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탄생과 존재에 대한 기존의 시각

기업이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대한 기존의 시각은 크게 거래비용론(윌리암슨)과 자원기반론 (펜로즈)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거래비용론이란 시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개인보다는 장기적 거래관계를 갖는 기업(내부조직을 가지고 있는)이 더욱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기에 생겨났다고 한다. 거래비용(Transection Cost)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제한적 합리성, 자산의 특수성, 정보의 불확실성과 복잡성, 독점과 같은 소수자 상황 등이 있으며 거래 당사자들의 기회주의도 거래비용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거래비용 경제학은 다각화와 인수합병은 물론 단일사업부(U-Form)에서 다사업부제(M-Form)로의 변화도 거래비용 감소라는 맥락에서 해석한다. 한편 이와는 달리 펜로즈가 주장한 자원기반 이론(Resource Based View)에서는 기업을 유휴자원이 없도록 끊임없이 성장하는 조직으로 해석한다. 이들은 기업을 관리와 조정의 권위적 소통에 의해 묶여진 생산적 자원의 집합(Collection of Resources)으로 정의하고 다각화와 인수합병은 놀고 있는 내부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성장과 팽창차원의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그럼 이 두 가지 대표적 기업 이론이 최근 등장하는 디지털 신생기업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매쉬코리아(Mash Korea)와 과업기반 경제(Task based Economy)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햄버거는 배달 서비스가 없어 매장을 방문해야 먹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부릉이라는 서비스(기업명 : Mash Korea)를 통해 집에서도 배달받을 수 있다. 맥도날드의 입장에서 보면, 특정 식사시간에만 몰리는 배달 주문을 위해 정직원을 고용할 수 없어 포기한 시장을 부릉 서비스가 수익으로 실현해준 셈이다. 물론 부릉 서비스는 맥도날드 이외에 버거킹, 롯데리아, 심지어 신세계 백화점까지 상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기에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

그림 1 시간대별 주문건수(좌), Mesh Korea의 주문처리 절차(우)
<그림 1> 시간대별 주문건수(좌), Mesh Korea의 주문처리 절차(우)

생각해보면 부릉 서비스는 설계와 생산, 마케팅과 같은 생산단계(Production Stage)보다 훨씬 작은 일종의 과업(Task) 수준의 일감을 모아서 처리하고 있다. 혹자는 이런 서비스는 기존에도 있었다고 하겠지만, 기존의 물류와 운송은 허브와 스포크 구조(Hub-Spokes), 즉 일단 중간 집중국에 물건을 모았다가 다시 배분하는 형태라면, 부릉 서비스는 허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배달한다. 다시 말해 서울에서 주문한 물건이 포천 공장에서 생산되어 대전 옆에 옥천 집중국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전달되는 일이 부릉 서비스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배달원이 정직원이 아니고 개인사업자이기에 월급 개념 자체가 없고 배달한 과업에 따른 수당(Task Based Income)이 있다. 부릉 서비스는 자사의 핵심 경쟁력이 이들 배달원이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과업을 달성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이들 배달원에 보험 가입은 물론이고 전국에 이들 배달원이 쉴 수 있는 휴식 공간(부릉 스테이션)과 안전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배달원은 배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건 파손 및 교환 등 이슈를 해결하는 전문 상담센터를 아웃소싱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과업 자체가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발생하기에 소비자 정보가 맥도날드나 버거킹이 아닌 부릉 서비스에 축적되어 향후 보다 소비자취향에 다가가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흥미로운 점은 배달원의 숙련도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지만, 초기 배달원의 사기진작과 업무의 지속성을 고려하여, 초기 배달원이 일정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했다고 한다. 이 기업에서는 생산성과 효율성 이외에도 최소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과업량이라는 매우 인간중심적인 업무 배분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구현되고 있어서 숙련이 덜된 배달원이라도 배달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보장된다. 사실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없다보니 이들에게 최저생계비는 별로 의미가 없고, 오히려 최저생계 과업이 더 의미가 크다. 이들은 기존의 일자리가 재배치된 것이 아니고, 원래 수요가 불규칙해서 정규직 일자리로는 오히려 비용이 더 들어가서 답이 없었던 영역에서 인공지능과 데이터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해 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즉, 기존 조직으로는 거래비용이 오히려 증가해서 개인화된 형태의 일자리(개인사업자 형태)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매쉬코리아는 배달은 개인사업자를 활용하며, 고객 불만 해결센터는 아웃소싱 형태로 위탁하면서 주로 시스템 개발과 화주 네트워크의 구축과 운영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자원기반이론에서 강조한 내부자원의 이용보다 외부자원의 연계와 활용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Sweet Spot과 스타일난다가 증명한 자투리 경제

종로나 명동, 심지어 땅값이 비싼 강남의 어느 빌딩이라도 로비는 널찍하고 자투리 공간은 있다. 스윗스팟이라는 기업은 주로 빌딩 로비 후면이나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옆처럼 ‘놀리는’공간에다가 임시 매장(팝업스토어)을 연다. 건물 측에서는 유휴공간을 활용해서 좋고, 물건을 파는 기업 입장에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가게를 열 수 있어 상생이 된다. 유휴 공간이라 해서 아무 물건이나 파는 것은 아니고 빌딩 품격을 유지하도록 매장 공간을 고급스럽게 연출하며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쟁력이기에, 유동인구와 판매 결과와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전략을 세운다. 최근에는 팝업스토어 덕에 빌딩의 유동인구가 평균 7~8% 늘고, 빌딩 주차료나 커피숍 매출도 올랐다는 가시적 효과가 입소문이 나면서 건물 이미지 제고차원에서도 건물 측에서도 팝업 스토어 유치에 적극적이다. 이 기업은 2015년 창업 후 분기 평균 250%씩 성장했고, 강남파이낸스센터와 파르나스몰, 그랑서울, 서울스퀘어, DDP, 여의도 전경련회관 등 중개한 빌딩만 70곳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사실 생각해보면, 상점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을 탐색하고 장기 임대계약을 해야 하며 내부 인테리어, 마케팅 홍보, 직원 채용 등에 회수가 보장되지 않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팝업 스토어는 단기간에 상품의 시장성을 검증할 수 있고, 판매자가 감당해야 할 비용과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한 이유는 모바일 환경이 흩어져있는 유휴공간을 한 곳으로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그림 2 Sweet Spot의 팝업스토어
<그림 2> Sweet Spot의 팝업스토어

자투리를 이용해 소위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스타일난다’이다. 이 기업은 봉제공장들이 내다 버리는 자투리 원단을 이용해 3,000원 짜리 원가를 1,500원으로 50% 수준으로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바로 백화점에 입점하기보다 팝업 스토어를 통해 시장경쟁력을 검증하면서 성장했다. 이 기업은 심지어 3년이나 지난 버려지는 원단 자투리를 활용해 짜임새 있게 봉제하고, 염색 및 가공을 거쳐 새 원단 수준으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면서‘퀄트’스타일이라는 디자인 의류도 개발했다. 지금은 섬유에 지방을 연소하는 성분을 넣은 다이어트 섬유도 개발하고, 로봇 팔을 장착한 새로운 재봉틀 기계를 개발해서 자투리 원단을 자동으로 엮어준다. 2018년 5월 스타일난다는 세계적인 화장품기업인 로레알에 6,000억 원에 M&A되었다.

경제학에서 자투리는 범위의 경제를 의미한다. 즉 한 제품에서 나온 자투리를 다른 상품의 생산에 활용하면 추가 이득을 얻을 수 있기에 범위의 경제가 있다고 말했는데, 범위의 경제를 누리는 기업들은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유통이나 서비스 분야에서도 경비를 절감할 수 있기에 아이디어 상품 또한 쉽게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위의 경우는 자투리를 발생시킨 주체가 디지털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하기에 자투리를 활용한 이득은 디지털 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기회로 연결한 신생기업의 몫이 되는 것이다.

탈 규모 경제(Economy of un-scale)와 해체(Unbundling)

산업이란 인간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활동이다. 산업의 종류, 즉 업종은 생산하는 재화의 종류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데 이들 각각의 업종에는 업종별 특성이 있으며, 같은 경영조직이더라도 소속된 업종이 다르면 그 자체에 여러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패러다임은 산업별로 존재하는 고유한 혁신의 특성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재탄생시키고 그 과정에서 과거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기업도 출현시키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등장한 디지털 신생기업의 가장 특징은 탈 규모 경제(Economy of unscale)에 의해 작동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클라우드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하여 정보의 수입과 저장, 처리에 소요되는 거래비용을 낮추고, 게다가 지식과 기술이 공유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의 디지털 인프라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기존의 기업은 오히려 비효율적이 되고, 신생기업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게 한다. 따라서 디지털 신생기업은 조직도, 비즈니스모델로 기존 기업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이미 잘 알려진 접수 → 선적 → 트랙킹 → 배송으로 진행되는 페댁스(FedEx)의 생태계도 바로 이런 식으로 해체되어, Ship Bob, Trucker path, Pacejet, Boxc 등 다양한 과업 생태계로 재구성되었으며, 기존 은행 서비스도 다양한 핀테크 기업에 의해 과업 중심의 전문기업으로 해체되고 있다.

그림 3 Digital unbundling의 사례(FedEx, Internet Bank)
<그림 3> Digital unbundling의 사례(FedEx, Internet Bank)

과거 자급자족경제에서 산업혁명으로 기업 간 분업이 1차 해체(First Unbundling), 아웃소싱의 등장이 2차 해체(Second Unbundling)라고 한다면, 지금은 디지털 패러다임에서 등장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플랫폼이 디지털 신생기업(Digital new-born)에 의해 과업 중심으로 분해되고 있는 해체(Unbundling)의 3차 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디지털 신생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머뭇거리는 기존 기업의 혁신을 자극하고 생태계 전반에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촉매(Catalyst)로써 작동하는 효과가 있어 이들의 시장진입과 성장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신생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