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중 AI패권경쟁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 (다운로드 : 390회)

들어가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이후 미-중 양국은 이 감염병의 발원지를 둘러싸고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연구소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중국은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자국 주재 중국 기자의 취재 비자를 90일로 제한하는 반면 대만의 국제적 위상 강화를 돕는 발표를 내놓았고, 중국도 미국산 수입 규제와 심지어 일각에서는 ‘핵무장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1단계 미중 무역합의1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로 한 약속(최소 2,000억 달러 규모)을 못 지키면 이 합의안을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중국은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무역과 첨단기술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갈등관계에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양국 간 갈등과 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등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하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중 간 갈등을 국가 차원의 전략적 선택과 실행의 결과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해보고, 향후 이 문제를 보다 흥미롭게 관전할 수 있는 몇 가지 시각을 독자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프론티어와 공개를 통한 미국의 선도유지 전략


박강민 | 선임연구원 | gangmin.park@spri.kr

전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져있을 때, 미국의 IT공룡 기업들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 등 오히려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어 새삼 미국 IT기업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IBM,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IT기업과 백악관, 주요 연구기관 등이 함께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 기반 분석 결과들을 코로나19의 백신 개발을 추진하는 등, 경제뿐만 아니라 기술적 리더십도 보여주고 있다.2

그렇다면 미국의 인공지능 저력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대규모 체계적 지원을 하는 프론티어 전략이고, 둘째는 공개를 통해 후발주자를 자신의 생태계 내에 끌어들이는 공개전략이다.

프론티어 전략

슈퍼컴퓨터와 AI 알고리즘 분야에서 미국의 ‘프론티어 전략(Frontier Strategy)’은 마치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3와 같이 대규모 투자를 체계적, 지속적으로 하면서 과학기술의 근본적 돌파구를 만들어 가는 전략으로 이해된다.4 어떤 면에서는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과학기술 돌파구를 만들어가고, 이를 발판으로 시장을 조성하는 ‘기업가형 국가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5

2015년 미국 정부가 발표한 ‘미국을 위한 혁신 전략(A New 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은 ‘새로운 프론티어의 추구(Pursuing New Frontiers in Computing)’를 주요한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전략은 슈퍼컴퓨팅 기술개발을 통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발견을 위한 미국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중국과 경쟁 중인 차세대 슈퍼컴퓨터 분야에서는 엑사스케일 컴퓨터 개발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 계획은 2016년 ‘AI R&D 전략’(The National AI R&D Strategic Plan), 2019년 ‘AI에서의 주도권 유지를 위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Maintaining American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이어지면서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AI알고리즘에 대한 R&D 투자전략을 담은 ‘국가 AI R&D 전략 계획(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and Development Strategic Plan: 2019 Update)’은 2016년에 이어 2019년에 한층 고도화되고 있다. 이 전략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통신 등 여러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AI 분야에 대해서 장기 R&D 투자를 첫 번째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을 만큼 정부의 높은 의지를 담고 있다.

추진조직 측면에서는 미국 상무부 산하의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이하 NSF)과 미국 국방성의 연구, 개발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방위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이하 DARPA)이 주도하고 있다. NSF는 주로 자국 내 대학과 연구소에 장기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기초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반면, DARPA6는 AI분야에서도 프론티어 전략을 통해 나온 과학적 성과를 상용화와 실용적 문제해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DARPA는 2018년 AI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 및 응용 프로그램을 모색하며 차세대 AI를 개발하기 위해 ‘AI Next 캠페인’과 ‘인공지능탐험(Artificial Intelligence Exploration)’ 프로그램에 수년간 20억 달러(약 2조 2천 5백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7

[그림 1] 미국의 인공지능 관련 정책 발표 2009년, 2011년에 이은 최종판으로 고성능 컴퓨팅이 추가됨 New Strategy for American (11.2) 불확실성이 높아 민간 투자가 어려운 AI 관련 장기 프로젝트 중심 투자 권고 The 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R&D Strategic Plan 공익을 위한 AI 활용 확대를 위해 AI 윤리 등의 정책 수립의 필요성 제기 Preparing for 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16.10) AI와 자동화 기술이 경제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따른 교육 확대,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정책 제안 Artificial Intelligence, Automation, and the Economy (16.12) AI 분야를 미국이 선도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 도출 AI for the American People (18.5.10) AI 및 기계학습의 군사적 활용 목적 제시 National Defense Strategy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새로운 교통지침 Preparing for the Future of Transportation (18.10) AI 기반인 STEM* 분야 미래 인력 양성을 위한 추진계획 * STEM :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ethematics 5-Year STEM Education Strategic Plan (18.12) 국가 전반의 AI 역량 제고를 위한 연방 차원의 전략 제시 American AI Initiative (19.2.11) 2016년에 이어 장기적 R&D의 필요성을 강조 The National AI R&D Strategic Plan 2019 Update (19.6) AI 도입 촉진을 위한 국방부 추진전략 Dep. of Defense AI Strategy (19.2.12)

※ 자료 : NIA(2019.6.), 미국 인공지능 관련 정책동향 수정보완

공개를 통한 선도유지

미국 AI 혁신의 특징은 개방형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주로 민간 ICT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공개형 생태계 전략은 구글 텐서플로우, IBM 왓슨 플랫폼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들 기업은 자체 기술지식으로 연구개발에 성공한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를 시장에 공개해 데이터만 있으면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페이스북도 텐서플로우와 유사한 AI 프레임워크인 파이토치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코그니티브 툴킷(Cognitive Toolkit), 케라스(Keras) 등 수많은 AI도구와 프레임워크가 미국 ICT기업으로부터 공개되고 있다. 이러한 AI기술의 공개형 생태계는 후발주자로 하여금 자체 개발보다는 선도기술을 모방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8

2017년 구글은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들을 위한 커뮤니티이자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인 캐글(Kaggle)9을 인수해서 운영 중이다. 캐글을 이용하는 데이터 전문가는 약 60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암 발견과 심장병 진단 등 주로 해결하기 어려운 거대 난제에 도전하기 위해 이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 구글 입장에서는 역량있는 AI인재와 데이터 과학자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고, 또한 이들의 역량을 검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데 캐글 플랫폼을 활용하면 이들을 직접 채용하지 않고도 글로벌 차원에서의 협업이 가능한 것이다. 구글이 자사의 AI플랫폼인 텐서플로우(Tensor Flow)를 공개한 연장선에서 캐글을 운영하는 것은 알고리즘 외에 데이터셋과 모델링 분야에서도 더 많은 데이터 과학자들이 텐서플로우를 활용하도록 해서 자사에 유리한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는 전략으로 이해된다.10 미국은 캐글 이외에도, UCI(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에서 제공해주는 기계학습 관련 데이터셋 등 수많은 공개 데이터 저장소를 운영하며 혁신을 창출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개방형 생태계에 포섭된 기업과 국가는 미국이 주도하는 생태계의 조력자로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삼성전자와 같은 여러 휴대폰 제조 기업들이 포섭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개방형 생태계 조성은 AI 기술지식의 모듈화(Modularization)11 특성 때문에 가능하다. 모듈화란 복잡한 소프트웨어 구성요소를 상호 연결된 기능이나 데이터를 중심으로 논리적으로 구분한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구글 텐서플로우는 복잡한 딥러닝의 개념과 구체적인 구현방식을 알지 못해도 데이터 혹은 데이터가 학습했을 때의 결과만을 갖고 딥러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모듈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비단 텐서플로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개 AI알고리즘이 취하고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개방형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딥러닝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도 딥러닝을 활용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딥러닝 기술 자체의 진보와 발전에 대해 미국의 기업과 연구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가 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운영체제는 복잡한 기술혁신 결과지만, 플레이스토어(Play Store)나 앱스토어(App Store) 같은 앱 마켓을 통해 생태계 참여자들이 쉽게 혁신의 성과를 나누도록 한 구조가 바로 AI 공개플랫폼의 모듈화와 일맥상통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후발주자의 생태계 포섭이 가능한 또 다른 기술 체제적 특성으로 역량 차이가 있다. AI 알고리즘 개발은 초기에는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발견하는 연구 단계로 성공보장이 낮기에 막대한 투자와 높은 수준의 기술 역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AI를 활용하여 타 분야에 접목시키는 것은 이미 텐서플로우 등 다양한 프레임워크가 선도기업들에 의해 공개되어 있어 지식의 접근가능성도 매우 높다. 하지만 단순히 공개되어 있는 AI 프레임워크의 활용만으로는 해당 산업에서 결정적인 혁신을 창출하기 어려우며 이는 또다른 기술역량이 필요한 분야이다. 이처럼 AI기술체제 내에서도 구성 요소별로 필요한 역량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역공학적(Reverse-Engineering) 학습역량 제고가 어렵게 된다. AI는 축적된 기술역량이 높은 국가/기업이 선도하고 있으며 후발주자들을 자기들의 생태계에 끌어들이고자 AI 프레임워크를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자국에 유리한 공개형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2016년 ‘국가 AI R&D 전략 계획’은 연방정부 데이터와 컴퓨팅 환경을 공개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미국 내 뿐만 아니라 국제 협력도 강조하고 있다. 2019년에 업데이트된 이 전략은 민-관의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이 추가적인 전략계획으로 제시되었다. 즉, 산업계와, 학계, 국제 공조와 정부 기관들의 협력을 통해 기술 진보를 만들고 이러한 기술 진보가 미국 경제와 안보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AI 발전의 주요 전략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AI기술 개발 프로젝트에는 영국, 캐나다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AI로 첨단화하는 중국의 일상과 추격전략의 고도화


김준연 | 책임연구원 | catchup@spri.kr

AI로 첨단화하는 중국의 일상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있는 중국 유명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에는 주문한 음식을 날라주는 인공지능 서빙로봇(擎朗智能, KEENON)이 활보하고 있다. 손님 테이블에 재료를 배달하기 위해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심지어 붐비는 복도에서는 “저기요~ 좀 지나갈게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거 SW 대학을 주도적으로 설립한 중국은 이제 AI를 산업 디자인영역으로까지 융합하고 있다. 2019년 로코코 클라우드 AI 연구소를 설립해서 주목을 받는 로코코(洛可可)는 디자이너 개인 수준의 조사와 결과 분석 작업을 자동화하였다. 즉, AI가 정보의 수집, 식별, 분석 및 디자인 생성의 전 과정을 지원하고 심지어 인간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색상의 옵션을 산출하기도 한다.

사실 AI디자이너의 능력은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절(11월 11일) 때 이미 유감없이 발휘됐다. 수억 명의 소비자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극한 상황에서 상품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디자인해서 올리는 기존 방식이 루반(鲁班)이라는 AI디자이너로 순식간에 대체된 것이다(약 1.7억 개의 배너). 루반은 마치 인간이 디자인을 배우는 과정처럼 기존의 디자인 레이어와 요소, 프레임을 분석하고 디자인을 배치하며 결과를 산출한다. 이를 인간 디자이너가 확인하고 피드백을 하며 ‘딥러닝’ 단계에 들어가는데, 현재 1초에 80장 이상의 포스터, 하루에 4,000만 장 이상을 제작할 수 있다.

전 지구적 재앙으로 불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AI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만든 AI 연구기관인 다모 아카데미는 알리클라우드와 함께 코로나 의심환자의 CT 영상을 AI로 분석해 후베이성 등 16개 성의 26개 병원에서 3만여 명을 진단하는데 활용되도록 하였다(2020년 4월 기준). 중국 정부가 지정한 전국 100여 개 코로나19 관련 병원에 투입될 이 기술은 96%의 정확도로 20초도 안 돼 영상을 분석한다. 한편 AI로봇 개발업체 다다커지는 병원 소독, 약품배송, 환자나 의료진의 체온 측정 등을 지원하는 5G기반의 의료 로봇을 우한과 상하이의 병원에 투입하고 있으며, 알리바바의 알리헬스는 후베이성 경증환자를 상대로 원격진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핑안굿닥터는 중국 전역의 사용자들에게 무료 AI원격진단을 해주고 있다. 센스타임, 쾅스커지, 바이두 등은 적외선 측정으로 체온을 재는 기술과 안면인식을 결합한 기술을 개발해 방역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센스타임은 마스크를 쓴 사람까지도 0.3초 이내에 99%의 정확도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2월 항저우에 처음 적용해 상하이, 우한, 윈난성 등지로 확산되고 있는 건강코드 시스템은 아파트 단지나 빌딩마다 제각각인 출입규정을 통일하기 위해 알라바바의 앤트파이낸셜이 온라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기반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개인정보와 여행이력 등을 입력해서 빨간색, 또는 노란색, 또는 녹색의 코드를 부여 받는다. 빨간색과 노란색 코드는 각각 14일과 7일의 자가격리가 필요함을 의미하지만, 녹색코드를 보여주면 항저우 내 이동이 자유롭다. 빨간색과 노란색 코드를 받은 격리대상자는 매일 등록함으로써 격리날짜를 채워나간다. 아파트 단지나 빌딩 쇼핑몰 등에선 녹색코드가 없는 사람은 출입을 시키지 않는다. 사용자가 허위 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드 부여 때 개인이 어디서 거래를 했는지 등 알리페이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이름과 신분증 ID를 입력하면 직장이 파악될 만큼 뛰어난 시스템이라는 평도 있지만 잘못된 코드 부여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억울함이 생겨도 시정하는 게 어렵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고 한다.12

[그림 2] 코로나19와 코드 부여 [그림 2] 코로나19와 코드 부여

※ 자료 : New York Times(2020.3.1.) In Cornavirus Fight, China Gives Citizens a Color Code, With Red Flags

선도, 공개 및 블록화 전략의 복합적 병행

중국이 공식적으로 AI에 대한 국가차원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2017년 국무원이 발표한 ‘새 시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新一代人工知能發展計劃)’이지만 AI의 핵심 인프라라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분야 계획은 1986년 3월 ‘첨단기술연구발전계획(이른바 863계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 주도형 슈퍼컴퓨터 개발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추진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03년 ‘상하이 고성능 IC 디자인센터13’의 연구개발14이 성공하면서 중국은 자체 CPU를 확보하게 된다. 이후 중국의 슈퍼컴퓨터 ‘텐허(天河)-2’는 2013년부터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대회에서 1위 자리를 차지했고, 2015년에는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라이트15가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발전했다.

개발 목표 측면에서 2020년까지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개발을 완성하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 중국은 국가병렬컴퓨터연구센터, 슈퍼컴퓨터 전문기업인 슈곤(Sugon) 그리고 중국국방과학대학의 주도하에 텐허-3(天河三号, Tianhe-3)로 명명된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를 2020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은 중국보다 1년 늦은 2021년에 아르곤 국립 연구소의 오로라(Aurora)를 엑사 스케일 슈퍼컴퓨터로 개발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16

슈퍼컴퓨터 분야는 기술궤적이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슈퍼 컴퓨터의 성능은 4년마다 10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기에 그와 같은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간에 우주개발계획을 연상케하는 슈퍼 컴퓨터의 기술경쟁이 연산 속도 경쟁이었던 것처럼 기술궤적의 예측성과 기술기회가 모두 높기 때문에 양국 모두 전폭적인 정부의 지원 하에 선도적 기술경쟁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쟁적 선도개발 전략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AI 프레임워크 분야에서는 중국형 AI 공개생태계의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2019년 11월 개최된 ‘동북아 공개 SW 활성화 포럼’에서 황즈허 중국 공개 SW 활성화 포럼 의장(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 연구원 부의장)이 “오픈소스 SW가 없었다면 중국은 오늘날과 같은 성장을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처럼, 중국의 핵심 AI 알고리즘 기술은 미국이 주도하는 오픈소스 생태계에 편입하여 학습하는 추격형 모델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는 ‘국가 차세대 인공지능 개방 혁신 플랫폼(National Open Platform for Next Generation Artificial ntelligence)’ 구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 주도 오픈소스 생태계 참여를 지양하고 직접 오픈소스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오픈소스로 참여하는 기업간 기술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다른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미국의 개방형 생태계와 유사한 전략인 셈이다.

한편 민간차원에서도 중국판 깃허브라고 불리는 ‘기티(Gitee)’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2013년 5월부터 시작돼 현재 전 세계에서 두 번째, 중국에선 가장 큰 오픈소스 코드 호스팅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9년 7월 기준, 기티에는 350만 명 이상의 개발자와 520개 이상의 코드 저장소(레파지토리)가 있다. 중국 오픈소스 커뮤니티 파워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큰 오픈소스 기술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5만여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모여 있다. 실제로 화웨이는 서버 마더보드(쿤펭)부터 운영체제(하모니 OS), DB(거스 DB) 등을 오픈소스로 만들어 공개하고 있으며, 텐센트 역시 분산 메세징 미들웨어(튜브MQ), 오픈 JDK8 기반의 텐센트 코나 JDK, 엔터프라이즈 컨테이너 플랫폼(TKE스택) 등을 오픈소스로 개발 중이다. 바이두는 2016년 패들패들 자율주행 오픈 플랫폼을, 텐센트는 지능형 의료 오픈 플랫폼, 알리바바는 시티 브레인 오픈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표 1] 참조).

한편, 미국이 초국적 데이터의 유통과 활용을 강조하는 생태계 구축에 노력한다면, 중국은 데이터 주권 차원에서 중국 내에서는 데이터 공개를 통한 공유를 활발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만, 반대로 국외로 유출은 어렵게 하는 일종의 블록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표 1] 국가 차세대 인공지능 개방 혁신 플랫폼 정책과 참여기업 - 정책, 분야, 참여기업의 순서로 구성된 표
정책 분야 참여기업
5대 인공지능
개방 혁신 플랫폼
(2018년)
자율주행 바이두
스마트 시티 알리바바
의료 및 헬스케어 텐센트
음성인식 아이플라이텍
영상인식 센스타임
10대 차세대 인공지능
개방 혁신 플랫폼
(2019년)
비쥬얼 컴퓨팅 이투
마케팅 마이닝캠프
기초 SW 및 HW 하웨이
일반 금융 핑안보험
영상감지 하이크비전
스마트 공급망 징동
이미지 감지 메그비
보안 치후
스마트 교육 티에이엘
스마트 홈 샤오미

중국정부는 2017년 6월부터 인터넷 주권과 국가 안전을 명목으로 외국 기업의 중국 내 서비스를 정부가 검열, 통제하는 내용을 담은 <사이버보안법>을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애플은 중국 앱스토어에서 인터넷 검열시스템을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 관련 앱(응용프로그램) 60여 개를 삭제해야 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도 2017년 11월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었다.

중국정부는 데이터를 주권과 안보 차원에서 바라보는 한편 산업 차원에서도 매우 중시하고 있다. 2014년 3월 리커창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빅데이터를 미래 신흥산업으로 강조했고 이듬해인 2015년 9월 국무원이 로드맵 성격의 ‘빅데이터발전촉진행동요령’을 발표하기도 했다.17 이후 2016년 공업신식화부는 빅데이터산업발전규획(2016~2020)18을 발표했고, 2017년 12월 8일 개최된 중공중앙정치국 제2회 집체회의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국가차원의 빅데이터 전략 실시를 통한 ‘디지털중국’의 건설 가속화를 강조했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발표는 중국이 데이터를 주권 차원에서 통제 및 검열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과 동시에 미래산업의 원동력으로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19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보호로 인해 데이터 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지만, 오히려 중국에서는 2017년 개인정보보호법의 초안이 준비된 것 이외에 지금까지 기업의 정보활용을 통제하는 구체적인 법제화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를 철저히 적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데이터 수집 및 원격 업데이트 기능을 제한했으나, 틱톡처럼 자국 기업의 해외 데이터 활용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20

추격론 입장에서 보면, AI 혁신의 원천인 데이터는 높은 기술누적성을 보이기 때문에 시장 독점이 용이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후발주자인 중국이 사이버안보법을 발동하며 강조하는 데이터 주권은 자국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 누적성을 차단하고, 데이터 혁신을 자국이 주도하고자 하는 노력이자 미국 기업이 구축해 놓은 공개 데이터 생태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된다.

요약하면, 중국은 슈퍼컴퓨터 같은 인프라 분야에서는 미국과 유사한 프론티어 전략을 통한 대규모·장기적 투자를 유지하면서도 AI 알고리즘은 미국 주도의 생태계에서 벗어나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높은 누적성으로 독점 발생이 가능한 데이터 분야는 데이터 주권과 연계하여 강력하게 통제하면서도 개인정보보호에 대해서는 자국 기업의 혁신에 유리하도록 전략적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AI분야에서 중국은 어느 한 영역에 집중하거나 혹은 통일된 전략을 구사한다기보다 하드웨어 인프라(슈퍼컴퓨터), AI 알고리즘 그리고 데이터 등 AI 기술생태계의 구성요소 각각의 혁신특성에 따라 차별화하고 자국의 기술수준에 맞춰 고도화하는 복합적 추격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관전의 포인트

강대국 간의 기술경쟁은 글로벌 산업질서의 형성으로 귀결되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산업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이다. 이 글은 AI를 둘러싸고 미-중 간 복잡하게 전개되는 경쟁의 양상을 역사적 그리고 전략적 맥락에서 분석한 글이다. 앞서 서술한 미국과 중국의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이후 미-중 AI 패권경쟁에 대한 몇 가지 관전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첫째, 미국이 선도적 투자와 더불어 텐서플로우 같이 공개형 전략으로 후발주자의 추격을 방어하고 글로벌 AI 인재들과 협업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중국은 미국형 공개생태계에 편입하여 복제학습을 하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른바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일부 중국 혁신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체 개발한 AI 프레임워크를 공개하고 있으나, 아직 자국 내에 국한된 공유 생태계 수준이어서 글로벌 차원에서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향후 중국이 미국형 기술생태계에 의존한 기술과 지식의 습득 및 학습의 과정을 반복하는 방향으로 가는가 아니면 독창적 혁신 생태계의 창출과 글로벌 확산의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가는가는 향후 중국의 추격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자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둘째, 미국은 국가별 무역장벽의 철폐나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입장은 향후 전개될 미-중 간 무역협상에서도 적극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AI 개발과 활용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경우도 데이터의 초국적 유통을 강조하는 미국 입장과 데이터 주권을 외치며 자국시장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중국 입장이 상호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상이한 양국의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입장이 향후 글로벌 차원의 데이터 거버넌스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AI 경쟁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보면, 인텔은 물론 구글, MS, 아마존, BAT 등 산업 간 구분이 거의 없는 플랫폼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의 경쟁은 기본적으로 개별 기술경쟁이나 특정 산업영역에서 전개되는 국지전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의 영역을 아우르는 플랫폼 경쟁의 성격을 보인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이들의 경쟁이 전 방위적 경쟁 혹은 산업경쟁을 넘어 국가 간 ‘체제의 효율성 경쟁’으로도 확전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의 대응과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전반에서 미-중 양국이 AI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며 사회체제의 효율성을 확보해 나가는지 관찰해 보는 것은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도 했지만, 사실 중국이 코로나 위기를 넘어가는 과정에서 AI기업의 덕을 많이 보고 있기도 하다.

  • 1 양국은 1차 무역합의에서 미국이 중국산 제품 1,200억 달러(약 147조 원)어치에 대한 관세를 절반 수준인 7.5%로 줄인 대신 중국은 2017년에 비해 최소 2,000억 달러 이상의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 2 감염역학과 생물정보공학, 분자모델링 등 방대한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을 지원해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IBM,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 미국 국립 연구소, NASA, 매사추세스 기술연구소,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등이 함께 참여한다.
  • 3 멘해튼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참여했던 민관합동 핵폭탄 개발 프로젝트이다. 1945년에 이르러 이 프로젝트는 13만 명을 고용하고, 당시 화폐가치로 2억 달러(2011년 기준 24억 4천만 달러) 예산 규모로 성장했다.
  • 4 Lee, Kai-Fu(2018), “AI superpowers: China, Silicon Valley, and the New World Order. Boston”, MA: Houghton Mifflin Harcourt
  • 5 Mazzucato, Mariana(2011), “The Entrepreneurial State: Debunking Public vs. Private Sector Myths”. London, UK:Anthem Press
  • 6 DARPA는 기초연구에서 나온 아이디어(기초 기술)를 발굴하여 NSF의 약 3~10배에 달하는 풍부한 연구비를 지급하여 매우 실용적인 문제해결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 7 The U.S. Exascale Computing Project(2017.3.), “Exasclae Computing Project”
  • 8 Posen, Hart E., Jeho Lee, and Sangyoon Yi(2013), “The power of imperfect imitatio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34(2): 149-164
  • 9 캐글은 2010년 앤서니 골드블룸(Anthony Goldbloom)이 창업한 데이터 과학자를 위한 온라인커뮤니티로서 데이터 과학자로 구성된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을 기반으로 방대하고 복잡한 AI 문제를 온라인상에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10 구글은 전 세계 독감 데이터까지도 모두 공개하고 있다.(http://www.google.org/flutrends/)
  • 11 모듈화라는 기술 특성은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으로 소프트웨어 기술이 입력과 출력이 명확하고, 입력이 일어나는 부분을 은닉하고, 논리적으로 다른 부분과 독립할 수 있는 기술의 특성 때문이다.
  • 12 조선비즈(2020.3.2.), “우한 코로나가 불붙인 중국 AI 기업들의 방역전쟁”
  • 13 선웨이 칩(Chip)과 아키텍처의 국산화를 담당했던 지앙난컴퓨터연구소가 상하이 고성능 IC디자인센터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함
  • 14 ‘핵심 전자기기 및 고성능 일반 칩, 기본 소프트웨어’라는 국가과학기술주요프로젝트(NMP) 지원금을 활용한 연구개발
  • 15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서버(노드·병렬로 연결하는 슈퍼컴퓨터의 단위)수만 4만 960개, 컴퓨터 두뇌에 해당하는 코어수만 1,064만 9,600개를 갖춘 거대한 컴퓨터다. 이 컴퓨터는 2015년까지 6회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한 텐허-2보다 성능은 3배 빠르며 전력 효율은 2배 가량 촣은데, 이는 성능 좋은 컴퓨터가 전력 효율은 좋지 않다는 기존 상식을 뒤집은 것이다.
  • 16 Aurora는 세계 최대의 연산처리장치 생산 기업인 인텔에 의해 구축될 예정이며, 인텔의 3세대 10nm 가속기인 코드명 나이츠밀(Knight Mill)이 탑재될 예정이다. Aurora의 성능은 1엑사플롭스이며, 2021년을 목표로 구축될 예정이다. Aurora는 특히 딥러닝을 비롯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한다(추형석 2019).
  • 17 中国政府网(2015), “国务院关于印发促进大数据发展行动纲要的通知.” 9月6日
  • 18 中华人民共和国发展和改革委员会(2016), “大数据产业发展规划 (2016-2020年).”
  • 19 「习近平:实施国家大数据战略加快建设数字中国」, 2017年12月9日
  • 20 이에 대해 미국, 일본 및 유럽연합(EU)은 2017년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중국의 인터넷 규제와 보호주의적 산업정책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중국은 데이터 주권으로 반박하고 있다.

키워드 코로나 인공지능 월간SW중심사회 202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