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오늘날 인공지능이 단순 기술을 넘어 경제적·사회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획기적인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AI 기술은 최근 10년 사이 폭발적인 속도로 발전해왔으며(Wang, 2020), 고도화된 AI 기술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주도하며 경제·사회의 모든 분야로 확산돼 우리 일상생활에 스며들었다. 이제 AI는 전문가 집단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국가경쟁력의 핵심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2022년 특허청이 제57회 발명의 날을 맞아 실시한 대국민 투표에서 AI가 ‘대한민국 내일을 바꿀 발명 기술’ 1위로 선정된 바 있으며, 최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일반인 800명과 과학기술정책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서도 AI가 국가 성장을 위해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기술 분야 중 상위 1~2위(일반인 2위, 전문가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가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AI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가운데, 선진국을 중심으로 AI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정보통신기획평가원, 2022).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러한 경쟁에 대응함과 동시에 ‘인공지능 초일류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안)」을 발표했으며(2023년 1월), AI 기본법 성격인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2023년 2월). 그러나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AI를 중심으로 차세대 신·융합기술 및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바,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한층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본고에서는 AI 정책 기획·평가, 중장기 방향 설정 등의 정책 활동에 활용될 수 있는 기초자료 생성을 목적으로, 국가별 정보통신기술(ICT) 수준을 정량화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및 주요국의 AI 기술수준 변화 추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ICT 기술수준조사’의 최근 결과를 포함해 지난 6년(2016년~2021년) 간의 AI 분야 조사 결과를 발췌·종합해 연도별 AI 기술수준 변화 추이를 도출한다. 기술격차 변화 추이 기술격차는 조사시점 기준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의 기술수준에 도달하는 데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ICT 기술수준조사’에서 AI 분야의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은 미국으로 나타났으며, 미국 대비 AI 분야 기술격차는 중국(0.8년), 유럽(1.0년), 한국(1.3년), 일본(1.5년) 순으로 적게 나타났다. 변화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AI 분야 기술격차는 최근 6년 간 축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미국 대비 AI 분야 기술격차는 2016년 약 2.2년으로 평가됐으나, 2021년에는 약 1.3년으로 0.9년만큼 축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격차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국가는 중국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미국 대비 AI 분야 기술수준은 2016년 약 2.3년에서 2021년 약 0.8년으로 1.5년만큼 축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에 일본과 유럽의 경우, 미국 대비 AI 분야 기술격차에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수준 변화 추이 ‘ICT 기술수준조사’에서 기술수준은 조사시점 기준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상대적 기술수준을 의미하며,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으로 해 각 국가별 기술수준을 평가·측정한 것이다. 기술수준의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한 종합적 평가뿐 아니라 기술개발 단계별(기초, 응용, 사업화) 평가가 함께 이루어진다. 전반적 기술수준 전반적인 AI 분야 기술수준은 2021년 기준 미국(100)이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중국(93.3), 유럽(92.9), 한국(89.1), 일본(86.9) 순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2021년에 두 번째로 높은 기술수준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된 중국이 2016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 중 가장 낮은 기술수준을 보유한 국가라 평가받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2021년 AI 분야 상대적 기술수준은 2016년 대비 21.5 만큼 향상됐다(2016년 71.8 → 2021년 93.3).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앞서 언급한 중국 못지않은 빠른 속도로 AI 분야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을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우리나라의 AI 기술수준(총괄)은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73.9 수준이었으나, 매년 향상돼 2021년 89.1 수준으로 조사됐다(2016년 73.9 → 2021년 89.1). 기초단계 기술수준 기초단계 AI의 기술수준은 2021년 기준 미국(100)이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유럽(95.7), 중국(92.0), 한국(87.7), 일본(85.6) 순으로 조사됐다. 이 중 중국이 기초단계 AI의 기술수준이 가장 크게 향상된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2021년 기초단계 AI의 상대적 기술수준은 2016년 대비 20.7 만큼 향상됐다(2016년 71.3 → 2021년 92.0). 한편, 우리나라의 기초단계 AI 기술수준 또한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우리나라의 기초단계 AI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73.6 수준이었으나, 매년 향상돼 2021년 87.7 수준까지 추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의 기초단계 AI 기술수준은 지속적으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의 경우 2019년부터 오히려 미국과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용단계 기술수준 응용단계 AI의 기술수준은 2021년 기준 미국(100)이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중국(93.9), 유럽(93.3), 한국(90.6), 일본(87.4) 순으로 조사됐다. 이 중 중국의 응용단계 AI 기술수준이 2016~2021년 사이 가장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2016년 72.2 → 2021년 93.9).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응용단계 AI 기술수준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우리나라의 응용단계 AI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74.5 수준이었으나, 매년 향상돼 2021년 90.6 수준까지 추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에,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일본의 응용단계 AI 기술수준은 2019년부터 지속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19년 89.0 → 2020년 88.1 → 87.4). 유럽의 응용단계 AI 기술수준은 2020년에 전년 대비 소폭 저하됐으나(2019년 92.8 → 2020년 92.1), 2021년 다시 향상되는 추세로 전환된 것으로 조사됐다(2020년 92.1 → 2021년 93.3). 사업화단계 기술수준 사업화단계 AI의 기술수준은 2021년 기준 미국(100)이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중국(94.2), 유럽(89.7), 한국(89.2), 일본(87.6) 순으로 조사됐다. 이 중 중국의 사업화단계 AI 기술수준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사업화단계 AI의 상대적 기술수준은 2016년 71.7에서 2021년 94.2로 약 22.5 만큼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의 사업화단계 AI 기술수준은 앞서 언급한 중국과 마찬가지로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우리나라의 사업화단계 AI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73.5 수준이었으나, 매년 향상돼 2021년 89.2 수준으로 조사됐다(2016년 73.5 → 2021년 89.2). 이처럼 우리나라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과 다르게, 유럽의 사업화단계 AI 기술수준은 2016~2021년 사이에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사업화단계 AI 기술수준의 경우, 응용단계와 마찬가지로 2019년부터 지속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19년 88.3 → 2020년 88.0 → 87.6). 맺음말 객관적으로, 우리나라의 AI 기술수준은 아직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과 중국, 유럽 등에 비해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몇 년 사이에 AI 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으며, 주요 선진국을 빠르게 추격해왔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가 AI 분야에서 선진국들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AI 기술이 2019년까지는 일본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으나, 2020년에는 일본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해 결국 그다음 해인 2021년에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난 점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고무적인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AI 기술패권 경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인간 수준의 차세대 AI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러한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결코 반드시 암울한 이야기만은 아니며, 우리나라가 그간의 성과를 넘어 AI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사료된다. 물론 이러한 기회를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 축적한 기술역량 및 산업기반의 결집·연계를 강화하고, 주요 선진국이 리드하고 있는 AI 경쟁 국면에 선제적·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양적 성장의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는 질적 성장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AI 및 AI 융합 R&D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를 지속 확대함과 더불어 AI 융합 확산을 위한 새로운 법·제도 및 정책방안 발굴, 장기적 AI 국가 전략 수립 및 주기적 개정 추진, 그리고 AI 정책 개발을 뒷받침하는 기초자료의 고도화를 위한 조사 및 정책연구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