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알파고 충격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인간의 고유영역인 지능적 활동이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해짐에 따라 미래 사회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은 지금도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고 상용화된 신기술을 일일이 이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인공지능과 직면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공지능의 성공요인은 ICT 기술의 환경변화로부터 찾을 수 있다. 먼저 저렴한 고성능 하드웨어의 보급이 주요한 요인이다. 최신 그래픽 카드의 연산처리장치 이론 성능은 15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한다.(1)
딥러닝과 같은 학습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은 막대한 계산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렴한 컴퓨팅 파워의 보급이 기술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기술적 진입장벽은 매우 높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알고리즘까지 모두 이해해야 실질적인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 장벽을 해소한 것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이것은 인공지능의 두 번째 성공요인이다. 구글의 기계학습 공개 소프트웨어인 텐서플로우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모두 공개하고, 그래픽 카드와 같은 고성능 연산처리 장치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모델링하는 능력에 집중하면 된다. 공개 소프트웨어의 또 다른 장점은 집단지성을 통한 지속적인 개선에 있다. 최신 연구결과가 적용되어 공개 소프트웨어가 질적으로 향상되고, 나아가 사용자 모두가 혜택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
저렴한 하드웨어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인공지능의 기술적 장벽은 현저히 낮아졌다. 그럼에도 구글, IBM,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은 인공지능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결과물로는 ‘인공지능 플랫폼’이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을 쉽게 표현하자면 인공지능 기술을 빌려 쓸 수 있는 환경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하드웨어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라면 인공지능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신기술을 대여해주는 것이다. 공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부분까지도 서비스가 가능한 단계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지 인식 기술은 영상이나 이미지에서 객체(object)를 분류하고 그 객체의 위치를 찾는 인공지능 기술인데, 이것이 인공지능 플랫폼의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다.
인공지능 플랫폼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인공지능 기술의 진입장벽을 현저히 낮췄기 때문이다. 물론 그 성능은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지만 인공지능 기술 구현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비단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연구·개발자들은 아이디어 중심의 창업이 가능해 질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메신저 플랫폼을 공개했다. 페이스북은 인간의 의사소통이 메신저 앱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으로부터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한 채팅로봇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날씨예보, 뉴스검색, 상품구매 등이 메신저 상에서 가능해진다는 사실은 인공지능 플랫폼이 보유한 잠재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공지능 기술은 글로벌 IT 기업을 중심으로 발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여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이미 공개된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창업을 장려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어려운 인공지능 기술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다.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하여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의성 있게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1) NVIDIA Tesla P100의 이론성능 : 10.6 Tera FLOP/sec, http://www.nvidia.com/object/tesla-p100.html
2001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 7.2 Tera FLOP/sec, https://www.top500.org/statistics/perfd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