은 누가 할 수 있을까. 세계인 10억 명이 매일 수십억 건씩 조회하는 유튜브 분석은? 이것 또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구글엔 이러한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 곧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그래야 수십억 개의 욕구를 가진 수십억 고객의 일상을 계속 붙잡을 수 있다. 이것이 빅데이터 기술이고, 빅데이터를 사람의 직관과 유사한 기능으로 구현하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일상 모든 곳으로

3월 8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1국을 앞두고 알파고의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3월 8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1국을 앞두고 알파고의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구글 포토에 업로드하면 사진의 ‘의미’를 분석해 검색할 수 있게 해준다. 가령 나는 사진을 업로드하면서 그것이 나무인지, 바다인지, 아이인지 기록한 바 없다. 하지만 구글 포토 검색창에 ‘나무’ ‘바다’ ‘아이’ 등을 입력하면 그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찾아준다. 물론 틀릴 때도 있지만 대개는 맞다. 아주 유용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알파고의 낙승(樂勝)으로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을 끝장낼 무시무시한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우리 일상생활의 세세한 곳에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검색이다. 인터넷 검색은 인공지능과 유사한 소프트웨어가 웹 문서들을 분류해뒀다가 검색어에 적합한 검색 결과를 제시한다. 이미지나 영상까지도. 구글은 거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이다. 그들이 가진 많은 데이터는 컴퓨터로 처리하기 어려운 영상이나 이미지다. 이러한 데이터의 의미를 찾아내고, 사람들이 검색창에 입력한 것들에 숨은 진짜 의도를 찾아내야 한다. 구글이 갈구하는 것은 이러한 사람의 직관이고, 사람의 직관과 유사하게 만든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이다. 이런 기술이 가져오는 장점은 분명하고 많은 혜택을 줄 것이다.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 세계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구글이 ‘빅브라더’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구글은 우리가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가 모르는 한국의 내일 주식시장 상황, 혹은 특정 인물의 심리 상태까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구글이 가져다준 매력적인 열매를 달갑게만 볼 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그렇다면 미래의 구글은 무엇을 할까. 우리가 비약해 상상하며 걱정하듯 알파고는 폭주해서 인류를 끝장낼 것인가. 그 답은 구글이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 구조로 바꿔 펼치고 있는 여러 신사업에 있다. 우선 알파고를 만든 자회사 ‘딥마인드’는 의료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다. 알파고가 16만 개 기보를 가지고 훈련했듯, 어마어마한 양의 의료 데이터로 훈련해 ‘진단 도우미’가 돼 의사의 오진(誤診)을 줄이려 한다. 이 분야에는 얼마 전 퀴즈쇼에서 사람을 제치고 우승한 IBM의 ‘왓슨’이라는 인공지능이 이미 진출해 있다.

구글이 점령 못한 한국에도…

알파벳의 자회사 중 피버(Fiber), 네스트(Nest), 사이드워크 랩스(Sidewalk Labs)는 사물인터넷(IoT), 즉 모든 사물에 인터넷이 들어가 연결되는 세상을 맡는다. 피버는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사업, 네스트는 스마트홈(Smart Home)에 도전한다. 사이드워크 랩스는 자세한 사업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드론과 같은 미래 교통, 에너지, 전기 등 도시 인프라의 혁신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약하자면 구글은 인터넷 검색 서비스로 수집한 전 세계인의 정보를 활용해 다시 전 세계인에게 필요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고,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을 필요로 하며, 이미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의 생활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100년 후에도 존재할 기업을 단 하나 뽑으라면 나는 단연코 구글을 고를 것이다. 한국은 이처럼 막강한 구글에 점령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나라다. 바깥 세계와 동떨어진 채 고립돼 있다는 뜻에서 국내 포털 업체를 갈라파고스 섬에 비유하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나는 이들 포털이 아무것도 없이 구글의 공세를 막아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한국은 애플의 독주가 가시화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과 협력해 거의 유일하게 성과를 낸 나라다. 하지만 한국은 장기적 관점의 전략과 투자가 부족하고, 경제·산업 시스템은 물론 사회 전반이 하드웨어(제조업) 중심이다. 이런 점에서 구글의 장점은 한국에 큰 시사점을 준다. 미래를 향한 적극적인 투자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한국의 미래 생존을 위해 우리가 꼭 갖춰야 할 것들이다.

본 칼럼은 신동아 5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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