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산업 생태계 내 공공SW의 역할과 한계

날짜2020.02.10
조회수14235
글자크기
    • 지난 10년간 한국의 SW산업 생태계는 양적으로는 팽창했으나 신규 SW기업은 성장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SW부문은 신규 SW기업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공공 SW시장은 소규모 유지관리 사업 위주로 형성되어 역동성이 떨어지고 기술개발과 신사업 창출이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었다. 이에 기업은 공공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정부는 산업적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대안적인 유형의 공공SW사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 SW 생태계의 변화 : 신규 기업의 양적 증가와 성장 어려움
    • 지난 10년간 국내 SW산업생태계는 중소기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그림 1]에서와 같이 소프트 웨어산업협회(이하 KOSA)에 등록된 대기업 수는 소폭 감소하고 중견기업은 소폭 증가하였으나, 중소기업 수는 2008년 1,000여 개에서 2018년 2,600개로 증가했다.
    • [그림 1] SW 기업 수 증감 추이
      그림 1 SW 기업 수 증감 추이
      ※ 자료 : 공공SW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필수적인 KOSA사업자신고DB 기준임
    • [그림 2]에서 표시한 네트워크 분석 결과, 이들 SW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SW생태계 전반적으로 꾸준한 양적성장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 [그림 2] SW거래 네트워크 참여기업 및 거래(연결) 수 변화
      그림 2 SW거래 네트워크 참여기업 및 거래(연결) 수 변화
      ※ 광의의 SW기업(IT서비스, 패키지SW+인터넷, 게임, 클라우드, SW유통)과의 거래에 참여하는 기업 수로서 순수 SW기업의 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 유의
      ※ 자료 : 한국기업데이터의 자료를 이용하여 SW기업과의 매입,매출 거래데이터를 분석
    • 그러나 SW생태계의 성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협력 관계가 구축된 기업끼리 거래하는 비중이 높아서 신규로 창업한 기업들이 규모를 늘리면서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거래밀도는 감소하고 3자 관계의 비율, 즉 기존 거래가 있는 2개 기업끼리 중복되어 3개 기업 간 군집을 만들어 내는 이행성 지표1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임을 보면 알 수 있다[그림 3]. 이는 국내 SW생태계가 기존 기업들 간의 거래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거래가 증가한 반면, 생태계에 신규로 참여하는 기업들의 거래는 상대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림 3] 연도별 SW 거래 네트워크의 밀도와 이행성 변화
      그림 3 연도별 SW 거래 네트워크의 밀도와 이행성 변화
    • 실제로 아래 [그림 4]를 보면 한국 SW기업들의 업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SW산업 생태계가 역동적이지 못하고 노후화되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단면이다.
    • [그림 4] 기업 규모별 평균업력(단위 : 년)
      그림 4 기업 규모별 평균업력(단위 : 년)
  • 공공 SW시장의 역할 : 안정적인 시장을 제공
    • 국내 공공SW시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11.8%, 2013년 이후(2013~2018) 연평균 5.5%로 국내·외 시장 대비 높은 성장률2을 보였다. 유난히 성장률이 낮았던 2016년을 제외하고는 공공시장이 민간시장에 비해 SW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 [그림 5] 국내 공공SW시장 성장 추이
      그림 5 국내 공공SW시장 성장 추이
      ※ 상기 공공SW시장규모는 IT서비스에 해당하는 공공SW구축(개발·ISP·유지보수 등) 시장으로서 공공SW수요예보에서 SW·ICT장비 구매를 제외한 금액임
    • 공공SW 참여기업은 민간 사업자에 비해 폐업률이 낮아 안정적이다. [그림 6]을 보면 생존기업중 공공SW 사업자가 36.8%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폐업기업 중 공공SW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18~34%를 차지하고 있다.
    • [그림 6] 폐업기업 비중
      그림 6 폐업기업 비중
      ※ 자료 : KOSA사업자신고DB, 조달청 나라장터 용역계약을 분석
    • [그림 7]에서 공공SW사업에 참여하는 설립 7년 이내 기업의 폐업률도 공공SW 사업자가 민간SW 사업자보다 낮은 경향이 뚜렷하여 공공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 [그림 7] 7년 이내 초기기업 폐업률
      그림 7 7년 이내 초기기업 폐업률
      ※ 자료 : KOSA사업자신고DB, 조달청 나라장터 용역계약을 분석
  • 공공 SW시장의 한계 : 역동성과 민간매출 감소
    •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의 공공SW사업환경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8]을 보면 2013년을 기점으로 유지관리 사업의 비중이 개발사업의 비중을 초과하여 2017년 69%로 최고치를, 2019년에는 그보다 조금 낮아진 64%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개발사업보다 유지보수 사업금액이 낮으므로, 유지보수 사업 비중 증가는 소규모 사업의 비중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다수의 시스템이 ‘유지’ 또는 ‘기능 고도화’ 사업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그림 8] 공공SW사업 유형별 비중 추이
      그림 8 공공SW사업 유형별 비중 추이
      ※ 자료 : 공공SW 수요예보
    • 2014년 이전에는 80억 초과 대형사업의 사업비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2014년 54.6%), 2015년 이후로는 20억 미만 소형사업이 가장 많은 사업비 비중(2019년 43.4%)을 차지하였다. 대규모 개발사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소규모 유지관리 사업의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은 시장의 역동성이 저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지보수 사업은 사업의 성격상 기술개발이나 혁신이 나오기 어렵고, 공공부문의 혁신성과를 마중물로 하는 민간부문으로의 파급효과를 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 공공SW매출에 집중한 기업은 민간매출이 감소했다. 2013년 대기업참여제한제도 이후 공공매출을 늘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9개 신규 중견기업의 경우 공공매출이 2012년 846억 원에서 2017년 5,054억 원으로 늘었지만, 민간매출은 4,079억 원에서 3,010억 원으로 감소했다.3 신규 중견기업을 포함한 1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회귀분석한 결과, 공공매출이 1원 증가할 때 민간매출은 0.6원 감소하며, 반대로 민간매출이 1원 증가할 때 공공매출은 0.13원 만이 감소했다.4 공공매출의 민간매출 상쇄효과가 더 뚜렷한 것이다.
  • 시사점
    • 공공시장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양적, 질적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므로 기업은 공공사업에서 벗어나 민간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다변화, 고도화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으로의 파급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대안적인 공공사업 유형을 도입하는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 공공사업을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자본을 축적한 기업이 서비스형 민간투자(SaaS)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본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도 민간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보증, 신용보증 등 금융지원에 대한 검토 또한 가능할 것이다.
    • 1 3자 관계의 정도는 이행성 지표로 측정한다. A기업에서 B기업으로 향하는 거래가 존재하고, B기업에서 C기업으로 향하는 거래가 존재할 때, A기업이 C기업에 대한 거래 관계를 가지면 이행성을 충족한다고 한다.
    • 2 세계 IT서비스 시장은 지난 10년간 연평균(CAGR) 2.6% (2008~2018) 성장했고, 2013년 이후 5년간(2013~2018)은 연평균 3.4% 성장함. 국내 IT서비스는 2012년(2008~2012)까지 연평균 7.6%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3년 이후(2013~2018) 5년간 연평균 2.5% 성장으로 세계시장 보다 성장이 저조했음
    • 3 SPRi이슈리포트(2019.8.), 공공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제도의 민간시장 파급효과 분석
    • 4 유호석 外(2019), “기업규제의 다층적 효과 연구: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참여제한제도를 중심으로”, 한국IT서비스 학회지, 18, 29~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