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특화 SaaS 시장에서의 기회 새해부터 화두로 떠오른 챗GPT, 그리고 비트코인과 테슬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한다. 챗GPT는 대화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고,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이며, 테슬라는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꾼 기업이기 때문이다. PC를 통해 접했던 소프트웨어는 이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소프트웨어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하드웨어에 비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일찍이 꿰뚫어 본 넷스케이프 공동창업자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n)은 2011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표현하였다. 이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지금,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도메인 지식과 기술이 결합하고 있으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메타버스,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IoT 등 신기술 소프트웨어가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COVID-19로 인한 비대면의 확산은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니즈를 앞당겼으며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의 급격한 성장을 동반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PaaS, IaaS는 이미 구글, 아마존, MS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선점하였다. 이와는 달리 SaaS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시장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글로벌 SaaS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39%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1년도 글로벌 신규 유니콘 기업 506개 중 117개 기업이 SaaS 기업일 만큼 SaaS의 성장세가 강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 SaaS 기업의 현황을 살펴보면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 SaaS 기업은 소프트웨어 기업 중 3% 수준이며 B2B SaaS 유니콘 기업은 2개이다. 이마저도 본사를 미국에 설립한 B2B SaaS 기업이다. 하지만 SaaS 시장에서의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글로벌 SaaS 시장은 기업 범용 솔루션을 중심으로 확장하였으며 산업별, 업무영역별 소프트웨어 융합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범용 SaaS 솔루션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객관리(CRM) 분야를 살펴보자. 해당 분야에서 ‘서비스 타이탄(Service Titan)’은 방문 서비스 영역을 특화한 SaaS를 개발하여 뉴욕증시 상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범용 솔루션이 있는 분야에서도 시장기회가 있는 것이다. 포브스(Forbes)는 ’21년도 SaaS 시장조사 결과, SaaS 시장의 주요 트렌드는 특정 영역에 최적화된 버티컬(Vertical) SaaS라고 밝혔다. 즉, 산업별 특화 SaaS에는 아직 기회가 있다. 도메인지식과의 융합이 중요하다 산업별 특화 SaaS는 산업별 도메인 지식과 새로운 기술들과의 융합을 통해 이뤄진다. 융합은 이질성을 가진 지식을 연결하고 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 활동이다. 이러한 혁신 활동에는 상호 작용과 협력이 융합성과 창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협력은 기존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기존의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기업의 독립적인 혁신의 결과였다. 그러나 컴포넌트, 프레임워크 등과 같이 소프트웨어 구성요소를 공유하는 형태의 개발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업 간 협력이 태동했다. 나아가 소프트웨어 기업은 고객과의(수요기업) 상호작용을 통해 고객맞춤화를 진행했으며 솔루션의 범용성을 높여왔다. 일례로, SaaS 시장의 첫 제품이자 CRM 분야 최대 기업인 세일즈포스를 들 수 있다. 지금은 플랫폼 중심의 협력 생태계를 구성했지만 초기 세일즈 포스는 생존을 위해 수요기업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성장하였다. 다양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을 가까이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산업별, 업무영역별 적용이 가능한 지금의 범용 솔루션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협력 관점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산업별 특화 SaaS로의 전환은 어려움이 예견된다. 최근 국내 통계 자료가 나타내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내 협력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21년 소프트웨어융합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신기술 소프트웨어 융합활동이 있는 국내 기업의 70% 이상은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으며 협력은 0.3%에 그친다. 융합활동이 수요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주도적으로 지식을 축적하고 융합하여 혁신의 결과물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이다. 또 다른 통계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협력 현황을 나타낸다. 그림1은 ‘17~’21년까지 5년간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신소프트웨어 기술확보 방식이다. 그림1에서 수요기업과의 협력은 시점별로 일부 변동이 있을 뿐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는 도메인 지식과의 융합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산업별 특화 SaaS의 경쟁력은 도메인 지식을 소프트웨어 신기술과 융합하여 기존 패키지 소프트웨어에서 제공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때 생긴다. 기존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현재 상품을 단순히 클라우드에 올려서 서비스하는 것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경쟁력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작년에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며 친분이 생긴 소프트웨어 기업 대표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해당 기업은 전기/통신분야 내 빅데이터, AI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이었다. 통신분야는 신기술 소프트웨어가 다수 적용되어있는 분야라 경쟁이 치열했다. 따라서 이 기업은 신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산업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 생긴 가장 큰 고민은 수요기업 및 다른 기술을 가진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협력과 소통의 어려움이었다. 경쟁력 있는 솔루션 개발을 위해서는 도메인 지식에 대한 이해와 적용 가능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협력이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경쟁 속에서 기업이 상호 간에 협력할 유인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기업은 생존을 위해서 서로 협력하기도 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이타적 행위와 협력조차도 생존과 진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이기심에 기반한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산업별 특화 SaaS 개발에 있어 협력은 소프트웨어 기업뿐만 아니라 수요기업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도메인 지식과의 융합을 통해 급진적 혁신을 이룰 수 있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반면, 수요기업은 융합을 통해 기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혁신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수요기업의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융합의 시대에 혁신은 점차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혁신의 불확실성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지식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학문에서는 조직적 차원의 해결 방안으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제시하고 있다.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 개방형 혁신은 연구개발, 제조, 마케팅 등 혁신 프로세스를 개방하여 혁신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업 혁신의 방법을 말한다. 이 개념은 외부 파트너와 수행하는 기업의 다양한 혁신 수단들을 하나로 묶는 이론적 틀(framework)을 제공한다. 본 단락에서는 앞서 제시한 협력이라는 용어를 대신하여 개방형 혁신의 개념을 활용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혁신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전략적 파트너쉽을 언급하기 위함이다. 개방형 혁신은 기업을 둘러싼 지식환경의 변화를 배경으로 태동하였다. 지식환경의 변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기업에서 대학, 벤처기업 등으로 지식 창출의 원천 다양화 △ 벤처캐피탈 발달과 기술 사업화 채널 확대 △기술 개발비용 증가와 제품 수명 주기의 감소로 혁신의 위험성 증가. 이와 같은 환경의 변화는 지식기반사회의 연장선인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신기술의 등장과 발전은 지식 창출 원천의 다양성을 공고히 하였으며 벤처캐피탈은 재무적 목적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의 전략적 목적을 위한 투자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으로 융합이 가속화되며 혁신이 점차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기업환경은 개방형 혁신이 추동하던 시기보다 더욱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술의 진보와 시장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경영환경에서 개방형 혁신은 혁신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낮추는 유용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도메인 지식과 소프트웨어 융합에 있어 개방형 혁신은 어떤 역할을 할까. 우선, 연구개발 측면에서 협력에 기반한 개방형 혁신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융합성과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술했듯이 국내 소프트웨어 융합 활동이 있는 기업의 신기술 소프트웨어 도입은 아웃소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웃소싱 역시 개방형 혁신 방식의 하나이나 협력과는 차이가 있다. 외부위탁 및 아웃소싱은 단순히 외부의 지식을 한쪽으로 이동시킨다. 다시 말해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협력과 달리 외부 위탁 및 아웃소싱은 외부 기관의 독립적 활동에 의존하며 지식의 이전은 단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다. 그러므로 도메인 지식과 신기술 소프트웨어를 융합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 방향을 점진적으로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아웃소싱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도입방식은 점진적 혁신 차원에서 효율적인 혁신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신기술 소프트웨어와 산업별 도메인 지식의 융합은 기존 산업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생성하는 급진적 혁신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혁신은 지식을 재조합하는 과정이며 이질성을 가진 지식과의 조합은 새로운 재조합의 잠재성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과 지식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하고 내재화하는 과정은 융합성과 창출에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음으로 개방형 혁신은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마케팅, 브랜딩 등 혁신의 확산에도 기여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뿐만 아니라 확산 또한 중요하다. 승자독식을 넘어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더 크고 지속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선승독식이라 한다. 디지털 산업은 수요와 공급이 증가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공급망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선점하는 기업이 해당 지위를 유지하여 승자가 될 확률이 높다. 벤처투자 업계에서 블리츠 스케일링(Blitz-Scaling) 전략을 실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업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원과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들은 개방형 혁신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네트워크, 마케팅, 브랜딩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이하 CVC)을 활용하는 것이다. CVC는 투자기업과 피투자기업 모두에게 개방형 혁신을 실현시키는 기능을 한다. 투자기업은 새로운 시장과 기술에 대해 학습할 기회를 얻고 기존 사업 강화, 사업 다각화 등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피투자 기업은 투자기업이 가진 유형(장기적 자본조달), 무형(네트워크, 판매채널, 인적자본 등)의 자원을 활용하여 생존을 넘어 성장을 가속할 수 있다. ‘21년 클라우드 산업실태조사에서 기업이 클라우드 사업 수행 시 겪는 애로사항의 약 40%는 마케팅에 관한 어려움이었다. 이는 대기업의 네트워크 자원과 역량을 활용하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이 투자한 기업은 레퍼런스 효과를 얻게 되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이상으로 산업별 특화 SaaS 시장에서의 기회와 국내 현황, 그리고 개방형 혁신이 국내 SaaS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이론적 틀 안에서 살펴보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프트웨어는 서비스화를 통해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독립된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지원자로서의 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가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 마련이 필요한 때이다. 본 고를 작성하고 챗GPT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개방형 혁신 전략이 소프트웨어 기업 성장에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이다. 여기에 자세한 내용을 실을 수는 없으나 챗GPT의 답변은 Yes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