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menting a policy of basic income, Why now?


  기본 소득(Basisinkomen)이라는 말은 네덜란드 노동당에서 활동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틴버겐이 1934년 최초로 사용했다. 그러나 기본 소득 담론의 뿌리는 16세기 초반에 등장한 ‘ 최소한의 수입’에 대한 생각이다. 이후‘ 무조건적인 일회성 교부금’에 대한 생각이 18세기 말에 등장했고, 이 둘은 19세기 중반 즈음에 결합되어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최저 소득을 보장하자는 논의로 발전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옥스퍼드의 경제학자 콜(1935)과 노벨상 수상자인 제임스 미드(1937, 1938)가‘ 사회적 배당’은 효율적인 경제의 핵심 요소로서 실업과 빈곤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회적 배당은 유명한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복지국가의 핵심으로 찬양되었고 버트랜드 러셀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발전된 케인즈-비버리지 복지국가 모델은 완전 고용하에서, 전일제로 근무하는 성인 남성 노동자와, 가정 내의 무상노동에 종사하는 전업주부로 형성되는‘ 부부’를 표준 가족으로 설정했다. 국가는 국민의 근로와 최저생존권 보장을 결합하는 포괄적인 사회보험제도를 구축하고 공적 부조를 준비하며, 표준 가족은 노동으로 얻은 임금에서 일정량의 사회보험료를 내고 사회보험 수급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편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1962년‘ 마이너스 소득세’의 도입을 통 해 케인즈-비버리지 모 델의 누 더기식 사회 복 지 제 도를 근 본적으로 단순화할 것을 제안했다. 제안된 마이너스 소득세 제도는 자산조사에 근거하여 개인이 아니라 가족을 대상으로 다른 소득의 유무를 물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이후 케인즈-비버리지 모델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19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소득보장론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1995년 벨기에의 반 빠레이스는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사회 정의의 기본적 구현을 위해 기본 소득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즉,‘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권리의 보장을 위해 기본 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기본 소득을 마이너스 소득세와 달리 정의하면서 국가 또는 정치 공동체가 모든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아무런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라 하였으며, 자격 심사를 하지 않는 보편성과 반대급부로 무엇을 요구하지 않는 무조건성을 강조하였다.

  한편 영국의 엣킨슨이 1996년 주장하였던‘ 참가소득’은 현재의 국민보험제도를 유지하면서 기본 소득을 조건부로 도입하자는 구상으로 제기됐다. 이는 기본 소득이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한‘ 노동’과 같은 행동을 하려고 하지 않은 자에게도 지급된다는 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지급조건으로 인정된 직업훈련이나 교육을 받고 있을 것, 아동이나 장애자, 고령자 등을 돌보고 있을 것, 인정되는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을 것을 요구했다. 즉 유상노동만이 아니라 무상노동이라는 형태라고 해도, 시민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참가의지를 표명한 자에게 최저한의 소득 보장을 하자는 것이었다.

  기본 소득 제도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로는 지속 성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분배 측면에서는 복 잡한 조 세 및 사회 복 지 제도를 통합 및 단순화하여 실질적인 행정·부대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통해 순수혜가 늘어나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나아가, 토빈, 볼스, 엣킨슨, 존 케이 등과 같은 경제학자는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지속가능한 기본 소득의 최대 금액, 또는 적정 금액을 추정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기본 소득의 논의는 2006년 이래로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기본 소득 네트워크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형성되어 2010년에 유럽의 기본 소득 네트워크(BIEN, Basic Income Earth Network, 1986)에 세계에서 제 17번째로 가입 승인된 상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그렇다면 기본 소득에 대한 정책적 실험이 왜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가?

  한국은 2011년 이후 평균 3.0% 이하의 실질 GDP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저성장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에 위기 의식을 느끼며 대응을 촉구하는 물결이 일고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우리에게는 지속적인 성장을 지향하는 경제 개혁이 요구되며, 제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든 도래하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개혁은 마찰적, 구조적 실업을 수반하며, 특히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것이라 예견되고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보편화는 다양한 분야에서 대량의 실업을 촉발할 것이라 예측된다. 애쓰모글루와 리스트레포(2017)는 1990년에서 2007년 사이 미국에서 산업용 로봇 증가가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에 산업용 로봇으로 인해 67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고, 이를 대체할 다른 일자리가 거의 생기지 않았음을 밝혔다.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의 보고서에서는 미국, 유럽 선진국들을 포함한 15개 경제구역에서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 510만 개의 일자리가 순 감소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나아가,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 예측될 뿐 아니라 불안정해지고 있다. 불안정 노동은 직업 안정성이 낮고, 임금이 낮고, 사회보장보험 수준이 낮고, 해고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고, 직업 훈련도가 낮으며, 작업장 안전도가 낮고,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불안정 노동은 시장 만능주의 정책, 서비스 산업의 비중 확대, 고도화된 정보 기술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안정 노동자 계층을 불안정한 프롤레타리아트라는 의미에서 프레카리아트(Precariate)라고도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공식적 실업자, 사실상의 실업자 등이 불안정 노동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한신대학교 강남훈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이미 경제활동 인구의 약 58.89%가 불안정 노동자에 속한다는 통계도 있다.

  또한 일반 노동자와 불안정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다단계 하청을 통해 임금이 낮아지고 있으며,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점점 벌어져 2017년 4월 기준 정규직 임금의 겨우 53.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임금 격차는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OECD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최상위 10%는 하위 10%보다 4.79배 많은 소득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이 OECD국가 중 가장 하위 수준인 미국(5.01배) 다음으로, 일본(2.94배)이나 영국(3.56배)보다 훨씬 컸다. 이러한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는 실질임금 증가 속도가 노동생산성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주목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 속도는 같은 기간 실질임금 상승률의 4.8배(콘퍼런스보드, 2015)에 이른다. 이는 결국 중산층의 소비여력 위축과 소득 양극화, 그에 따른 경제성장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현재까지의 사회보장제도가 미래에도 잘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서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복지 지출비율이 10.4%로 OECD 평균(21.6%)의 절반에 못미치는 저부담-저복지 국가다. 기획재정부가 2017년 3월 발표한 「8대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결과(2016~2025)」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8대 사회보험 중 5개(공무원·군인연금, 건강·장기요양·고용보험)가 재정 적자 상태가 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었다. 또한 2017년 6월에는 국민연금의 고갈 예상 시기가 2056년이 될 것이라는 감사원의 전망도 있었다.

  요약하자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우리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경제 개혁이 필요하며, 경제 개혁은 마찰적, 구조적 실업을 비롯한 사회적 전환 비용을 초래하고, 이를 경감하기 위한 완충장치로서 사회보장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으며, 그에 따라 기본 소득 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득과 노동의 전통적인 관계가 파괴되고, 한국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종래의 고용관계와는 다른 형태로 사람들의 소득을 보장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제 우리는 적어도 기본 소득에 관한 정책적인 실험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미비아(2008), 네덜란드(2015), 독일(2014), 핀란드(2017), 캐나다(2017) 등에서는 기본 소득 제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험 중에 있다. 기본 소득 정책 실험의 목표는 고용에 대한 영향, 삶의 선택과 교육 성과에 미치는 영향, 건강에 관련된 영향, 지역사회 수준과 기타 복지 프로그램과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기본 소득 시행·준비 국가

  이제 우리도 다양한 대안적 정책 실험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여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다방면으로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방식은 모의실험이나 두 집단에 대한 행정학적 정책실험연구와 같이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비용 효과성과 재분배 효과, 노동 유인에 대한 영향 등을 파악하고, 동시에 여러 채널을 통한 결과의 공유와 사회적 담론 형성을 통해 기본 소득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들의 정치적 실현가능성을 타진해 봐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 Basisinkomen 월간SW중심사회2017년12월