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즉 ABCi(AI, Bigdata, Cloud, IoT) 등은 제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 기술, 비즈니스 모델, 스타트업과 기업가들이 여러 지면에 소개되고 있다. 그런 기사나 보고서를 보다 보면 가끔‘ 피자(Pizza)’에 관한 일화가 등장한다. 비트코인의 최초 거래, 아마존 CEO의 경영 철학, 올해 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 등장한 도미노피자의 자율주행차, 모두 피자에 관한 얘기다.
1. 비트코인과 피자
최근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비트코인과 얽힌 피자 주문 일화는 유명하다. 1 비트코인 당 약 2,500만 원을 넘어선 비트코인이 처음 거래된 것은 2010년 5월 22일이었다. 인터넷 사용자인 미국의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라는 사람이 1만 비트코인을 피자 2판과 거래한 일이다1. 당시 비트코인의 가치는 1개당 약 0.003달러(3.4원)였다고 하니, 1만 개면 3만 4천 원 정도의 가치였다. 지금은 5월 22일이 ‘피자의 날’로 기념되고 있다고 한다.
2. 아마존(Amazon)과 피자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피자’를 인용하며 자신의 경영 철학을 얘기한다2 .“회의에는 피자 두 판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인원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 이상이 되면 소통의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자유로운 의견과 혁신적 아이디어는 여덟 명 내외의 소규모 팀에서 발휘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IBM의 인기 서버였던 AS400도 조그만 팀에서 개발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표 계산기(Spread Sheet) 소프트웨어인 비지캘크(VISICALC)도 개발부서 2명이 만든 것이다. 노스캘리포니아 대학 브래들리 스태트 교수팀이 수행한 레고블록 조립 실험에서 2명이 한 조로 구성된 팀은 36분 만에, 4명이 한 조로 구성된 팀은 52분 만에 조립을 완성했다고 보고한다.
3. 도미노피자와 IT 혁신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행사는 최첨단 가전 기술의 경연장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피자 업체인 도미노피자가 올해 CES 행사장에서 자율주행차를 시연한다는 트위터(Twitter)에 올라왔다. 트윗(Tweet)에는 자동차 회사 포드(Ford)의 로고가 박힌‘ 자율주행 배달차’의 이미지가 실려 있었다. 자율주행 피자배달차가 CES 기간 동안 행사장 주변을 운행하며 고객에게 피자를 배달하는데 주문한 고객은 피자가 도착하면 알림 문자를 보고 인근에 도착한 무인차에서 피자를 꺼내 오면 된다.
2009년부터 피자헛과 파파존스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시장 퇴출에 직면했던 도미노피자는 소프트웨어와 IT기술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 온 기업으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신속 배달로 승부를 걸었지만, 30분 내 배달은 피자 맛에 대한 혹평을 잠재우지 못했다. 도미노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맛을 개발하기 위해‘ Domino’s Data’라는 도미노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이 데이터에는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 정보가 들어있고 이를 분석해 제품 개선에 반영한다. 또 맛있고 따뜻한 피자가 적시에 도착할 수 있도록‘ GPS 고객추적장치(GPS Customer Tracker)’를 개발해 선보인다. 2016년 6월 시작된 이 시스템은 고객의 위치 정보를 활용해 고객이 피자 가게에 근접했을 때 요리를 시작해 가장 따뜻한 피자를 찾아가게 한다.
또한 도미노는 쉬운 주문과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주문할 수 있는‘ Anyware’캠 페인을 추진하는데 고객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주문하는 대신 스마트폰(Zero Click App), TV(Samsung Smart TV), 챗봇, 소셜 네트워킹 (Facebook, Slack, Twitter) 스마트 워치(Apple Watch, Android Wear, Pebble Watch), AI 스피커(아마존 Alexa, Google Home), 심지어 자동차 음성 시스템(Ford Sync)으로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나아가‘클릭 없는 주문(Zero Click Ordering)’은 스마트폰 앱을 동작시키는 것만으로 바로 주문이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앱을 클릭하는 순간 10초가 자동 카운트되고 10초 후에는 사용자가 미리 등록한 피자가 주문된다. 또‘, 이모티콘 주문(Emoji Ordering)’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피자 모양의 이모티콘(Emoji)를 보내면 바로 피자가 주문되도록 하고 있다.
안전하고 신속한 피자 배달을 위해 전용 배달 차량을 만든 것은 최근의 일이다. 궁극의 피자 배달 차량(Ultimate Pizza Delivery Vehicle)으로 불리는 GM의 Shevy 뒷좌석을 피자 화덕으로 개조해 최대 80개의 피자가 최적 온도에서 유지되도록 했다. 이 차량은 크라우드소싱 기반의 자동차 설계 플랫폼을 제공하는 Local Motors사와 협력을 통해 개발되었다. 2016년 도입되어 미국에서 약 150대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2016년에는 DRU(도미노 로보틱스 유닛) 피자배달용 자율주행 로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190kg 무게에 시속 18~20km로 움직이며 구글 지도와 도미노 GPS 추적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피자를 배달한다. 같은 해 11월에는 뉴질랜드 왕가파라오(Whangaparaoa) 지역에서 배송 드론 업체 플러티(Flirtey)와 협력해 드론 배달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이제 2018년 CES에서 무인 자율 주행차를 배달에 적용함으로써 다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돈 메이지 도미노그룹 CEO는 향후 5~10년 동안 로봇과 드론이 도미노그룹 성장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도미노피자는 데이터 분석과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미 2013년 DataLab이라는 데이터과학 기업을 세웠고, 2016년에는 호주 브리즈번에 도미노혁신연구소(Domino Innovation Lab)를 개소하여 지속적으로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림 8]은 도미노의 주가 상승률이 잘 알려진 테크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을 훨씬 상회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도미노는 기술을 잘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혁신을 만들어 내었고, 그 결과로 생존을 넘어 피자헛과 함께 128조5에 달하는 세계 피자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4. 피자와 혁신
몇 가지 단편적 장면을 통해 피자가 혁신에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선, 피자는 체감할 수 있는 현실 문제의 상징이다. 좀 더 다른 맛, 좀 더 다양한 맛, 고객의 선호에 맞는 맛, 빠른 배달, 식지 않고 갓 구워낸 맛을 전달하는 방법,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런 음식으로서의 가치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혁신의 대상 그 자체다.
또한 피자는 작은 소통의 매개체다. 소수의 사람들이 피자 한 판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가운데 혁신이 나온다. 공평하게 나눈 피자를 먹는 데 직위와 체면을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 피자는 하나의 실험 정신이다. 토핑을 조합하는 것, 빠른 배달을 위해 운송수단을 도입하는 것, 공유경제를 활용해 보는 것, 첨단 핀테크로 결제를 쉽게 해 보는 것, 사용자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크고 작은 혁신의 실험들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흔히 제4차 산업혁명은 아이디어를 작은 실험들을 통해 검증해 보고 그것을 플랫폼 모델로 구현해 빠르게 확산하는‘ 속도전’이라고 한다. 민첩한 소통과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 요리(Cooking)’해 보는 시도들은 제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구조적 전환을 가져올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될 것이다.
6 https://medium.com/@JonHall_/on-digital-transformation-itsm-and-devops-oh-and-pizza-93acd09dbdb8“( Consumerisation of IT”, Dominos has concentrated on“ IT’izing the consu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